분산투자 차원에서 국내외 여러 펀드에 나눠 가입했건만, 모든 펀드가 나란히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해 좌절을 맛본 이들이 많다. 대체 무엇이 문제였을까?

  복수의 펀드 가입?

 “분산투자 아니죠”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자산 재분배)’, 아마도 상당히 익숙한 단어일 것이다. 오랫동안 투자를 경험하지 않은 투자의 초보라고 해도 포트폴리오라는 단어나 리밸런싱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어보지는 않으리라 생각되고 또 그만큼 보편적인 얘기다. 그렇지만 많은 고객을 상담하면서도 이런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이라는 투자의 기본원칙을 잘 지키는 투자자를 거의 만나보지 못했다.

이론으로는 알고 있지만 실천하기는 힘든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에 대하여 실제 사례를 통해 알아보자.

현금 1억원의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자영업을 하고 있는 40대 중반의 김 사장은 2006년 10월에 1억원의 현금자산 투자 방안에 대해 문의해왔다. 이에 상담을 거쳐 정기예금과 펀드에 각각 5000만원씩을 예치하고, 앞으로 매년 1회 포트폴리오를 점검하여 안전자산과 투자자산에 대한 포트폴리오 비중을 5 대 5로 유지해 나가기로 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시점인 2007년 10월. 주가 상승으로 펀드는 8000만원으로 불어났다. 정기예금은 연 4% 이율을 적용 받아 원리금 5200만원이 되었다. 총 1억3200만원으로 자산이 늘어났다. 김 사장과는 당초 목표로 정했던 비중 5 대 5를 지켜나가기로 상담했기 때문에 그 시점의 자산 1억3200만원을 다시 정기예금 6600만원과 펀드 6600만원으로 조정했다.

그 후 또 1년이 지난 2008년 10월. 1년 전에 1차 리밸런싱했던 자산 중 펀드금액 6600만원이 주가 하락으로 인해 4000만원으로 줄어들었고, 정기예금은 연 5% 이율을 적용받아 6900만원으로 늘어났다. 결국 총 평가금액은 1억3200만원에서 1억600만원으로 감소했다. 필자는 이 금액을 5 대 5 비중으로 정기예금과 펀드에 각각 5300만원씩 다시 2차 리밸런싱했다.

만약 김 사장이 최초 투자 시 5 대 5 비중을 정하지 않고 수익률이 높다고 전액을 펀드에 투자했다면 어땠을까? 주가 폭락시기인 이 시점에 정말 심적 고통을 많이 받았을 것이다. 2007년 국내 종합주가지수가 2000선을 넘었다가 2008년에 1000 이하로 하락했기 때문에 투자 원금이 절반 수준인 6600만원으로 줄어들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2007년 10월 리밸런싱으로 인해 김 사장은 펀드의 큰 손실에도 불구하고 1억600만원의 평가금액을 남길 수 있었던 것이다.

2009년 7월 현재 김 사장의 자산 중 정기예금 6900만원은 그대로 있고, 펀드는 2차 리밸런싱한 2008년 10월보다 10% 정도 상승해 5800만원으로 늘어났다. 현재 총 평가금액은 1억2700만원으로 27%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 상태다.

만약 2007년, 2008년 두 번에 걸쳐 리밸런싱하지 않았다면 지금은 어떻게 되었을까? 정기예금을 연이율 4%로 가정하면 2.9년 후인 지금은 5600만원 정도가 되고, 투자자산인 펀드는 약 10%  정도 상승하여 5500만원이 되어 총 1억1100만원이 되었을 것이다.

또한 최초 투자 시 펀드에 1억원을 전액 투자하였다면 종합주가지수가 약 10% 정도 상승하여 현재 1억1000만원을 기록하고 있을 것이다.

결국 포트폴리오 비중 5 대 5를 유지하여 그 동안 심리적으로 많은 안정이 되었고 수익률 측면에서도 양호한 성과를 올렸다.

최근 김 사장과는 정기예금을 제외한 투자자산 내에서의 리밸런싱을 상담 중이다. 보유하고 있는 여러 가지 펀드 중 상대적으로 전망이 불투명한 유럽, 일본 펀드 때문이다. 세계 각국은 경기 부양책을 많이 내놓고 있는데 가장 먼저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 브라질 등 이머징 시장(신흥시장)으로 리밸런싱하기 위해서다.

위험자산 내의 분산투자는 의미 없어

가끔 필자는 고객과 상담할 때 이런 질문을 한다. “포트폴리오 투자는 어떻게 하고 계시는지요?” 대부분의 고객들 답변은 비슷하다. “예, 물론 분산투자하고 있지요. 한국 펀드도 있고, 중국, 인도, 러시아 펀드도 있고요. 그런데 분산투자도 다 소용 없더라고요. 모든 펀드가 다 깨졌어요.”

“실제 포트폴리오는 의미가 없다”고 한 이들의 얘기에 동조하는가? 만약 이 고객이 위 사례와 같이 안전자산인 예금에 포트폴리오의 일부를 가지고 있었다면 어땠을까? 분명히 다른 결과를 볼 수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작년의 경우 위험자산 내의 포트폴리오는 자산 시장의 급격한 붕괴와 함께 상관관계가 높아지면서 대부분 폭락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예금자산은 어땠는가? 3%의 저금리가 유지됐어도 다른 자산이 50~60%씩 하락하였으니 그 상대 수익은 상당하지 않았을까? 결국 위험자산만으로 하는 분산투자는 포트폴리오 투자라고 할 수 없다는 얘기다.

리밸런싱은 너무나 간단하고 쉬운 작업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리밸런싱이 가지는 의미는 지금까지 알아본 바와 같이 상당하다. 우리는 항상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이 투자의 원칙이라고 말한다. 실제 우리의 행동은 그렇게 되지 않는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리밸런싱 원칙에 충실하다면? 자연스럽게, 나의 판단과 관계없이 비중 유지를 위해서 위험자산의 비중을 늘리게 된다. 즉, 개인의 시장 흐름 판단보다 처음 잡았던 포트폴리오 비중을 유지하기 위한 리밸런싱은 시간이 흐르면서 나타날 수 있는 포트폴리오의 왜곡을 보완한다. 또한 저점에서 위험자산의 비중을 늘리고 고점에서 위험자산의 비중을 자연스럽게 줄여주는 힘을 가지고 있다. 너무나 간단할 것 같은 리밸런싱이라는 단어가 이런 힘을 갖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