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연립 등 공동주택에 밀려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아오던 단독주택 경매에 훈풍이 불고 있다. 올 하반기 들어 전세를 찾는 수요자들이 늘어나면서 단독주택 매매가가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도심 내 중소형 단독주택은 매매가가 안정세를 보이면서 임대사업용 수익 부동산 투자처로 각광을 받고 있다.

리모델링 후 임대사업…‘수입 짭짤’

서울에서 보습학원을 운영하는 이모씨(43)는 지난해 3월 동작구 노량진 1동에 위치한 대지 76㎡, 건물 155㎡짜리 노후주택(감정가 1억2940만원)을 리모델링해 임대주택으로 활용할 목적으로 9320만원에 낙찰 받은 후 1500만원을 들여 임대주택으로 수리를 마쳤다. 이 주택은 역세권에 소재, 대학생과 학원생 등을 대상으로 월세방을 놓아 한 달에 120만원 상당의 고정수익을 얻고 있다.

단독주택은 가격이 바닥권인데다 환금성이 떨어지는 부동산 상품이어서 인기가 시들한 편이다. 하지만 투자성과 실거주 목적이라면 오를 대로 오른 아파트를 구입하는 것보다는 경매를 통해 단독주택을 사두는 것이 장기적으로 훨씬 실속 있다.

도심 내 중소형 아파트 낙찰가율이 90%대를 보이는 반면 단독주택은 치열한 입찰 경쟁을 거치지 않고도 감정가의 70%선에서 낙찰 받을 수 있다.

용도 변경·용적률 완화로 몸값 껑충

건축물의 용도 변경에 대한 규제 완화와 함께 도심 주거지역 용적률 강화로 신축보다는 저평가된 기존 단독주택을 활용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 특히 서울시가 지난 4월 ‘도시 및 주거 환경 정비법’ 조례를 개정하면서 단독주택 소유자의 조합원 분양 자격을 인정하자 소형 단독주택의 개발 가능성이 높아졌다. 기존 소형 주택을 경매로 싸게 매입해 리모델링 과정을 거쳐 수익성 부동산으로 용도 변경하면 짭짤한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재개발 등 호재 지역의 소형 단독주택은 경매 시장에서 몸값이 높다. 지난 7월8일 서부법원에서 입찰에 붙여진 마포구 염리동의 대지 40㎡, 건물 12㎡의 단독주택은 감정가가 1억4950만원이었지만 2억5000만원에 낙찰돼 낙찰가율의 167%를 기록했다. 염리동 재개발 2구역에 포함된 것이 호재였다. 그렇다고 단독주택이 매번 높게 낙찰되는 건 아니다. 7월9일 중앙법원에서 성북구 길음동의 대지 245㎡, 건물 120㎡는 감정가 8억2627만원에서 3회 유찰된 후 16명이 입찰해 6억90만원에 낙찰됐다. 

경매 시장에 나오는 단독주택 물량은 매월 2000여 건 정도다. 매달 7000여 건인 아파트 물량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낙찰가율은 아파트(82%)보다 10% 정도 낮은 73% 정도에 불과하다. 입찰 경쟁률도 아파트와 비교해 현저히 낮은 3대1 수준에 머문다.  소형 단독주택은 아직까지 큰 인기를 끌지 못해 유찰 횟수가 잦고 입찰 경쟁률도 덜 치열해 틈새시장으로 통한다.

규모가 작은 단독주택은 1억~1억5000만원선에서 비교적 소액 투자가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또한 방을 여러 개 만들면 임대사업에도 알맞다. 대학가나 역세권 주거지 단독주택은 생각보다 가격이 낮은 편이다. 고급 주택단지인 평창동의 대지 가격이 3.3㎡당 1000만원선을 훌쩍 넘어 언뜻 보기에는 비싸보여도 아파트보다 평가액이 낮다. 법원 경매는 1∼2회 유찰 후 낙찰되는 것이 보통인데 지은 지 오래된 소형 주택은 감정가의 70% 수준에 구입이 가능하다.

단독주택을 임대수익 목적으로 구입할 때는 대지 값만을 평가하기 때문에 신축주택을 구입하는 것보다 낡은 주택을 구입하는 것이 유리하다. 낡은 주택을 구입해 리모델링하면 경제성이 높다. 대개 도심 단독주택은 입지와 교통이 양호하므로 기존주택을 간단히 개보수하거나 증개축해 원룸이나 한식당, 사무실, 카페, 미용실 등 업무·주거·상업 겸용 공간으로 쓸 수 있다. 

취하율 높아 채권금액 확인 ‘필수’

실제로 단독주택을 싸게 낙찰 받아 업무·주거·상업시설로 용도 변경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중소무역업체 사장인 강모씨(59)는 지난해 6월 구로구 고척동에 있는 20년 된 주택을 감정가 1억9270만원의 70%선인 1억3500만원에 낙찰 받았다. 주택 인근에 각종 공장과 동양공전이 위치해 소형 주택 임대 사업이 가능하리라는 판단이었다. 대지 171㎡, 건물 247㎡에 지하1층 지상2층 주택으로 전면 6m 도로에 접해 있어 투자 가능성이 높았다. 각종 세금 및 경비로 1500만원, 개보수 비용으로 2000만원 등 3500만원을 들여 전면 개보수를 해 방 12개를 만들었다. 올해 2월부터 세를 줘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 200만원의 고정수익을 얻고 있다.

중소형 단독주택 경매는 취하율이 높은 편이다. 통상 금융권의 대출액이 적어 경매 진행 중 채무자가 서둘러 채무금액을 갚아 버리는 경우가 많아서다. 되도록 채권금액이 많아 변제 가능성이 없는 물건을 고르는 게 훨씬 유리하다. 또 토지나 건물을 제외한 후 경매에 붙여지기도 하므로 현장 답사를 통해 토지나 건물, 제시 외 건물이 경매 대상에 포함되는지 여부를 반드시 확인하고 입찰해야 한다.

지은 지 오래된 단독주택 중에는 건물 상태가 노후해 개보수가 불가능할 정도로 낡은 주택도 있다. 건물의 내외부를 살펴 구조부(벽·기둥·바닥·들보·지붕 등)에 하자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너무 낡은 주택은 증개축 시 면적이나 층고가 늘어나면서 건축법에 저촉돼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많다. 입찰 전 개보수 전문가로부터 미리 자문을 받아둬야 한다.

도심 구옥 밀집 지역 내 주택 중 간혹 도시 정비의 일환으로 신설 소방도로 예정부지에 편입된 노후 주택들이 있다. 이럴 경우 주택의 일부가 소방도로로 편입돼 낭패를 볼 수 있다. 입찰 전 해당 지자체 지적 관련 부서에서 (소방)도로 편입 예정지인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지목이나 경계가 뚜렷이 나타나지 않은 주택은 주거 밀집지나 오래된 단독주택 밀집지 내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응찰 전 지번과 지적도를 대조한 후 반드시 현장을 찾아 경계를 확인해봐야 한다.

경매 단독주택 입찰 시에는 철저한 권리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임대차 관계 등 권리분석, 특히 세입자가 많을 경우 집 비우기(명도)가 쉽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입찰 전 세입자들을 만나보고 예상 배당표를 작성해 세입자의 입장을 두루 살펴야 한다. 세입자들이 배당금을 받는지 또는 한 푼도 못 받는 경우가 있는지, 이사 계획은 어떤지를 미리 가늠해 보고 입찰 전략을 짜는 게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