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중심가격 읽고 대응하라

 시장은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다. 최근 주식시장의 패턴을 보면 이 말이 절실하게 느껴진다. 20년 이상 한 우물만 판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1200 수준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비관론과 1600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낙관론이 팽팽하게 나눠지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수십 년간 주식시장을 분석하고 경험한, 나름대로 선견지명이 있고 예측능력이 뛰어나야 할 전문가들이 같은 현상을 놓고 극단적으로 갈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의사결정을 하고 누구를 믿고 따라가야 하는가 라는 의문이 든다.

통계적이고 수치적으로 접근하라

지금 투자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아무도 믿지 말고 어떤 의견이 왜 그렇게 나왔는지에 대한 중요 포인트만 찾아내고 시장이 주는 현상에 집중하는 자세다. ‘누가 이렇게 간다고 했어’, ‘누가 이 종목이 대박날 거래’ 하는 접근 방식으로 주식투자에 임하지 말고 ‘어떤 시각이 충돌되는데 그런 가운데 실제 시장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가’ 하는 시장 중심적 사고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시장은 예측의 영역이 아니라 대응의 영역이라는 구태의연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시장의 중심이 어떻게 움직이는가, 이를 파악하는 전략적 직관과 통계적이고 수치적인 접근을 강조하고자 하는 것이다. 극사실주의적 감각으로 시세가 주는 정보의 노이즈 현상을 제거할 수 있는 시스템적 사고와, 수치가 제공하는 극사실적 통계에 근거해 의사결정을 하자는 얘기다.

시장은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인지적 오류의 늪에 빠지게 하는 마력을 지녔으니 그 늪에서 벗어나 의사결정을 하는 시스템적 사고훈련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장의 급격한 변동성과 그 변동을 촉발하는 원인에 휩쓸릴 것이 아니라 여러 변수에도 불구하고 중심가격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뽑아낼 수 있는 실력을 길러야 한다.

개인적으로 향후 종합지수가 1200을 하향하든 1600을 돌파하든 상관없다. 필자는 누구도 그것을 맞출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보다는 어떤 상황이 오든 그에 적합한 자금 배분과 시나리오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시장이 제공하는 중심가격의 변화를 체크하면서 전략의 중심을 이동해가는 대응감각이 필요한 것이다.

좀 더 쉽게 풀어보자. 필자는 시장의 중심가격 변화를 종합지수의 변곡점 대비 중심가격의 변화로 측정한다. 혹자는 인터넷 주식 사이트를 통해 향후 6~10개월 안에 종합지수가 지난해처럼 급락파동하는 대공황 시나리오까지 전개시키면서 공포심을 증폭시키는 예측을 하기도 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장담할 수 있는지 반문하고 싶다.

지난해 10~11월에 코스피가 500~ 700까지 폭락할 테니 펀드를 해약하고 주식을 전량 매도하라고 부추기면서 일반 투자자들이 극단적 혼란 속에서 손절매하게 만든 것은 아무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는 시장의 흐름을 지나치게 예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 후 시장은 1400까지 상승했다. 당시 펀드를 반 토막에서 손절매한 투자자와 불안한 시기를 인내하고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의 자산가치는 하늘과 땅 차이로 벌어졌을 것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극단적인 하락파동이 다시 전개될지 지속적으로 저점을 높이면서 상승할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다시 일반 투자자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예단들이 판을 치는 상황이다. 또다시 과도한 예단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필자는 대공황 때 다우지수 패턴을 연구해 그것을 코스피지수와 접목해보고 실제 시장의 중심가격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체크하면서 경계경보를 하는 중심가격의 변화를 사전 인지기능을 통해서 시스템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자체적인 경보 시스템 구축하라

일각에서는 대공황 시 다우지수의 첫 급락파동 비율이 -47.8% 급락 후 48% 반등했으며 이를 현재에 적용하면 코스피지수도 급락 후 반등했다가 에코버블로 다시 급락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그렇게 될지 되지 않을지는 거시경제지표의 세계적인 동향에 의해 결정될 것이지만 그 흐름을 다우지수 같은 지표에서 읽어내려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지표들은 대공황 시와 다른 흐름을 보인다.

한국의 경우 첫 하락파동의 하락률은 대공황 때 -47.8%보다 큰 -57.2%로 주가지수는 892까지 떨어졌다. 되반등 폭도 다소 다르다. 대공황 당시를 기준으로 48% 상승인 1320가 아닌 1217에 머문 것이다. 그 후 한국 증시는 재차 급락하지 않고 상승세로 돌아서 1400을 돌파했다. 

관건은 그 다음의 흐름인데 이때 정말 중요한 것은 ‘반드시 이렇게 될 것이다’는 결정론적 시각으로 접근하지 말고 시장이 제공하는 중심가격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정론적 시각으로 보면 미리 정해놓은 결론에 맞는 경제적 지표에만 집중하게 되는 전문가의 오류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중심가격의 변화란 각 변곡구간마다 코스피지수 중심가격의 위치 변화를 가리킨다. 일단은 정규분포상 중심가격의 변화로 흐름을 판단하는 것이 좋다. 극단점에서 발생하는 블랙스완 현상은 중심가격이 위 꼬리든 아래 꼬리든 극단점을 공격할 때 활용하고 우선은 정규분포상의 중심가격의 변화로 트렌드를 체크하는 것이다. 그 동안 각 변곡구간의 중심가격은 위 그래프와 같다.

그래프를 보면 중심가격이 ‘3월 위기설’이 난무하던 구간에서 높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전에는 1054~1069 안에서 중심가격이 움직였다가 지난 2월7일 1227에서 992까지 하락한 후 3월 위기설 속에서 저점이 높아졌다. 그리고 외국인의 집중매수가 지속되면서 6월2일 현재 중심가격은 1214으로 높아진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여러 가지 거시경제변수가 변화하고 향후 시장의 변동성에 영향을 주는 변수들이 중심가격의 변화에 원인을 제공할 테지만 현재는 중심가격 1214만 훼손되지 않는다면 추세흐름은 큰 변화 없이 유지될 것으로 판단한다.

이것을 더 세분화하면 추세 전환의 중요 변곡구간으로 작용한 지난 3월3일 992에서 6월2일 1437의 중심가격을 4등분 법칙으로 세분화해서 50%의 중심가격 1214와 75%의 중심가격 1325를 체크하고, 75% 중심가격이 60일 이동평균선(6월16일 현재 1350)에 위치하고 있으니 60일 이동평균가격만 지지해주는 상황이면 추세는 유지된다는 단순논리로 접근하는 것도 바람직해 보인다.

그리고 시스템 경고수위는 50%든 75%든 각자 투자 규모와 자금 배분 수준에 따라 설정하면 될 것이다. 또한 같은 구간에서 인덱스 변화율과 각 업황별 선도주 변화율을 비교해서 각자 리스크 경고음을 울리는 변곡점을 정해 놓고, 그 선이 붕괴하면 리스크 관리를 하는 전략에 들어간다는 원칙으로 시장에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그렇게 하면 1200선이 붕괴하든 1600선을 돌파하든 시스템적 사고로 자산가치를 조절하는 원칙을 세울 수 있고 실제 시장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무극(無極)선생이라는 필명으로 알려진 재야 고수. ‘절대적인 투자기법이란 없으며, 주식투자의 성공은 시간 여행자의 몫’이라는 투자 철학을 갖고 있다. 재야 고수들이 ‘개미 투자자를 위한 분석’을 기치로 세운 새빛리서치센터의 초대 센터장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