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에 주식시장이 많이 회복되면서 투자자들의 속을 썩였던 펀드들이 대부분 마이너스 수치를 낮춰가는 추세다. 그 동안 마음고생을 겪었던 펀드 투자자들로서는 이런 분위기를 이용해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고자 하는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포트폴리오 재조정은 어떤 기준으로 해야 할까.

상황에 휩쓸려서는 곤란 …

재무 목표 고려해 조정해야

대기업 부장인 김모씨는 펀드만 생각하면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다. 괜히 급한 마음에 펀드에 덜컥 투자했다가 몇 해째 마음고생이 이만저만 아니다. 김씨가 펀드 투자에 나서게 된 것은 건강 때문이었다. 몸이 좋지 않아 병원에 다니다 보니 하루 빨리 회사를 그만두고 싶었다. 단기간에 노후 자금을 마련한 다음, 조기 은퇴할 계획이었다. 이 때문에 김씨는 결국 퇴직금 중간 정산으로 받은 7억원을 펀드에 투자하기로 마음먹었다. 2007년, 당시 분위기라면 머지않아 목표금액인 10억원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김씨가 투자한 펀드 포트폴리오는 차이나 펀드, 아시아 펀드, 브릭스 펀드 등 3개다. 하지만 이후 글로벌 경제가 나락에 빠지면서 모든 펀드가 결국 반 토막이 됐다. 최근 주가 반등으로 펀드 수익률이 어느 정도 회복되긴 했지만 아직까지도 마이너스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김씨와 같은 괴로운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김씨의 펀드 투자는 애초부터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위험한 투자였다는 점을 지적하겠다. 무엇보다도 단기간에 고수익을 올려 노후 자금을 마련하려는 목표가 잘못된 것이다. 목표를 지나치게 앞세운 탓에 전체적인 투자 위험을 고려하지 못했다.

실패 요인 중 또 하나는 편향된 포트폴리오를 꼽을 수 있다. 김씨가 투자한 차이나 펀드, 아시아 펀드, 브릭스 펀드 등은 모두 해외 펀드인 데다 이머징 마켓(신흥시장), 특히 중국에 집중된 펀드들이다. 이들은 가파른 경제 성장 때문에 주가의 등락이 상대적으로 심한 특징이 있다. 장기적으로는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투자 위험 역시 높은 국가와 지역에 집중 투자한 셈이다.

그렇다면 이제라도 펀드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해야 할 것이다. 본격적인 조정에 앞서 펀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것은 어떤 경우에 해야 할까?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장 상황을 좇아서 조정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이다. 즉, 펀드가 손실 났다고 해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투자 방법이다. 자칫 예상과 다르게 엇박자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주가가 떨어져 손실이 난 주식펀드 비중을 줄이고 채권펀드로 옮기는 식이다. 그런데 막상 주식펀드 비중을 줄이면 주가가 다시 반등하는 경우가 자주 생긴다. 반대로 주가가 올라서 주식펀드 비중을 늘리고 나니 주가가 하락세로 돌아서 더 많은 손해를 보는 경우도 많다.

그렇다면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펀드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야 하는 경우는 언제일까.

첫째, 김씨와 같이 투자 위험이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높은 상황이다. 아무리 장기 전망이 좋고 잘 짜인 포트폴리오라도 투자 위험이 자신의 인내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면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다. 결국 단기적인 등락을 참지 못하고 환매해 버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투자 기간 길수록 주식 비중 높여야

둘째, 애초 생각했던 투자 목표가 변경되거나 달성된 경우다. 예를 들어 자녀 대학 입학금 마련을 위해 펀드에 투자하기 시작했는데 회사에서 자녀 학자금을 지원해 주기로 했다면 더 이상 투자 목표를 유지할 필요가 없게 된다. 따라서 펀드 포트폴리오 조정을 해야 한다.

셋째, 주가 상승이나 하락으로 애초 정한 포트폴리오가 크게 바뀐 경우다. 예를 들어 주식펀드 50%, 채권펀드 50%씩 투자하기로 했는데 주가가 많이 올라서 주식펀드 비중이 80%로 높아졌다면 주식펀드의 30%가량을 채권펀드로 옮겨 다시 50 대 50의 비중을 맞추는 식이다.

김씨의 경우 포트폴리오 조정을 위해서는 투자 목표 수립부터 다시 할 필요가 있다. 노후 생활 자금으로 가능한 빨리 10억원 마련을 목표로 삼고 있는데, 이 목표가 적절한가에 대해 점검해야 한다. 김씨의 생활수준과 평균 수명, 노후에 예상되는 간병비 등을 충분히 감안해 은퇴 목표를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 노후 생활 자금으로 목돈을 마련하는 것도 재고해야 한다. 은퇴 후 목돈이 있으면 자칫 상속이나 증여 등의 문제로 가족 사이에 분란이 일어날 수도 있으며 생전 안 해본 사업을 하려다가 한꺼번에 날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일 치매 같은 병에 걸리면 통장에 얼마가 있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할 수 있다. 따라서 노후 준비는 목돈 마련보다 연금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투자 목표를 재점검하다 보면 자연스레 투자 기간에 대해서도 재조정이 필요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투자자들은 은퇴 준비를 위한 투자 기간을 짧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현재 남편이 55세인 부부라면 앞으로 60세에 은퇴한다고 봤을 때 ‘은퇴가 가까운 만큼 보수적으로 채권 위주의 투자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은퇴 전 기간과 투자 기간을 혼동한 것이다. 숨겨놓은 자산이 없다면 많은 사람들은 은퇴 이후 그 동안 투자했던 자금으로 살아가야 한다. 이런 상황이라면 이들의 투자 기간은 ‘사망할 때까지’로 연장돼야 한다. 이 연령대 평균적인 건강상태의 남성은 평균 잔여수명이 20년 정도 된다. 20년이라는 투자 기간은 인플레이션 위험이 주가의 변동성 위험보다 크기 때문에 그들의 포트폴리오에는 주식이 비중 있게 포함돼야 할 것이다. 은퇴가 얼마 안 남았다고 해서 채권 위주로 운용하면 안 된다는 얘기다.

이처럼 투자 기간을 짧게 평가하면 포트폴리오에서 주식의 비중을 지나치게 낮춰 자칫 인플레이션 위험에 노출되기 쉬운 문제가 있다.

따라서 은퇴 목표와 투자 기간에 따라 전체적인 주식과 채권 자산의 투자 비중을 정하고 각 자산 내 적합한 금융 상품을 선택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이런 식으로 하나하나 절차를 밟아야 자신에게 맞는 투자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다. 결국 이렇게 정한 포트폴리오와 현재 포트폴리오를 비교해 일부 펀드는 환매하고 적절한 금융 상품에 새로 가입하는 식으로 조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매우 전문적이어서 투자자 스스로 하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따라서 김씨의 상황에 맞게 재무 계획을 세워줄 전문가를 찾는 것이 우선 해결해야 할 과제다.

펀드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때 몇 가지 염두에 둬야 할 것이 있다.

첫째, 포트폴리오 점검은 1년에 한 번쯤이 적절하다. 지나치게 자주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둘째, 펀드 환매와 가입은 한꺼번에 하기보다는 여러 번 나눠서 하는 것이 좋다. 가격 등락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 분할 매수, 분할 환매 전략으로 조정한다.

끝으로, 펀드 포트폴리오 조정은 결코 수익률이 기준이 아니라 자신의 재무 목표라는 점을 반드시 인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