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보다 시장을 믿는다면 인덱스 펀드가 정답

2009년 6월 현재 국내에는 총 9326개의 펀드가 출시되어 있다. 펀드 1만 개 시대가 올 날도 얼마 남지 않은 듯하다.

이렇게 펀드 상품의 수가 많아짐에 따라 투자자들에게는 펀드를 선택하는 일이 개별 주식을 고르는 것보다도 더 어려운 일이 되어 가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에는 총 1651개의 종목이 상장되어 있다. 펀드 수가 종목 수보다 5배 이상 많은 것이다.

이쯤 되면 좋은 펀드 고르기가 ‘하늘의 별 따기’란 말이 나올 만도 하다. 보통은 개별 종목 선별이 어려워서 전문가에게 운용을 맡기기 위해 펀드에 가입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정작 펀드도 액티브형, 인덱스형, 해외 펀드 등 너무나 다양하다. 개인 투자자들로서는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펀드가 무엇인지 판단하기가 만만치 않은 것이다.

그러나 주가가 오르면 왜 내가 주식형 펀드에 가입하지 않았나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 어렵더라도 펀드의 유형에 대해 알아둘 필요는 있다.

액티브형과 인덱스형을 비교해 보자.

액티브 펀드는 펀드매니저가 적극적으로 운용하면서 시장, 즉 벤치마크(비교 지수)보다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펀드다. 인덱스 펀드는 KOSPI 지수나 KOSPI200 지수처럼 주식시장 전체나 대형 우량주 등 일정 범위 안에 드는 종목들의 주가 평균(지수)만큼 성적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따라서 액티브 펀드와 인덱스 펀드 중 어떤 펀드를 선택하느냐의 문제는 결국 펀드매니저와 시장 중 어느 쪽을 더 신뢰하느냐의 문제와 같다.

 갈수록 좁아지는 액티브 펀드 입지

투자기법이 고도화되고 정보매체가 발달함에 따라 시장에서의 경쟁은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 여기에다 엄격한 공시제도의 도입 등은 시장을 더욱더 효율적으로 만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반 액티브 펀드가 시장을 초과하는 성과를 올리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2005년과 2007년에는 국내 액티브 펀드가, 2006년에는 해외 펀드가 주식시장을 초과하는 성과를 내 아직까지는 인덱스 펀드에 대한 관심이 미진하다. 그렇다 해도 이러한 자산시장의 거품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는 없으므로 지금 시점에서는 인덱스 펀드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하겠다.

선진 시장인 미국의 경우 최근 10년간 전 기간에 걸쳐 성장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이 S&P500지수 수익률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에서도 비슷한 실정이다. 2009년 4월9일 기준으로 5년 이상 운용된 펀드를 살펴보았을 때 인덱스 펀드의 97%가 비교 지수 수익률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반면, 액티브 펀드는 절반이 조금 넘는 59%만이 시장 수익률을 웃돌았다. 5년 전 투자자가 주식형 펀드를 선택할 때 액티브 펀드를 선택했다면 시장보다 저조한 수익률을 거뒀을 확률이 41%나 된다는 얘기다. 이는 아무리 적극적으로 운용한다고 해도 장기간 연속해서 시장보다 우월한 성과를 보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준다. 펀드매니저의 주관보다는 시장에 상응하는 수익률을 추구하는 인덱스 펀드가 매력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국 오마하의 현인이라 불리는 워렌 버핏 버크셔 헤더웨이 회장도 “인덱스 펀드에 주기적으로 투자하면 초보자라도 전문가 대부분을 이길 수 있다. 저비용 인덱스 펀드는 본래부터 투자자에게 유리하며, 주식 투자를 원하는 사람에게 최상의 선택이다”라고 말했을 정도다.

인덱스 펀드는 지수를 구성하는 여러 종목에 분산 투자하므로 특정 종목 집중투자에 따른 위험이 적다. 운용을 위해 별도의 리서치 조직도 필요하지 않다. 매매 회전율도 낮아서 운용비용이 저렴한 장점이 있다. 또, 운용 방법이 주가 지수 구성종목을 동일하게 매수하여 보유하는 것이기 때문에 펀드 포트폴리오 구성 내역이 투명한 것도 장점이다.

주식 편입비율 조절 않아 약세장서 ‘허약’

그러나 인덱스 펀드는 주식 편입비를 조절하지 않기 때문에 약세장에서는 수익률 방어에 취약한 면이 있다. 극단적인 소형주 강세형 장세나 테마주 급등 장세에서도 일반 액티브 펀드에 비해 수익률이 저조할 수 있다.

최근 들어 KOSPI200을 추종하는 데서 벗어나 특정 산업 섹터(반도체 업종, 자동차 업종 등)나 스타일(가치주, 성장주 등) 관련 지수를 추적하는 인덱스 펀드들이 활발히 출시되고 있다. KOSPI200 인덱스 펀드와 기타 인덱스 펀드 중에는 인덱스 펀드의 한 종류인 ETF(상장지수펀드: Exchange Traded Fund)도 있다. ETF는 인덱스 펀드를 거래소에 상장시켜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게 한 것으로, 인덱스 펀드와 주식의 장점을 모두 지닌 상품이다.

‘펀더멘털 방식’활용, 지수펀드 등장

또한 같은 주식에 투자하더라도 기존의 시가총액 방식 대신 유동주식만을 대상으로 한 지수나 펀더멘털 방식을 활용한 지수 펀드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펀더멘털 방식은 시장에서 보다 진화된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기존의 단순 시가총액 방식의 인덱스 펀드는 고평가된 주식의 비중이 높다는 단점이 있다. 이와 달리 펀더멘털 방식의 인덱스 펀드는 매출액, 순자산가치, 현금흐름 등 기업의 내재가치를 분석하여 종목 구성비를 결정하게 된다.

이러한 펀더멘털 방식을 활용한 대표적인 펀드 중 하나가 지난 5월에 삼성투신운용에서 출시된 ‘삼성그룹 밸류인덱스 펀드’다. 현재 이 펀드에는 삼성그룹의 18개 종목이 편입되어 있어 다른 삼성그룹주 펀드와 종목 구성은 비슷하다. 하지만 삼성전자(10.20%)와 삼성SDI (10.12%)의 편입 비중이 엇비슷해 다른 삼성그룹주 펀드와 차이를 보인다.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삼으면 6월16일 현재 시가총액 1위에 코스피 비중 11.57 %인 삼성전자와 38위에 코스피 비중이 0.58%인 삼성SDI는 절대 비슷한 비중으로 펀드에 편입될 수가 없다. 이것이 내재가치를 감안한 펀더멘털 방식 인덱스 펀드의 특징이다.

끝으로 펀드 투자에 있어서 변하지 않는 원칙을 강조하고 싶다. 펀드 투자자들은 자신이 예상했을 때 향후 투자 성과가 더 좋을 것으로 보는 자산이나 스타일, 테마 등을 선택해서 적절히 본인의 자산을 배분할 것이다. 하지만 그 투자 방법만은 액티브 방식보다 벤치마크를 추종하는 인덱스 방식이 가장 효율적이란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