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을수록‘알짜’… “헌집 줄게 새집 다오”

소액 경매물건의 대표격인 빌라의 몸값이 수직상승 중이다. 예전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비인기 종목이었는데 집값이 뛰고 도시 곳곳에 재개발과 뉴타운 개발이 이루어지면서 소형 다세대·연립주택이 경매 시장 최고 인기 상품으로 부상하고 있다. 매월 전국에서 3000여 건의 빌라가 경매에 나오는데 그중 중소형 빌라의 비율이 60%대를 넘는다. 빌라의 낙찰가율은 전국 평균 75~80%이고 서울은 90% 정도다.  

중소형 빌라가 경매 시장에서 인기를 끄는 이유는 아파트처럼 권리분석과 물건분석이 간단해 초보자도 접근하기 쉬운 데다 소액 투자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빌라에 거주하는 세입자들은 대개 소액 임차인이거나 전세보증금이 소액이어서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소액보증금의 우선 변제를 받거나 배당에 참여해 전세금을 되찾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거센 명도저항을 겪지 않고도 손쉽게 권리 이전을 받을 수 있다.

아파트에 비해 낙찰가율이 다소 낮아 값싸게 내 집을 마련하거나 소액 투자를 할 수도 있다. 특히 도심 노후 주택 밀집지역은 향후 재개발·재건축 가능성이 있어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투자에 나설 수 있다.

명도 가능성 여부 확인 ‘필수’

평균 낙찰가율이 80%선인 아파트 경매에 비해 빌라는 낙찰가율이 높지만 감정가 자체가 낮게 잡혀 있고 입찰 경쟁률도 낮다. 특별히 좋은 매물이나 재건축·재개발 호재를 만나지 않으면 거의 5 대 1을 넘지 않는다. 소형 빌라 감정가는 통상 5000만원대부터 시작한다.

도심의 소형 주택 공급 부족이 심화되고 있는 상태에서 소형 빌라는 전천후 투자대상이다. 싸게 낙찰 받아 세를 주면 전세금으로 즉시 회수할 수 있고 값싸게 매입한 후 일정기간 세를 준 다음 되팔 수 있어 환금성이 높다. 노후 빌라가 재개발·뉴타운, 재건축 추진이 될 경우 아파트와 달리 안전진단이 없어 사업 속도가 빠르고, 전매제한이 없어 추후 시세차익이 가능하다.

재개발·재건축 가능성이 높은 도심 노후 주택 밀집지역 내 소액 매물은 추후 개발에 따른 이익이 보장된다. 입찰가격을 조금 높게 쓰더라도 낙찰 받는 게 좋다. 투자성이 있는지 여부를 따지려면 우선 지역 여건을 잘 파악해 임대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빌라들이 집단적으로 모여 있는 지역이나 역세권 빌라에 투자하는 게 유리하다. 교통여건과 주변 주거환경이 양호해야 투자성이 높다.

투자금액이 적고 당장 살기에 적당한 주택이지만 나중에 쉽게 팔리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가격이 싸고 마음에 든다고 입찰을 쉽게 결정하면 후회할 수 있다. 특별한 호재가 없는 한 투자성 측면에서 불리하므로 실거주 또는 임대, 호재 여부 아니면 신중하게 입찰해야 한다. 

지은 지 오래된 지하 다세대·연립주택 중에 대지지분이 지상층 세대만 나누어 할당되고 지하층에는 대지지분이 아예 누락된 경우가 종종 있다. 1990년 이전에 지어진 경우 지하 세대의 대지지분에 대해 소유권을 명확하게 정리해 주지 않아 발생한 경우인데 이런 주택을 낙찰 받으면 대지지분이 없어 구분 소유의 입주자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야 하거나 재건축 시 불리하다.

소형 빌라일수록 명도저항이 거세고 명도에 애를 먹는 경우가 많다. 거주하는 임차인이 한 푼도 못 받고 쫓겨나는 주택보다는 최우선변제 소액임차인이나 우선 배당을 받는 임차인이 거주하는 주택을 고르는 것이 명도에 수월하다. 

대지지분 넓을수록 유망투자대상

대부분 건설 경기가 좋을 때 분양가 통제를 받지 않는 19세대 이하 소규모 세대에 단일 평형의 단지가 많다. 단지 규모를 제법 갖추고 세대수가 많은 연립 형태의 빌라가 유리하다. 개인업자가 날림으로 지은 것보다 기왕이면 지명도 있는 업체가 지은 주택이 훨씬 좋다.

다세대·연립 경매투자의 핵심은 최대한 취득원가를 낮추는 데 있다. 환금성이 떨어지는 주거시설이므로 특별한 호재가 없다면 최소 1~2회 유찰해 가격 거품이 빠진 물건을 골라야 한다. 연립주택은 일정 규모의 단지가 형성돼 있는지도 살펴야 한다. ‘나 홀로 빌라’거나 세대수가 적으면 주거환경이 열악해 환금성 면에서 불리하다.

대지 지분은 빌라 경매에서 눈 여겨 봐야할 체크 항목이다. 대지 지분이 넓으면 재건축 시 인근 주택들과 연합해 미니 재건축 사업을 벌여 집을 넓혀 지을 가능성이 높다. 서울, 수도권에는 대지가 넓고 지은 지 20년 이상 된 노후 빌라들이 많아 유망 투자대상으로 삼을 만하다.  

자금대별 소형 빌라 경매투자는 전략이 필요하다. 5000만원 미만은 서울 강북 또는 외곽의 비인기 지역 내 반지하 원·투룸 다세대, 서울과 경기 접경지역이나 수도권 외곽 주택가에 원·투룸 반지하 및 지상 다세대, 광역시와 지방도시 주택가의 중소형 지상 투룸 다세대와 연립주택 경매 취득이 가능하다.

5000만~7000만원대는 서울 외곽 비인기 지역 내 방 1~2개짜리, 수도권에 방 2개, 지방의 경우 방 2~3개 번듯한 중형 평형대 빌라를 낙찰 받을 수 있다. 서울 부도심 주택가에 지은 지 오래되지 않은 반지하 물건 중 방 2~3개짜리도 종종 눈에 띈다. 수도권의 경우에는 선택의 폭이 넓은 편이다. 지하철과 연계된 부천·인천·남양주·구리 등 수도권 일대 교통 편리한 곳의 방 2개짜리 빌라가 이 금액에 심심찮게 경매 시장에 나온다. 

7000만~1억원대는 금액대가 적지 않은 만큼 투자 대비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다. 1회 유찰 시 저감되는 금액이 높아 소액매물보다 좀 더 싼 금액에 낙찰 받을 확률이 높다. 서울 부도심과 주택가의 원·투룸 빌라, 외곽지역은 투룸 이상을 낙찰 받을 수 있고 수도권의 경우 빌라단지의 정비가 잘 된 저층 중소형 빌라를 20% 정도 값싸게 낙찰 받을 수 있다. 되도록 수도권 개발예정지 주변에서 감정가가 낮게 평가된 방 2개짜리 경매물건을 고르고 외곽지역은 중형 평형으로 지은 지 4~5년 된 물건을 노릴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