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주식·펀드·보험 거래 통장 하나로 ‘OK’

금융회사들이 은행·증권·보험·신용카드 등을 종횡무진 넘나드는 복합(컨버전스) 금융 상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지난 2월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으로 금융회사 간 벽이 허물어지면서 다양한 상품 개발이 가능해진 데 따른 것이다. 특히 금융지주회사들이 이 같은 복합 금융 상품 출시 경쟁에 앞장서고 있다. 최근 금융위기 여파로 ‘혼자서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은행, 증권, 보험, 캐피탈 등 그룹 계열사들이 힘을 모아 시너지를 한층 더 높여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금융회사들은 이종(異種) 금융 상품 간 결합을 통해 개별 금융 상품의 약점을 최소화하는 한편, 장점을 극대화하고 있다. 금융회사들은 까다로운 투자자 입맛에 맞춰 고객 확보를 위해 복합 금융 상품을 내놓고 있지만, 투자자 입장에선 잘만 활용하면 플러스 알파(+α)의 수익을 챙길 수 있다. 

거래 실적 ‘쑥쑥’, 특별 서비스 ‘짱짱’

국내 금융 그룹들은 여·수신은 기본이고, 카드, 펀드, 보험 상품까지 모두 판매하는 일종의 ‘금융백화점’이나 다름없다. 증권사나 보험사와 연계된 상품 등의 개발, 판매에도 활발하게 나서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고객들에게 이른바 ‘원스톱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그런데 금융 그룹들이 고객들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키면서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계열사 간의 유기적인 결합이 필요하다. 마치 거미줄처럼 은행, 증권, 보험, 소비자금융 등이 상하좌우로 얽혀 복합 서비스 체제를 갖춰야 한다는 뜻이다. 일정 금액 이상을 카드로 결제하면 예·적금 금리를 우대해주는 것도 시너지 창출을 위한 금융 그룹들의 틈새시장 공략 전술이다.

이미 이들 금융 그룹은 시장 흐름과 정책 변화에 맞춘 상품 개발을 위해 영역 철폐도 서슴지 않고 있다. 고객 입장에서도 이 같은 금융회사들의 복합 금융 상품 출시 경쟁은 반가운 일이다. 일반 금융 상품보다 복합 금융 상품에 가입하면 거래 실적을 쌓기가 수월한 데다 우대 금리와 특별 서비스를 챙기기도 쉽기 때문이다.

지난 4월 KB금융그룹은 지주회사 출범 이후 첫 복합 금융 상품인 ‘KB 플러스타 통장’을 출시했다. 통장 하나만 갖고서도 은행 거래와 주식 거래를 동시에 할 수 있다는 게 특징. 은행 계좌와 증권 계좌를 별도로 관리해야 했던 불편을 없앤 것이다. KB투자증권을 통한 주식 거래에도 활용할 수 있는데, 특히 증권 매수 증거금에 대해서는 매수 주문일로부터 매수 대금 출금일 전날까지 연 4%의 고금리를 제공한다.

함께 선보인 ‘KB 플러스타 세이브(SAVE) 카드’는 카드 사용실적의 최대 4%, KB 플러스타 통장 연계 증권 계좌를 통한 주식 매매 수수료의 5%가 금융 포인트로 적립된다. 적립된 금융 포인트는 대출 이자 자동납부, 통신요금 자동차감, 특정 보험 상품 보험료 자동차감 등에 쓸 수 있고, 증권 예수금으로 전환해 주식 투자 자금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신한금융그룹도 지난해 만 18세 미만 어린이와 청소년 전용상품인 ‘신한Kids&Teens클럽’을 그룹 차원에서 공동 출시했다. 예·적금 상품, 펀드, 변액보험, 체크카드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자녀 교육비를 고민하는 30~40대 부모들에게 반응이 좋다는 평이다.

여윳돈은 고금리 계좌로 자동이체

보통예금 계좌 잔액이 일정 규모를 넘으면 초과분이 고금리 계좌로 자동이체되는 ‘스윙 어카운트(Swing account)’ 방식 상품들도 관심을 끈다. 이들 결합상품은 대개 카드대금 결제 등 보통예금 계좌를 통해 결제되는 자금에서 잔액 부족 문제가 발생하면 자금이 ‘고금리 상품→보통예금’으로 거꾸로 이체되는 ‘역스윙(Back-swing)’ 서비스도 함께 제공한다.

하나은행은 보통예금 계좌와 계열사인 하나대투증권의 자산관리 계좌(CMA)를 연계한 ‘빅팟통장’을 판매하고 있다. 하나은행에서 이 통장에 가입하면 ‘하나 빅팟CMA’로 자동 연결되며, 가입고객은 여유자금이 생길 때마다 CMA 계좌로 이체해 연 2~3% 안팎 금리로 자금을 운용하거나 증권거래를 할 수 있다.

우리은행의 ‘우리AMA통장’은 기본계좌와 연 2%대 금리를 제공하는 저축MMDA(수시입출금식예금) 계좌 등 2개 계좌를 하나로 연결했다. 100만원을 초과하는 부분을 기본계좌에서 저축MMDA 계좌로 자동이체(Auto-swing)해 이자를 지급하고, 신용카드 지급 요청 등이 있으면 기본계좌로 역이체하는 방식이다.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현금자동인출기 이용 시 수수료를 면제해 주는 등 우대 혜택이 있다.

기업은행의 ‘아이플랜 급여통장’은 잔액이 100만원을 넘으면 연 3% 안팎의 고금리를 제공하고, 그 이하면 고시 이율을 적용하는 상품이다. 아이플랜 급여통장은 다른 계좌로 이체해야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는 다른 은행 상품과 달리 가상 계좌를 이용해 같은 계좌 안에서 스윙과 역스윙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신용카드도 은행 서비스와 결합한 다양한 복합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OK캐시백 포인트를 은행 대출이자 상환 등 각종 금융거래에 쓸 수 있게 한 ‘하나캐시백’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1포인트가 현금 1원에 해당하는데, 카드 사용실적 등에 따라 포인트가 매월 부여된다.

SC제일은행도 최근 적립식 펀드와 신용카드를 연계해 카드 사용액의 1%를 펀드에 투자할 수 있는 복합 금융 상품을 내놨다.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국내 주식 적립식 펀드와 신용카드를 결합한 게 특징이다. 이 은행이 판매하고 있는 적립식 펀드 ‘KB스타 한국 인덱스 주식투자신탁’에 가입한 뒤 ‘스펜드 & 세이브 신용카드’를 신청하면 된다.

펀드 가입 고객이 스펜드 & 세이브 신용카드를 사용하면 매달 카드 사용액의 1%가 펀드 계좌로 자동 입금된다. 매월 고객이 정한 적립액은 물론 카드 사용액의 1%가 현금으로 펀드에 투자되는 식이다. 예를 들어 매달 30만원씩 펀드에 투자하는 고객의 지난달 카드 사용액이 500만원이라면 다음 달 펀드에는 적립액 30만원에 카드 사용액의 1%인 5만원이 더해져 총 35만원이 적립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