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을 키워 판매하는 것은 사업 아이템으로 어떤 가치가 있을까. 매출이나 이익은 잘 나올 수 있을까? 산업이 되긴 하는 걸까? 놀랍게도 이런 아이템으로 작년에 연매출 184억원을 올리고, 영업이익률도 무려 40%에 육박하는 흥미로운 기업이 있다. 심지어 코스닥 시장에서 거래되는 어엿한 상장사다. 웰빙과 녹색성장이라는 시대적 테마와 부합하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이 기업은 바로 ‘세실’이다.

해충잡는 ‘천적’팔아 매출 ‘쑥쑥’  

친환경농업 붐타고 이익률 ‘쑥쑥’

퀴즈 하나. 한국인들이 농산물을 살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요소는? 답은 ‘안전성’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작년에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들은 상품의 안전성(27.7%), 품질(맛)(26.5%), 생산국가(24.5%), 가격(19.6%), 브랜드(1.7%) 순으로 농산물 구입 시 의사 결정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잊을 만하면 멜라민 파동 같은 식품 관련 안전사고가 터지곤 하는 와중에, 우리나라 국민소득은 어느새 2만달러 수준을 넘어설 만큼 살림에는 여유가 생겼다. 이를 감안하면 ‘끼니 때우기’에서 ‘맛있는 음식 찾기'로 관심을 돌린 사람들이 이제는 좀 비싸더라도 ‘안전한’ 음식을 찾을 거라는 논리를 떠올려 볼 만하다. 실제로 지난 4월에 친환경 농산물 생산량이 국내 총 농산물 생산량의 10%를 돌파했다는 농림수산식품부의 통계 발표는 이 같은 시대 흐름을 여실히 반영한다.

해충 잡는 천적을 공급하는, 즉 생물학적 방제전문기업 세실은 그런 점에서 주목할 만한 기업 중 하나다. 이 회사는 무당벌레, 굴파리좀벌 등 다양한 천적 곤충을 키워 시설원예작물(토마토, 딸기, 파프리카 등) 농가에 공급한다. 몸에 해로운 화학 농약 대신 천적으로 해충을 퇴치해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세실은 이 분야에서 전 세계 3위, 아시아 1위 기업으로, 매출액 기준 국내 시장 점유율은 2008년 말 현재 80.36%에 이른다. 독점적인 기업이라 할 수 있다. 아직은 내수 시장 매출이 크지만 2007년부터 해외 생물학적 방제업체에 천적 곤충을 공급하는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수출도 하고 있다. 과실이 열리도록 작물의 꽃을 수정시키는 수정벌 공급 사업도 한다.

이 회사의 작년 매출액은 전년 대비 36.4% 증가한 184억원,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2.9% 늘어난 73억원이었다. 영업이익률은 무려 39.65%나 된다. 100원어치를 팔면 40원을 남긴다는 얘기다. 작년 ROE(자기자본이익률)도 13.06%로 높다. 이 회사 자본금으로 사업을 하지 않고 정기예금에 넣어두면 13.06%의 고금리 이자를 받는 것과 같은 수익을 올린다는 것으로, 그만큼 사업이 잘 된다는 뜻이다. 올 1분기 실적도 좋았다. 1분기 매출액은 32억11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3% 성장했고, 영업이익은 4억3300만원을 내며 전년 동기 대비 125.5% 확대됐다. 불황이 무색할 지경이다.

세실의 영업이익률이 높은 이유는 원자재(천적 및 수정벌 등 곤충) 비용이 매우 낮아서다. 세실의 이준구 이사는 “종자가 되는 천적 곤충을 해외에서 들여와서 번식을 시키는데, 살아있는 생물이다 보니 환경만 적당하면 개체 수가 자연히 늘어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종의 다양성을 유지시키기 위해 몇 년에 한 번씩은 해외에서 종자 천적을 추가로 들여오기도 하지만 원재료 비중이 큰 일반 제조업에 비하면 원자재 비용은 미미하다고 볼 수 있다.

진입장벽 높은 독점적 기업

언뜻 보면 곤충을 키워 판매하는 간단한 사업 같지만 의외로 진입장벽이 매우 높다고 한다. 이 이사는 “실험실에서 소량의 곤충 부화는 쉽지만, 매일 대량생산해 적기에 수요처로 공급하는 것은 매우 까다로운 일”이라고 말했다. 곤충이다 보니 수명이 한 달 정도로 짧은 데다, 직원 출입 과정에서 실수로 천적 곤충이 먹이용 해충 사육장에 두어 마리라도 묻혀 들어가면 해충들이 일시에 몰살되는 사태가 벌어진다. 먹이가 없으면 천적도 죽어 나가게 마련. 맨눈으로는 잘 보이지도 않을 만큼 작은 곤충들을 꼼꼼히 관리하려니 직원들의 스트레스도 적잖다.

세실은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지금의 ‘대량 생산 후 일일 출하’ 노하우를 익혔는데, 이게 업계의 핵심 기술로 통한다. 이 노하우를 비밀로 유지하기 위해 특허출원도 하지 않았다. 취재차 방문한 기자에게도 회사 측은 생산시설에 대한 자세한 사진 촬영도 거부하며 철저히 보안을 유지했다.

해충 한 종의 천적은 대개 한두 종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다양한 해충을 상대하려면 그만큼 천적 곤충 품종도 많이 보유해야 하는데, 이 또한 다양한 품종의 대량생산이 관건이라 기업의 보유 품종 수는 곧 해당 기업의 기술력을 드러낸다.

세실이 보유한 천적 곤충의 품종은 총 29종으로, 네덜란드의 Koppert(34종), 벨기에의 Biobest(33종)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다. Koppert는 1967년, Biobest는 1987년에 생물학적 방제사업을 시작했다. 세실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은 품종을 갖춘 캐나다의 Applied B(12종 보유)가 지난 1978년에 이 사업에 진출한 것을 고려하면 2001년에 이 분야에 뛰어든 세실이 단 기간에 선발업체들의 기술을 따라잡은 것을 알 수 있다.

생물학적 방제산업은 국내의 정책적인 환경도 긍정적이다. 정부에서 친환경 농산물 생산과 천적 활용 농법을 우대하는 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화학 농약을 이용한 방제와 비교해 가격 경쟁력도 갖췄다. 토마토 경작지 1ha에서 농약을 이용한 화학적 방제는 연간 경작기간 중 농약 비용(연간 30회분 450만원)과 살포 인건비(해당 기간 300만원) 등으로 총 750만원이 든다. 그러나 천적을 이용한 생물학적 방제는 같은 조건에서 연간 8번만 곤충을 방사하고, 비용도 700만원이면 해결된다. 해당 면적에 필요한 천적 곤충 구입비는 700만원이지만 일단 경작지에 천적을 풀어놓으면 곤충들이 알아서 해충을 처리하기 때문에 인건비가 들지 않는다. 게다가 이렇게 생산한 친환경 작물의 시장 판매가는 농약을 쓸 때보다 더 비싸기 때문에 농가 입장에서도 유리하다.

세실은 2008년 3월부터 천적을 도입한 농가들을 상대로 ‘세이프슈어(Safe Sure)’라는 인증제를 실시 중이다. 천적 사용 농가가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세이프슈어’ 인증을 부여한다. PC에 붙어 있는 컴퓨터 프로세서 업체, 인텔의 ‘인텔 인사이드’ 로고가 PC의 신뢰도를 끌어내듯 ‘세이프슈어’ 인증으로 농산물의 안전성을 상징하게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세이프슈어 인증을 받은 딸기는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에서 파란을 일으켰다. 인증 받은 딸기가 비인증 딸기보다 상자당 3000원을 더 받았기 때문이다. 비인증 딸기와 비교하면 단가가 10~20%나 더 높은 금액이었다. 세실에서 천적을 도입한 농가는 약 1만여 곳으로 그 중에서 이 인증을 받은 농가는 400여 곳이다(2008년 기준). 세실은 올해 말까지는 인증 농가를 1000곳까지 늘리고, 매년 1000곳씩 추가하겠다는 목표다.

‘세이프슈어’ 인증 농가와 생산자조합 모색

세실은 세이프슈어 인증을 받은 농가들과 함께 친환경 농산물 생산자조합을 만들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갖고 있다. 나아가 세이프슈어를 친환경 농가의 공동 브랜드로 만들어 국내외 시장을 공략한다는 포부다. 과일 생산자조합이던 미국의 ‘델몬트’, 키위 생산자조합이던 호주의 ‘제스프리’가 공동 브랜드가 되어 수출하는 것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세실은 영세한 우리나라 농업이 세이프슈어를 구심점으로 뭉칠 경우 규모의 경제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5월에 출범한 자회사 (주)세이프슈어는 바로 이런 세실의 구상을 구체화하는 역할을 맡았다.

세실은 이 자회사를 앞세워 유리온실 사업에도 나선다. 유리온실은 비효율적인 비닐하우스와 비교해 농가의 생산성을 훨씬 높일 수 있는 시설이다. 60~70㎡ 면적 비닐하우스에서 생산한 작물들의 중량이 6~7kg일 때, 같은 면적의 유리온실에서는 25~30kg나 될 만큼 많은 작물이 생산된다. 

세실은 (주)세이프슈어를 통한 유리온실 사업과 함께 본격적으로 친환경 농산물의 생산과 유통에도 뛰어들 계획이다. 유리온실에서 직접 고부가 친환경 작물을 재배하고, 세이프슈어 인증 농가들과 생산자조합을 만들어 국내외 시장을 공략한다는 구상이다.

대우증권의 정근해 애널리스트는 “유리온실의 핵심적인 농법이 천적 곤충을 이용한 방제인 만큼 세실과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tip  애널리스트 시각

주가 올랐지만 아직도 ‘성장 초입기’

2007년 11월20일에 코스닥에 상장된 세실의 주가는 지난해 10월 말 증시 급락기에 3530원으로 저점을 찍고, 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타고 있다. 세실의 PER(주가수익비율)은 28배로, 다소 높아 보인다(5월14일 종가 1만6100원 기준). PER은 주가를 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값으로, 주식 한 주가 기업의 실적에 비해 28배나 비싸게 팔린다는 의미다. 대개 성장성 높은 주식의 PER이 높다.

증시 전문가들은 세실의 PER이 겁먹을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 정근해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세실은 아직도 기업 성장의 초입 단계”라며 “세실의 주가가 단기간에 많이 상승하긴 했지만, 향후 성장성과 독점적인 시장 지위를 감안할 때 아직도 매력 있는 종목”이라고 평가했다.

가치주에 중장기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진 한국밸류자산운용은 지난 3월31일에 세실의 지분을 총 6.09%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이번 취득으로 세실의 오너 경영자인 이원규 대표 외 6명(41.56%)에 이어 2대 주주가 됐다. 중장기 투자자라면 이 점도 투자에 앞서 고려해 볼 만한 요소다.

정 애널리스트는 “친환경 농산물이 어느새 전체 농산물 생산량의 10%나 차지한다는 것은 소비자들의 수요가 그만큼 늘어났다는 뜻”이라며 “앞으로 친환경 농산물이 대중화될 경우 세실에 새로 열릴 시장 규모는 매우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