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지수가 어느새 1400선을 넘어서는 등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작년 말 증시 급락기에 반 토막 났던 펀드들도 수익률을 많이 회복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고민이다. 이 틈에 환매를 해야 할까? 아니면 더 지켜봐야 할까?

일희일비 금물…장기적인 계획 따라야

대부분의 펀드 투자자들에겐 손실도 고통이지만 수익률 반등도 고민이다. 어느 정도 손실이 회복된 것에 만족하고 빠져 나와야 할지, 아니면 계속 둬야 할지 여간 결정하기 힘든 게 아니다. 이는 결국 향후 주가가 어떻게 될지만 안다면 쉽게 해결될 일이다. 하지만 향후 경기 전망을 두고 경기가 V자나 U자형으로 반등한다는 주장과 W자형으로 반등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전자는 경기가 바닥을 치고 회복국면에 진입했다는 주장이고, 후자는 아직 조정이 끝나지 않았다는 목소리다.  

그런데 이런 고민을 하기 전에 생각해봐야 할 것은 이런 ‘어려운’ 결정의 결과가 장기적인 자산관리 성과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시장 상황을 좇다 보면 단기적인 투자 변경으로 작게 먹을 수 있을 뿐, 장기적인 전략의 부재로 인해 큰 흐름을 왕왕 놓쳐 결국 더 많이 잃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은 단기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고민할 때가 결코 아니다. 이보다는 자신의 재무 목표를 검토하고 이에 맞는 장기적인 투자전략이 무엇인가를 점검해야 한다.

최근 주가가 반등하자 투자자들의 심리가 달아오르는 모습이다. 최근 한 보험사에서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여윳돈이 있다면 주식(주식형 펀드 포함)에 투자하겠다는 응답이 31%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고 한다. 금융위기 이전 수준은 아니지만 투자심리가 어느 정도 회복했다고 응답한 비율도 절반이 넘는 63%에 이른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급격한 수익률 하락의 충격으로 “주식 근처에 다시는 얼씬도 하지 않겠다”며 싸늘하게 떠났던 돈들이 어느새 과거를 새까맣게 잊은 듯 다시 주식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이런 주식시장 분위기와 달리, 펀드시장은 다소 복잡하다. 주식형 펀드로의 자금 유입은 달아오른 시장만큼 뜨겁진 않다. 이는 오랜 손실로 인한 피로감으로 환매 압력이 높기도 하고, 단기 반등에 따른 투자 불안감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과연 펀드 투자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떤 의사결정을 하기에 앞서, 지난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깨달은 교훈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경제위기 초기, 전 세계 많은 전문가들은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찻잔 속 태풍’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위기는 전 세계로 번져갔으며 극심한 침체에 빠져들었다. 이번에는 “경기 침체가 언제 끝날지 모를 만큼 광범위하고 깊어서 수년간은 빠져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어느새 슬그머니 주가가 올랐고, 이제는 낙관적인 전망이 시장을 부추기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혼란스러운 과정에서 우리가 깨달을 수 있는 것은 ‘전 세계 경제는 평평해져서 서로 밀접하게 연결된 동시에, 또 한편으론 둥글어서 저 너머에서 어떤 위험이 전개돼 올지 알 수 없게 돼 버렸다’는 점이다. 따라서 주가가 오를지 떨어질지 예측하는 것 자체가 무모하다.

이런 단기 예측에 기대어 주식시장에 뛰어 들면 또 한 번 고통의 순환에 빠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투자자들이 감정의 지배를 받는다. 돈을 모으기 위해 수개월, 수년 동안 열심히 일하고 엄격하게 저축하다가도 투자를 할 때는 불과 몇 분 만에 결정해 버린다.

이렇게 투자하는 것은 펀드를 장기적인 자산관리 수단으로 생각하기보다는 불로소득의 근원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펀드를 통해 남들처럼 쉽고 빠르게 이익을 얻고 노력 없이 이득을 취할 수 있다는 생각이 욕심을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욕심이 결국 이성을 마비시키고 사실을 왜곡시켜서 잘못된 판단으로 투자자를 이끌게 된다. 따라서 이제부터라도 불로소득에 대한 기대를 던져버리고 장기에 걸친 복리에 의해 수익을 얻는 자세로 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최고의 투자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시장을 보고 투자하는 사람들이라면 시장이 반등하는 상황에서 들썩거리는 것은 매우 당연하다. 주가가 떨어질 때는 피하고 싶고 주가가 오르는 것 같을 때는 뒤따라가고 싶은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오랜 손실에 지쳐 원금만 되면 빠져 나오고 싶은 심정 역시 자연스럽다. 하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본능에 충실하면 투자에서 결코 성공할 수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본능에 충실하게 투자하기 때문인데 어긋날 수밖에 없다.

장기적인 경기 흐름이 변동됐다면 전술적으로(중단기적으로) 주식형 펀드 비중을 줄이는 등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는 장기적인 자산관리 전략을 바탕으로 일정 범위 내에서 조정하는 것이어야 한다.

문제는 상당수 투자자들이 장기 계획 없이 시장 상황에 따라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펀드를 해지하거나 혹은 추가로 가입하기에 앞서 장기적인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일단 노후 준비나 자녀 교육비 마련과 같은 재무목표를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세워야 한다. 즉, 재무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언제까지 얼마 정도를 마련해야 하는지 시간과 금액으로 정한다. 그리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장기적인 자산 배분 전략을 결정한다. 이는 투자자가 혼자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이므로 증권사나 은행, 보험사 등의 자산관리 전문가와 충분한 상담을 통해 수립해야 한다.

투자전략은 주가가 아무리 급등락해도 최소한 3년 이상을 지켜야 한다. 이런 장기 전략을 결정한 다음, 경기 변동에 따른 전술적 자산 배분을 결정하고 끝으로 투자할 상품을 정하는 것이 순서다. 따라서 전략을 수립할 때는 주가가 상승하는 것과 하락하는 것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그런 전제하에 경기 변동 등에 따라 일정한 범위(이를 테면 비중을 10% 확대 혹은 축소) 내에서 자산관리 전문가와 의논해 제한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바로 전술이다. 이러한 전략과 전술의 구분 없이 시장 상황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투자 방법이다. 예상이 맞을 때는 성과를 올릴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심한 손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당수 투자자들이 경험한 바 있다. 지나치게 고위험 스타일의 펀드에 집중 투자했다가 손실을 인내하지 못하고 빠져 나온 아픈 기억을 떠올린다면 덜컥 움직일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추가 혹은 새롭게 투자하려는 투자자 역시 펀드에 가입하기에 앞서 자산관리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장기 투자 계획을 세워야 시장에 휘둘리지 않고 성공투자를 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반드시 거친다면 지금도 투자의 적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