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저렴·미래가치 풍부…“유망작품 입도선매 기회”

미술품의 미래 투자가치를 측정하기는 매우 어렵다. 객관적 수치가 아닌, 주관적이면서도 포괄적이며, 더러는 사소한 변수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기 때문에 ‘돈 되는 그림’을 예측하기는 전문가들로서도 쉽지 않은 일이다.

‘큰손’들이라면 투자 전문가의 도움 없이도 이미 시장에서 상품성을 인정받은 안정된 우량주를 구입하면 그만큼 손실을 줄일 수 있다. 박수근의 작품 <5명의 여인과 소년>의 경우 일찍이 미국인의 손에 넘어갔다가 2005년 국내로 들어오면서 12억원에 거래됐다. 그리고 2007년 다시 다른 컬렉터의 손에 넘어가면서 19억원에, 그리고 2008년 9월 서울옥션에서 25억원에 낙찰됐다.

작고한 유명 작가의 작품은 희소가치 때문에라도 세월이 지나고, 컬렉터의 손을 거칠수록 가격은 올라가게 마련이다. 그러나 초보 투자자에게 그건 그림의 떡이다. 더욱이 가격 하락을 걱정하지 않을 만한 ‘보증수표’ 작가는 극소수다. 이른바 미술 시장의 블루칩인 ‘골든아이’ 작가들이라고 하는 정상급 생존 작가들의 경우도 가격의 기복이 심하다. 미술 시장이 작품 자체보다 외부환경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자칫 목돈을 들이고도 투자수익은커녕, 생각 밖의 피해를 볼 위험도 상존한다.

그렇다면 큰돈 들이지 않고도 훗날 큰 재미를 기대할 수 있는 투자법은 무엇일까? ‘초짜 작가’는 그 중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대학생 작가 인터넷 거래 ‘북적북적’

대학 재학생이거나 갓 졸업한 20대 화가는 그간 미술계에서 ‘작가’로서 제대로 대접을 받아오지 못했다. 몇 년 전만 해도 미완성(?)의 재학생이 미술 시장에 그림을 내놓는 일은 금기에 가까웠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에 그런 비판은 구시대의 유물이 되고, 선배 작가들과 당당하게 경쟁하는 세상이 되고 있다. 초짜 작가들의 미술 시장 진입은 새로운 트렌드일 뿐만 아니라, 일부 신인은 선배와 스승을 뛰어넘는 몸값으로 시기어린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미래에 떠오를 유망주를 정상급 작가인 ‘골든아이’와 비교하여 ‘블루아이’로, 선두를 달리는 참신하고 역량 있는 작가라고 해서 ‘커팅엣지’라고도 부른다. 이런 작가들은 시장에서의 검증이 취약한 대신, 가격대가 저렴해서 초보들이 접근하기에 용이하다.

온라인엔 대학 및 대학원 재학 중이거나 갓 졸업한 작가의 작품들을 주로 다루는 사이트가 있다. ‘아트폴리’와 ‘아트렐라’, ‘스타아트’가 대표적이다.

아트폴리(www.artpoli.com)와 아트렐라(www.artrella.com)는 ‘내 그림은 내가 판다’는 취지로 작가와 소비자가 직접 만나는 온라인 직거래 장터다. 각각 200명이 넘는 젊은 작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요즘 젊은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을 직접 파는 데 익숙하다. 과거 선배 작가들이 그림만 그리고 작품 판매는 화랑이 대신해오던 관례에서 벗어나 직접 자신의 작품을 홍보하고 거래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구매자에게 자신의 작품을 직접 설명해주며 소통을 할 수 있을 뿐더러 중간 유통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선호하는 추세다.

이들 사이트는 특별한 검증 기준보다는 작가의 열정을 우선시한다. 특히 아트렐라 같은 경우는 작가가 원하는 경우 누구나 작품을 올릴 수 있는 개방형 시장이다. 그러다 보니 자칫 투자성에서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림 가격이 워낙 싸기 때문에 초보 투자자들이 감을 익히기에는 충분하다.

작품 가격은 평균 50만원 내외. 비싼 그림도 100만원이 넘는 경우가 드물며, 액자까지 한 작품이 10만원 미만인 경우도 있다. 작가와 직접 거래하기 때문에 말만 잘하면 더 낮은 가격에도 구입할 수 있다. 스타아트(www.staart.kr)는 상대적으로 일정한 능력을 검증하는 절차를 걸쳐 작가를 선정하기 때문에 투자 면에서 좀 더 안정적인 반면 가격이 그만큼 비싼 편이다. ‘신진 작가 중 미래의 블루칩 작가를 발굴하여 세계 미술 시장에 알리는 관문’을 표방하듯 ‘돈 되는 작가’ 발굴에 가장 앞서 있다. 등록 작가가 400명이 넘는다.

아시아프, 아시아 유망주 ‘총집결’

가격도 저렴하면서 일정한 검증 시스템을 거친 작가를 고르기에는 ‘아시아프’가 제격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2회째 개최되는 아시아프는 젊은 유망 작가의 그림을 값싸게 구입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투자의 장이다. 동시대 작품의 흐름을 읽을 수 있으며, 심사위원의 기준을 거쳐 선정되기 때문에 투자의 안정성에서도 상대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

2008 아시아프에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11개국, 105개 대학(국내 77개 대학, 해외 28개 대학)의 현대미술 유망주 777명의 작품 2300여 점이 구 서울역사에서 전시됐다. 그 중 절반 이상이 100만원 이하에 판매됐다. 아시아프는 한국 현대미술의 저변을 넓히려는 ‘공익 행사’ 성격이 강하다. 미술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아트페어’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주최 측은 비용만 대고 수익을 올리지 않기 때문에 작품 가격이 그만큼 싸다.

미술계 일부에서는 젊은 작가들을 너무 일찍 상업시장으로 내몬다는 비판도 있지만, 이미 미술품 시장이 상존하고, 작가의 작품 평가 역시 시장 위주로 이뤄지고 있는 만큼 지나치게 터부시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젊은 작가의 그림이 보다 개방된 장터에 나와 전문가와 아마추어에 이르기까지 전 방위 평가를 받을 수 있어 공정성 면에서 권장할 만한 일이다.

그간 미대를 졸업하고도 한정된 시장 구조로 구매자에게 선보이는 것조차 쉽지 않았던 것을 감안하면 화가를 위해서도, 소비자를 위해서도, 나아가 국내 미술 발전을 위해서도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특히, 투자자 입장에서는 쌍수를 들고 반길 일이다. 국내만이 아닌, 아시아에 모인 젊은 유망작가들이 총출동하는 만큼 미래의 세계 미술을 선도할 잠재적 작가를 만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많은 젊은 작가들이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시장에 가기 전 작품도록을 미리 구입해서, 동시대의 흐름을 얼마나 잘 반영하고 있는지, 작품성은 얼마나 뛰어난지, 작가 고유의 독창적 세계와 깊이를 가지고 있는지 사전에 공부를 하고 가는 것은 필수다. 지난해의 경우, 행사를 주최한 언론사 신문에 사전 소개된 작품들은 오픈되기가 무섭게 ‘솔드 아웃(sold out)’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