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적기…휴가철 지나면 오름세 저평가된 근거리 골프장 관심 가져볼 만

‘살까, 말까’

사실 골프회원권 시장이 정상적으로 움직인다면 그간 통계로 보아 ‘약(弱)보합세’를 유지해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올 시즌 들어 골프회원권 시장이 정석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분석이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 ‘낙폭과대’와 ‘희소성’으로 압축된다. 한 가지는 금융위기 이후 폭락 폭이 너무 컸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강한 오름세를 보이는 수도권 지역의 소위 황제 회원권들은 더 이상 매물로 나오지 않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다.

코스닥 기업인 동아회원권그룹 애널리스트 임성환 마스터는 “매수 물량에 비해 매도 물량이 현격히 적다. 특히 지난해 미국발 금융위기로 바닥을 쳤던 회원권 가격이 최저점을 지나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면서 돌발적인 악재가 없는 한 한동안 회원권 가격 오름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면1. 지난해 한창 회원권 가격이 곤두박질 칠 때 가구 자영업을 하는 K씨는 관련업계의 지인 이야기를 듣고 아난티클럽 서울(구 리츠칼튼CC)의 회원권을 2억3000만원에 구입했다. 회사에서 거리도 가깝고 코스를 완전히 뜯어 고친 데다 클럽하우스는 신축 중이고 경춘고속도로가 개통되면 강남에서 30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 예상은 적중했다. 경기가 서서히 호전되면서 가격이 109% 상승한 4억원이 훌쩍 넘었다. 짭짤한 평가차익이었다. 한마디로 대박이었던 셈이다.  

장면2. 수도권의 골프회원권을 구입하려던 A씨는 지난해 12월 한성CC 회원권을 8600만원에 사들였다. 대표이사가 안양베네스트GC 출신으로 바뀐 데다 리노베이션을 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바로 결정했다. 5월말 현재 회원권 가격이 1억6550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상승률과 대박 골프장은?

사실 골프회원권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재산적 가치보다는 이용권 개념이 강했다. 골프를 즐기는 마니아들이 대부분 회원권 실수요자였기에 투자가치로 보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그 개념이 확 바뀌고 있다. 잘만 하면 ‘돈’이 된다는 이야기다.

우스갯소리지만 ‘찍으면 돈이 된다’라는 말이 돌 정도다.

남부CC나 이스트밸리CC, 남촌CC 등 황제 회원권으로 불리는 골프장들은 하루 사이에도 수천만원씩 올라갔다. 그뿐만 아니라 중저가 회원권들도 수백만원씩 상승하는 것은 특이한 현상이 아니다.

동아회원권그룹 박경효 회원권애널리스트는 “상승 분위기를 탈 때는 얼마나 가격이 오를지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일단 수요자는 많은데 매물이 없는 10억원 이상을 호가하는 황제 회원권들은 부르는 게 값일 때가 많다”고 말했다.

수도권 N, S골프장 법인회원권 구입계획을 갖고 있던 중소기업 S사장은 “2일 내에 이사회를 통과한 뒤 회원권을 사겠다. 3억원대의 골프장을 알아봐 달라”고 회원권거래소에 부탁했다. 그러나 3억원대를 형성하던 그 회원권들은 이틀 뒤 바로 4억원을 넘어 버려 결국 회원권 구입을 포기했다.

얼마나 올랐을까?

대개 4, 5월을 정점으로 보합세에 그칠 것이라는 회원권 시장의 기존 틀이 무너졌다. 특히 회원권 가격 평균 상승 폭이 지난해 12월보다 44.27%나 급등하면서 언제까지 더 올라갈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이처럼 전체적으로 가격 상승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지난해 대폭락한 뒤 반등 기대 심리가 크게 작용한 데다 본격적인 골프시즌을 맞으면서 골프장을 이용하는 실수요자들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금융 대란 이후 국내 경기가 다소 안정을 찾아가는 한편, 갈 곳 몰라 하던 ‘뭉칫돈’들이 유입되면서 골프회원권 시장도 덩달아 상승 분위기를 타고 있는 것으로 회원권 업계는 보고 있다. 

동아회원권그룹이 시중에 거래 중인 127개 골프장의 주요 골프회원권 가격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아난티클럽 서울이 109%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츠칼튼CC가 골프코스와 클럽하우스를 다시 건설, 골프장 명칭을 아난티클럽 서울로 바꾸면서 이미지 개선에 성공, 100% 이상 상승률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한 것이다. 지난해 12월 2억1000만원이던 것이 4억2000만원에도 매물이 없는 실정이다.

이어 기흥CC도 95.44%나 오른 2억5700만원에 거래되고 있고 한성CC도 안양베네스트CC 출신의 임낙규 사장이 취임하면서 클럽하우스 등 코스를 리노베이션해 92.44% 상승, 1억6550만원에 매매가 이루어지고 있다. 두산그룹이 운영하는 춘천 라데나CC도 100.96% 오른 2억원에 시세를 형성하면서 상승률 랭킹 2위를 마크했다. 

소위 ‘황제 회원권’ 골프장으로 불리는 이스트밸리CC는 6억3500만원이 오른 13억8000만원에 거래되고 있으며 남촌CC도 12억7500만원, 남부CC 일반회원권은 14억5000만원에 매매돼, ‘황제 회원권 빅3’를 형성 중이다.

그렇다면 옥석은 어떻게 가리나

무엇보다 이용가치가 뛰어난 골프장을 선택한다. 회원권 가격, 근접성, 회원 수, 회원들의 수준 및 부킹, 코스 수준 등을 감안해 골프장을 선별한다. 그리고 대형 회원권 거래소의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한 뒤 결정하면 낭패를 보는 일은 없을 것이다.

특히 오는 7월 중순 개통되는 경춘고속도로 인근의 골프장들을 눈여겨 볼 만하다. 아난티클럽 서울을 비롯해 삼성그룹의 가평 베네스트, 대교의 마이다스밸리, 프리스틴밸리, 세란병원의 크리스탈밸리, 두산그룹의 라데나, 한화그룹의 제이드팰리스CC 등이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향후 전망은?

4월에 보합세를 이루다가 5, 6월은 회원권 가격이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올 시즌 특이한 사항은 보합세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는 것. 기대 매수는 많은데 더 이상 급매물이 없어 가격이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 않다. 따라서 회원권 가격의 단기변동은 없을 것으로 관련업계는 보고 있다.

7, 8월 휴가철이 끝나면 다시 회원권 가격은 오름세를 보일 전망이다. 만일 투자가치에 중점을 둔다면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는 88CC 등 용인권 골프장에 집중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기존 골프장의 단점은 회원 수가 많다는 것이지만 여전히 명문으로 자리 잡고 있는 기흥CC 등 근거리 골프장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는 것이다. 또한 지난해 최대 낙폭을 기록했던 삼성그룹의 안성 베네스트GC도 어느 정도 가격을 회복하긴 했지만 고점인 6억원대까지는 상승 여력이 충분히 남아 있다.

클럽하우스 구조 변경과 5인승 카트를 도입한 한성CC도 1억6550만원까지 상승했고 3억원의 고점을 찍은 뒤 1억원까지 폭락했던 라데나CC는 2억원대를 넘기며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다.

박경효 애널리스트는 “부킹이 보장되는 골프회원권의 매물을 잘 골라보면 투자가치가 있다. 9월 상승 분위기로 돌아설 시점을 겨냥한다면 오히려 지금이 추격 매수에 나설 때”라고 말했다.  

분양에 관심 가질 만한 종목은?

단연 아난티클럽 서울이다. 100%의 상승세에다 1차로 4억6000만원에 분양하는 것은 이미 끝났고 오는 10월 시범 라운드를 하고나면 6억원대에 2차 분양에 나선다.

골|프|인|사|이|드

초창기 회원권 가격

‘2만원’

골프장 초창기 회원권 가격이다. 서울CC 다음으로 1956년 오픈한 부산CC의 회원 입회금액이 2만원이었다. 현재 부산CC 회원권 가격은 1억6800만원이다. 1964년 경기도 원당에 들어선 한양CC의 1차 입회금은 18만원, 2년 뒤 개장한 뉴코리아CC는 20만원이었다.

조금 독특한 것은 삼성그룹에서 운영하는 안양 베네스트GC로 유일하게 연회원제로 회원을 모집했는데 가격은 6만원이었다. 다만 누구나 회원이 되는 것은 아니었고 그룹의 심사를 거쳐 회원 자격을 얻었는데, 이런 전통은 아직도 남아 연회원제로 운영 중이다.

1970년 개장한 인천국제CC와 한원CC(구 오산)는 40만원에 분양했으나 일부 회원권은 16만원에 세일즈맨을 동원해 할부 판매를 했다. 이어 1971년에 부산 동래 베네스트GC와 대구CC가 각각 50만원에 회원권을 판매했고 서울대 자리에 있던 관악CC(현 리베라)는 당시 25만원이었다. 관악CC 자리에 서울대가 들어서면서 관악CC는 기흥으로 자리를 옮겼다.

1972년 오픈한 대구CC는 일본에서 40만원, 국내에서는 일부 12만원에 판매한 것도 있다. 당시 욕실과 방 2개 달린 집이 50만원이었다. 고 박정희 대통령이 공사 중인 대구CC에 들렀다가 100만원을 내고 ‘1호 회원’으로 가입했다.

1970년대 중반 이후 100만원대 회원권이 선보였는데 유성CC가 150만원에 분양했다. 1980년대 들어 골프장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회원권 가격이 1000만원대로 상승하는 골프장이 등장했다. 특히 1983년 국세청이 골프회원권의 기준시가를 고시, 단순한 이용권 개념에서 벗어나 재산 증식의 가치로 인정받으면서 본격적인 회원권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때 한성과 태광CC가 1000만원과 1300만원에 회원을 모집했다. 물론 이전에 350만원, 600만원에 분양한 회원권도 일부 있지만 1000만원대 시대를 열어갔다는 데 의미가 크다.

이후 1990년대 들어 억대 회원권이 등장하면서 본격적인 재산 증식과 골프장에서 회원이 대접받는 시대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현재 6억6250만원하는 신원CC가 1990년 1억원에 분양했고, 1992년 아시아나CC(현시가 6억3500만원)와 은화삼CC(현시가 2억2750만원))가 1억5200만원, 1억6000만원에 각각 1차 회원을 모집했다.

골프장 건설이 본격화되면서 초기투자 자금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회원권에서 변형된 무기명 회원권을 도입, 5억원에서 12억원에 분양한 골프장도 생겨났다. 최근 들어 30억원을 호가하는 초고가 무기명 회원권으로 바뀌었지만 매물이 없는 상태다.

한편 회원권 가격이 10억원대를 오르내리면서 부킹이 되더라도 회원이 오지 않으면 아예 플레이를 금지시키는 곳까지 등장, 회원권 가격 상승과 맞물려 골프회원권의 이용가치가 더 한층 높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