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가 하향세를 타고 있다. 대출을 받은 사람이든, 대출을 받아야 할 사람이든 대출 고객들에게는 낮은 금리가 희소식이다. 기존 대출자들이 더 저렴한 금리의 대출 상품으로 갈아타도 될 만한 상황일까?

은행들 금리 인하 생색내기 수준

수수료 등 비용 따져보고 결정해야

지난해 내 집 마련을 하면서 연 7%대 고정금리로 돈을 빌린 회사원 김모씨(39)는 지금이라도 대출을 갈아타야 하는 건 아닌지 고민 중이다. 한국은행에서 전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하는 바람에, 해당 상품 금리가 불과 석 달도 지나지 않아 1%포인트 이상 낮아졌기 때문이다.

최근 은행들이 잇따라 대출 금리를 인하하겠다고 선언하면서 김씨처럼 대출 갈아타기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미 한국은행의 잇단 기준금리 인하로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크게 낮아진 데다 은행들의 추가 금리 인하 혜택으로 상황이 완전히 역전됐기 때문이다.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토대가 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91일물) 금리는 9일 현재 연 2.43%로 뚝 떨어진 상태다. 가산금리를 2.3%포인트라고 가정하면 연 4.83%로 빌릴 수 있다는 뜻이 된다. 고정금리로 연 7%에 1억원을 빌린 사람이 변동형으로 갈아탈 경우 이자로 나가는 돈을 연간 약 220만원이나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재테크 전문가들은 시중 금리가 많이 낮아지긴 했지만 섣불리 갈아타다간 낭패 보기 쉽다고 조언한다. 예기치 않은 저금리 역습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은 과연 무엇일까.

피부에 와 닿지 않는 금리 인하

4월 이후 은행들은 ‘가계 대출 금리를 내리겠다’고 속속 발표하고 있다. 발표 내용만 보면, 소비자들의 금융 부담이 한결 가벼워질 것만 같다. 그러나 실제로 소비자들이 느끼는 은행 체감 온도는 거의 나아지지 않았다.

회사원 황모씨(42)는 최근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인하됐다는 소식을 듣고 주거래 은행에 대출 상담을 했다. 지난해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직장 동료가 자신의 대출 금리가 연 3%대로 싸졌다는 얘기를 들었기에 황씨는 자신도 대출을 싸게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은행 측에서 제시한 금리는 연 5%대였다. 황당해진 황씨는 “금리를 내린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물었지만 “대상이 아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은행들이 이달 들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내렸지만 고객들의 기대치엔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금리를 낮추라는 정부와 정치권의 압박을 의식한 은행들이 금리 인하 내용을 과대 포장한 탓이다. 실제로 하나은행은 4월 초에 “대출 금리를 최고 1.7%포인트 내리겠다”고 발표했지만 모든 고객에게 적용되는 금리 인하 폭은 0.2%포인트다. 신한은행도 금리 인하를 받으려면 신용카드를 만들고 자동이체를 하는 등 최소한의 거래 실적이 있어야 한다. 우리은행도 모든 고객에게 적용하는 금리 인하 폭은 0.2%포인트에 불과하다. 국민은행은 부채 비율이 높은 고객에게 붙이는 가산금리 0.3%포인트를 없애겠다고 했지만 혜택을 보는 고객은 전체의 20% 수준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 금리 인하 폭이 0.2~0.5%포인트로 고객의 기대 수준에 못 미치는 게 사실”이라며 “지난해 고금리 예금 등을 많이 팔아서 조달 금리가 높았기 때문에 신규 대출 금리를 많이 낮추긴 어렵다”고 해명했다.

신규 대출자, 스윙 대출 상품 고려해 볼 만

현재 은행 관계자들은 대다수 소비자들이 주저하지 않고 변동금리형 상품을 선택하고 있다고 전한다. 고정금리 대출 상품의 금리가 높기 때문이다. 고정금리 상품의 대표격인 주택금융공사의 보금자리론은 현재 금리가 연 6.6~6.85% 수준으로 변동금리형보다 높다. 따라서 아무리 안정적으로 은행 빚을 갚아 나가고 싶어 하는 소비자라고 할지라도 굳이 고정금리형 대출 상품을 고를 이유는 적어졌다. 그러나 기준금리가 이렇게 순식간에 2%포인트 이상 급락하는 것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듯, 향후 금리가 2%포인트 급등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따라서 금리 변동성이 심할 때는 변동금리로 대출받아 저금리 수혜를 누리다가 이후 금리가 최저수준에 도달했을 때 고정금리로 갈아타는 전략도 고려해 볼 만하다. 주택금융공사가 새로 내놓은 ‘금리 설계 보금자리론’이 이 같은 수요를 겨냥한 틈새 신상품이다. 거치기간(3년) 중에는 91일물 CD 수익률에 연동하다가 소비자가 원하는 시점에 언제든지 고정금리로 갈아탈 수 있다. 금리 경쟁력이 부각되면서 지난 3월에는 2월에 비해 판매액이 무려 219%나 증가하는 등 반응이 뜨겁다. 다만 보금자리론은 무주택자나 1가구 1주택자(1년 내 기존주택 처분 조건)가 시가 9억원 이하 주택을 매입할 때에 한해서만 이용할 수 있으니 유의하자.

기존 대출자, 금리 변동 주기 변경 고려해야

낮은 금리의 대출 상품으로 갈아타기로 결정했다면, 반드시 중도상환 수수료가 얼마인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싼 금리의 대출로 바꿀 때, 금리 인하로 볼 수 있는 이득보다 중도상환 수수료 부담이 더 크다면, 굳이 대출 상품을 바꿔 탈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통상 중도상환 수수료는 돈을 갚은 기간에 따라 달라지지만 대출 원금의 1.5~2% 수준이며, 대출을 받은 후 3년이 지났다면 수수료가 면제된다. 참고로 만기가 3개월 미만 남은 경우에도 대부분 중도상환 수수료가 없다. 이밖에 현재 거래하는 은행이 아닌 다른 은행의 대출로 갈아타면 추가적으로 근저당설정비(대출금의 약 1%)를 내야 한다.

이미 변동금리형으로 대출을 받은 소비자는 금리 변동 주기 갈아타기도 체크해 보는 게 좋다. 변동 주기를 6개월 이상 길게 해서 대출 받은 소비자라면, 이를 3개월로 짧게 바꾸는 것으로 이자 부담을 크게 덜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지난해 10월에 12개월 금융채 연동(변동금리)으로 대출을 받았다면 올 10월까지 연 8%의 대출 이자를 물어야 하지만, 지금이라도 3개월 CD금리 연동(변동금리)으로 바꾼다면 금리가 연 5%대까지 낮아질 수 있다. 신한·하나 등 일부 은행에서는 6개월, 12개월 금융채 금리 연동(변동금리)를 선택해 작년 말까지 신규 대출을 받은 경우 3개월 CD금리 연동(변동금리) 기준으로 추가 비용 없이 조건을 바꿔준다. 단 신한은행의 경우 거치기간(이자만 갚는 기간) 중 1회에 한해 조건 변경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