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5월이다. 어린이날이 있다는 점 때문인지는 몰라도 5월이면 ‘어린이 펀드’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많아진다. 어린이 펀드의 특징과 가입 방법 등을 알아봤다.

눈높이 경제 교육 ‘안성 맞춤’…

이왕이면 아이 이름으로 가입해야

〈세계는 평평하지 않다>의 저자 데이비드 스믹은 최근 경제 위기를 해소할 방법 중 하나로 “투자자 계층의 기반이 늘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이를 위해 모든 아이들이 자라 새로운 ‘소자본가’가 될 수 있도록 아이들에게 ‘출생계좌’ 부여를 주장한다. 그가 말한 ‘출생계좌’는 일종의 ‘어린이 펀드’인 셈이다. 결국 어린이 펀드의 활성화는 투자자 증가로 이어져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을 줄일 것이라는 논리다. 이처럼 어린이 펀드는 사회 전체적으로 경제의 건전성을 높이는 해법이 되기도 한다.

우리 아이들이 맞게 될 미래 한국 사회의 가장 큰 특징은 불행하게도 ‘고령사회’다. 이미 알려졌다시피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사상 유례 없이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고령사회 경제의 가장 큰 특징은 ‘저성장 저금리’로 요약된다. 경제 성장의 탄력성이 현저히 떨어지고 금리는 매우 낮은 상태로 지속되는 것이다.

이러한 미래 경제 사회를 현명하게 살기 위해서는 ‘투자’를 필수적으로 알아야 한다. 어린이 펀드는 아이에게 어릴 적부터 투자를 가르칠 수 있는 좋은 도구다. 저축이 가입 시점에 이자가 정해지는 것과 달리, 투자는 최종적으로 팔 때 수익이 결정된다. 요즘과 같은 경제 침체기에 투자는 원금 이하로 떨어지는 손실을 기록하기도 한다. 투자를 통해 ‘성장과 부침의 반복’을 간접 경험한다면 어려운 상황에서도 크게 낙담하지 않고 기다릴 줄 아는 건강한 어린이로 자랄 수 있을 것이다.

금융회사들이 펀드에 가입한 아이들에게 제공하는 ‘눈높이 자산운용 보고서’는 경제 공부의 좋은 도구다. 대부분 재미있는 캐릭터와 쉬운 설명으로 꾸며져 있어 아이들이 흥미롭게 기업과 경제를 공부할 수 있다. 부모가 아이들과 함께 펀드를 통해 투자한 회사 이름이나 제품 등을 이야기 한다면 아이는 엄연한 투자자로서 주인의식을 갖게 된다.

그러다 보니 이미 적지 않은 부모와 아이들이 어린이 펀드에 가입했다. 하지만 최근 경제 위기의 여파로 원금 손실을 본 경우가 많다. 계속 투자를 해야 할지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사실 수익률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 계획을 지키기란 결코 쉽지 않다.

이런 고민에 앞서 펀드와 주식 종목 간의 차이를 알 필요가 있다. 주식 종목은 수익률이 주가와 연관된 단 하나의 실체다. 따라서 이론적으로 쌀 때 사고 비쌀 때 파는 식으로 투자한다. 이에 반해 펀드는 투자 전략에 따라 주식과 채권 등의 여러 투자 자산으로 이뤄진 포트폴리오다. 포트폴리오의 장점은 분산 투자다. 포트폴리오 내 몇몇 종목의 가격이 떨어지더라도 다른 종목에 의해 가격 하락이 상쇄돼 전체 포트폴리오의 자산가치가 덜 하락하거나 오히려 오르기도 한다. 따라서 펀드는 주식 종목처럼 시장 상황에 따라 사거나 파는 게 아니라 장기적으로 꾸준히 투자하는 금융 상품이다.

요즘처럼 어린이 펀드가 손실을 기록 중이라면 투자를 중단하기보다는 오히려 투자금액을 늘릴 좋은 기회로 삼아야 한다. 또 투자는 경제 상황에 따라 손실을 볼 수도 있음을 아이들에게 가르칠 수도 있다. 향후 수익이 회복되면 세상 모든 결실이 오랜 인내를 겪고 나서야 맺어진다는 것도 알려줄 수 있을 것이다.

어린이 펀드는 어떻게 가입해야 할까? 귀찮더라도 이왕이면 아이 이름으로 가입하자. 아이 이름으로 가입해야 펀드에 대한 ‘주인의식’을 확실히 갖기 때문이다. 아이도 자신의 이름이 써진 펀드통장을 보면 무척 뿌듯해 할 것이다. 또 회사에 따라 어린이 경제교실이나 해외 탐방 기회를 제공하니, 가급적 아이 이름으로 가입할 것을 권한다.

미성년자인 아이 이름으로 펀드에 가입하려면 미리 몇 가지 서류 등을 챙겨야 한다. 미성년자는 혼자서 법률적인 행위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선 법정 대리인임을 증명하는 가족관계증명서와 부모 신분증, 도장 등을 챙기자. 만일 부모의 은행 예금에서 매월 자동이체하는 적립식으로 투자하려고 한다면 부모의 예금통장도 준비한다.

자본시장법 시행 이후 펀드에 가입할 때는 투자 성향 진단을 받아 성향에 따른 펀드 상품을 추천받도록 돼 있다. 어린이 펀드에 가입할 때 역시 부모가 투자 성향 진단을 받고 그에 맞는 상품을 추천받는다. 모든 가입 절차를 차곡차곡 밟아가려면 한 시간 정도 소요되므로 미리 넉넉하게 시간을 잡는 것이 좋다.

펀드는 적립식으로 할지 거치식으로 할지도 고민이다. 대학 입학금 등 장기적인 목적으로 어린이 펀드에 투자한다면 적립식으로 하는 것이 좋다. 적립식으로 투자하면 기준가격이 하락할수록 더 많은 펀드 좌수를 사고 반대로 기준가격이 오르면 매입하는 좌수는 줄어들게 된다. 즉, 쌀 때 많이 사고 비쌀 때 적게 사게 된다. 주식 펀드의 경우 주가가 떨어지더라도 계속 투자하면 더 많은 좌수를 사게 되는 것이어서 나중에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tip  어린이 펀드, 세금 문제 어떻게?

어린이 펀드는 세금문제 문의가 많다. 일정한도를 넘을 것 같으면 미리 증여세 공제 신청을 해야 해서다. 현행 세법(상속세 및 증여세법 53조)에 따르면 만 19세까지는 10년 단위로 1500만원씩, 20세 이후에는 3000만원까지 증여세 공제 혜택이 있다. 예를 들어 아이가 9살까지 1500만원, 다시 19살까지 1500만원, 20살 이후에는 3000만원까지 증여해도 세금을 내지 않는다는 얘기다.

증여세 공제 혜택을 받으려면 총 금액이 1500만원이나 3000만원이 되는 시점에 국세청에 증여세 신고를 한다. 미리 신고하지 않으면 한꺼번에 돈을 자녀에게 많이 증여했다고 간주되어 세금을 왕창 낼 수 있다. 사전에 증여세 신고를 해두면 펀드에 넣은 원금이 1500만원을 넘더라도 세금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나중에 생긴 차익은 이자소득으로 보기 때문에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증여세 신고는 국세청 홈페이지(www.nts. go.kr)에서 증여세 신고서를 다운로드해 자녀 이름으로 작성한 뒤, 가족관계증명서와 펀드통장 사본 등을 갖고 주소지 관할 세무서에 신고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