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투자는 지금이 적기다. 1년 전에 비해 최소 절반, 심한 경우 20~30%대까지 떨어진 작품이 시장에 나온다. 예비 컬렉터라면 지금이 최소한의 비용으로 돈 되는 그림을 골라잡을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눈만 밝으면 유명 작가의 작품도 100만원선에서 구입할 수 있다.

 지방 아트페어•온라인 경매 “싸게 팝니다”

45억2000만원. 국내 회화 작품 중 가장 비싸게 거래된 박수근의 <빨래터>의 몸값이다. 로또복권 1등 평균 당첨액보다 많다. 생존 작가 중에는 이우환의 그림(100호)이 3억원을 오르내린다.

한국을 대표하는 이우환은 5년 전만 해도 무명(?)에 불과했다. 미술계에서는 나름대로 영향력 있는 작가군에 속해 있었지만, 일반인 가운데 그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미술 전문 잡지 <미술세계>의 인지도 조사에 따르면, 2004년엔 명단에도 없었다. 그러다가 2005년 9위에 이름을 올리더니, 2006년에는 천경자·박서보에 이어 3위, 그리고 2007년에는 당당히 1위에 올랐다.

2003년에 몇 천만원 하던 이우환의 작품 가격은 3년 남짓 만에 무려 10배 가까이 뛰어올랐다. 그림 값이 너무도 가파르게 올라 스스로 가격을 낮춰달라고 요청할 정도다. 이 정도면 투자자들의 침을 흘리게 하고도 남는다. 단순비교로 10배 장사는 가뿐한 셈이다.

작고 저렴한 그림으로 ‘눈 훈련’

로또 1등 당첨의 매력에 필적하는 작품은 이우환만의 것이 아니다. 오치균, 김형균, 박항률 등 그 수도 많아 당첨 확률로도 매우 매력적이다. 행운당첨이나 2등쯤 되는 짭짤한 작가군, 예컨대 김동유, 변웅필, 이동재, 이길우, 이수동 등도 줄을 잇는다. 

그러나 이런 결과물을 보고도 많은 예비 투자자들은 뜸만 들인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투자 대상으로서의 소문은 자자한데, 실전을 위한 사전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것이며, 또 하나는 그림 값에 대한 막연한 부담감이다.

실제 미술 시장에 나도는 정보는 사실 여부를 떠나 출처가 공급자 위주라는 데 문제가 있다. 화랑이나 큐레이터, 시장 관련 교수나 기자 등 시장에서 나름의 투자 정보를 제공하는 전문가 군이 대부분 공급자의 입장에 서있다. 그러다보니 소비자를 위한 진정한 정보가 부족한 게 사실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그림 하면 적어도 몇 백만원은 하는 걸로 지레짐작한다. 집안의 품격을 위해 거실에 소품 하나 걸어두려고 해도 대부분 가격 때문에 망설인다. 그림을 사두면 돈이 된다는 사실을 믿더라도 미술 시장에 접근하는 여건이 발목을 잡는 것이다. 그러나 그림 투자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일단 그림을 한 번 사보자.

그렇다고 처음부터 몇 백만원, 몇 천만원짜리 그림을 사는 것은 금물이다. 아무리 유명한 시장 전문가가 제시하더라도 첫 투자에 그만한 돈을 투입한다는 것은 여러모로 성급하고 어리석다. 먼저 값싼 그림 한두 점 사보면서 천천히 도전해도 뒤처질 것이란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 한두 점 직접 사다보면 그림을 보는 눈이 달라지는 것은 물론 그림에 대한 애착도 강해지기 마련이다. 그렇게 문외한에서 전문가적인 식견을 가진 애호가가 되는 것이다.

100만원을 주머니에 넣고 화랑이나 아트페어를 찾아가면 언론에 오르내린 꽤 유명세 있는 작가의 작품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 물론 그림은 크기에 따라 가격을 달리하는 만큼 대작을 사려면 엄청난 비용이 들지만, 초보자들이 거실에 걸어두고 즐기기에는 10~20호 크기면 충분하다. 실제 시장에서는 이 정도 크기의 작품 거래가 가장 활발하며, 유명작가의 그림은 1~2호짜리도 당당하게 대접을 받는다.

미술품은 생각보다 비싸지 않다. 작품당 1000만원이 넘는 화가는 100명도 되지 않는다. 유명한 미대 출신에 개인전을 10회 이상 가진 작가의 그림도 소품의 경우 100만원 내외에서 구할 수 있다. 국내 대표 옥션인 서울옥션에서도 100만원대 작품이 수두룩하다. 연초 경매에서 임직순의 <꽃>(6호)이 120만원, 김일해의 <낙조>(12호)가 110만원, 성백주의 <해경>(15호)이 120만원, 김종학의 <원숭이>(12호·수채화)가 100만원에 낙찰됐다.

지방 옥션이나 온라인 경매에서는 상대적으로 더 싸게 구입할 수 있다. 전북 전주에 주소지를 둔 A옥션의 연초 온라인 경매에서는 대부분의 작품이 100만원 미만에서 거래됐다. 곽석손의 <나비>(10호)가 30만원, 하반영의 <원당리 소견>(6호)이 45만원, 유휴열의 <모악산 풍경>(8호)이 60만원에 팔렸으며, 한국화의 경우 남농 허건의 <산수>(12호)가 40만원, 미산 허형의 <파초>(30호 변형)는 20만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미끼상품 기획전은 ‘보물창고’

아트테크 초보자라면 처음부터 메이저 시장에 들어가 당황하지 말고, 만만한 시장부터 들러 내공을 익히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술 투자 내공을 단련하는 대표적인 대상으로는 아트페어나 화랑의 기획전, 온라인 경매, 지방 아트페어가 있다.

아트페어 때 ‘미끼상품’으로 행사장 한편에 별도의 부스를 마련하고 ‘100만원 기획전’을 여는 경우가 많다. 이곳을 잘 살피면 괜찮은 작품을 고를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화랑에서 유명화가의 작품을 일정 가격에 파는 기획전도 매우 유익하다. 인사동 한국미술관은 유명작가의 소품 수백 점을 모아 100만원 이하로 파는 ‘작은작품미술제’를 열며, 경향갤러리 역시 10호 내외 크기의 유명작가의 작품 수백 점을 모은 ‘90만원전’을 열기도 한다. 매주 금요일 오후 3시 인사동 수운회관에서 열리는 즉석 경매에선 도문희의 <여인>(2호)이 15만원, 박용인의 판화(12호)와 이두식의 판화(6호)가 10만원에 팔리기도 한다.

온라인은 시간과 발품을 팔지 않고도 편하게 내공을 쌓는 데 제격이다. 대표적인 ‘포털아트’를 비롯해 신인 작가의 작품을 최소한의 비용으로 구입할 수 있는 ‘아트폴리’, ‘아트렐라’ 등에서는 100만원으로 투자할 대상이 즐비하다.

지방 아트페어도 좋은 내공 훈련장이다. 충남아트페어의 경우 매년 9월경에 당진군에서 열리는데 그곳에 가면 100만원으로 작품을 골라잡을 수 있다. 소품기획코너에 10만원짜리 그림도 있다. 액자 값만 3만~4만원 하는 것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작품을 거저 주워오는 거나 마찬가지다. 무명의 작가가 아니라 개인전을 10회 이상 열고, 여러 차례 국전 특선을 한 작가들이 대부분이다. 이번 여름 휴가철 남도로 내려갈 사람이라면 전남 진도의 ‘남도예술은행 토요경매’에 들러보자. 그곳에선 매주 토요일에 한국화 전문 경매가 열리는데 20만~30만원이면 국내 유명 화가의 작품을 챙겨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