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싹이 돋는 봄이다. 증시에서도 ‘그린(green)’주, 즉 녹색성장 업종ㆍ종목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전통적인 증시 주도주인 IT나 자동차 업종도 여전히 관심의 대상이다. 증시가 본격적인 상승세로 돌아설 경우 증권, 건설 등도 단기적으로 충분히 고려해 볼만하다.

개별 업종이나 종목의 성장세와 별도로 최근 증시의 움직임을 가늠하는 요소는 금융시장을 떠돌고 있는 유동성이다. 은행 예금이나 머니마켓펀드(MMF) 등 안전자산에 묶여있는 단기 부동자금들이 어디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증시의 방향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과잉유동성이 주식시장으로 올 수 있느냐는 경기의 반등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전반적인 경기가 침체(recession) 상태에서 벗어나야 주식시장도 대세 상승세로 접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의 1000~1200선(코스피지수 기준)의 박스권을 본격적으로 상향 돌파할 수 있느냐다.

경기 침체가 어떤 식으로 반등하고 그런 반등이 또 어떤 식으로 정의될지 앞서 예단하기는 힘들다. 최근 연구기관들이 잇따라 경기가 저점에 도달했다고 발표하고 있지만 아직은 막연한 소식이다. 저점을 찍은 이후 곧바로 반등이 가능하냐에서는 다시 주장이 엇갈린다. ‘V’자 반등이 가능하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L’자 부진이 이어진다는 말도 있다. 

그동안 국내외 경기의 장기침체 주장이 대세였던 상황에서 저점 확인 및 반등 가능 주장은 나름대로 희망이다. 각종 지표들이 호전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경기는 심리’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잘 된다고 마음을 먹으면 역시 좋아질 수 있는 것이 경제 상황인 것이다.

경기 호전에 따라 풍부한 부동자금으로 떠도는 유동성이 본격적으로 증시로 유입될 수 있을 전망이다. 왜 하필 증시일까. 국내 증시가 가지고 있는 성질 때문이다. 국내외 경제 상황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증시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이후 경기 침체가 갑자기 주요 이슈가 되면서 코스피지수는 거의 50% 가까이 하락했다. 반면 부동산 가격은 고점 대비 10% 내외 하락에 그친 상황이다.  

침체된 경제의 조기 회복을 위해 금리 인하와 은행 자본 확충, 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 집행이 동시에 집중된 결과, 최근 시중에 유동성이 급격히 늘었다. 지난 3월 현재 국내 금융시장에 40% 이상의 과잉유동성이 있다고 추정되는데, 이는 지난 1998년 환란 탈출을 위해 유동성이 급증했던 시기 이후 최대 규모다. 

경기 회복과 함께 안전자산이 증시로 이동할 경우 단기랠리 가능성이 있는 것은 IT와 자동차 등 전통적인 대표 업종들이다. 이들 종목은 국내 증시의 주요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다 이번 금융위기로 오히려 비중을 키우고 있다. 산업 내 구조조정으로 인한 국내 업체들의 시장 지배력이 확대되고 있고, 절대적 수준에서의 원화 약세에 따른 가격 경쟁력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등 국내 주요 업체들이 해외시장에서 매출을 늘리면서 글로벌 구조조정의 최종 승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이들은 잇따라 신상품을 내놓는 등 공격 경영을 계속하고 있다.

녹색성장주는 장기적으로 유망

장기적으로는 ‘그린’한 녹색성장주들이 여전히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녹색성장주의 강세를 점치는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먼저 실물경기 침체와 실업문제 해결이 우리나라를 포함, 전 세계적으로 핵심 이슈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뉴딜정책의 대상으로 성장과 환경문제를 동시에 만족시킬 만한 것으로 녹색성장업종만한 게 없다는 인식 때문이다. 차세대 먹거리 창출을 위해 녹색성장주에 기술개발과 투자를 집중할 수밖에 없고 또 지구온난화 확산을 해소할 수 있는 대체에너지로도 필요불가결하다는 판단에서다.

다른 한편으로는 유동성과 관련돼 있다. 우리 정부가 현재의 침체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거품이 끼는 한이 있더라도 집중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치 지난 1998년 환란 후 IT산업에 집중 지원됐던 것과 비슷한 논리다. 녹색성장업종이 성장하지 않을 경우 정부가 의도적으로 거품이라도 만들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 때문이다.

물론 온갖 지원이 된다고 해도 모든 관련 업종과 종목이 같은 속도로 성장할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녹색성장주로 가장 먼저 기대를 모았던 풍력 관련업체인 태웅이나 태양광 관련 동양제철화학 등이 최근 과잉투자와 단기 주가 급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이 그런 예다. 오히려 환경과는 어울릴 것같이 않은 원자력 관련 기업들이 그린이라는 외피를 입고 부각되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녹색성장주도 정부 정책과 투자 및 시장의 수용 정도, 주가 급등락 여하에 따라 구별해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삼성전자가 LED TV를 내놓고 현대자동차가 하이브리드자동차를 개발하는 등 전통적인 IT·자동차업체들도 녹색 열풍에 동참하고 있는 상황은 궁극적인 승자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가르쳐준다.

경기가 2분기에 저점을 찍고 3분기에 반등할 가능성이 보일 경우 관심의 폭을 넓혀도 좋다. 경기 민감 업종인 운수장비, 철강금속, 증권, 건설 등에도 주의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혹 예상과는 달리 경기 침체 탈출이 여의치 않을 수도 있으니 전통적인 경기방어주인 게임이나 음식료품, 제약 주 등에 계속 머무를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경기방어주 중심으로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저점을 확인하고 나면 IT, 자동차 등 수출주로 갈아타는 전략이 유효하다. 녹색성장주 등 정책 테마주들의 선전은 올해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도 기대해 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