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펀드에 투자할 것인가? 채권펀드에 투자할 것인가?” 이 질문은 “버스가 좋은가? 트럭이 좋은가?”와 같이 애초부터 잘못된 질문이다. 서로 동등한 비교 대상이 아닐 뿐더러 상황에 따라 답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논란이 투자자들 사이에 끊임없이 벌어진다. 최근 글로벌 경제 침체 이후 채권펀드가 주식펀드에 비해 수익률 우위를 보이면서 같은 논란이 이번에도 불거지고 있다.

물가 상승 따른 구매력 하락 따져봐야

최근 주식펀드 수익률이 곤두박질치면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채권펀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투자자 입장에서 ‘고위험 고수익’ 주식펀드에 투자했지만 오히려 ‘저위험 저수익’ 채권펀드보다 성과가 낮으니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주식펀드의 최근 1년 성과(3월9일 기준)는 35.56%, 채권펀드는 3.93%로 나타났다. 경제 침체로 모든 투자가 저조한 성과에 머물렀지만 그래도 채권펀드는 꿋꿋이 플러스를 유지했다. 3년 성과 역시 주식펀드는 -10.98%인데 반해 채권펀드는 +14.75%로 무려 25.73% 포인트나 높았다. 투자기간을 5년 정도로 늘려 보니 겨우 주식펀드(32.49%)가 채권펀드(24.4%)에 대해 체면을 세웠다. 결국 최근에만 놓고 본다면 주식펀드는 ‘고위험 저수익’, 채권펀드는 ‘저위험 고수익’ 상품으로 서로 자리바꿈을 한 꼴이다. 

정해진 금리 받더라도 물가 오르면 실질 수익률 ‘뚝’

그렇다면 과연 채권펀드는 안정적인가? 그리고 주식펀드는 위험한가? 다소 원초적인 질문부터 따져볼 필요가 있다. 채권펀드는 주로 채권에 투자하므로 채권과 성격이 같다. 돈을 빌린 채무자가 망하지 않는 한 만기가 되면 원금과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은행의 예·적금과 같은데 이 글에서 채권펀드를 은행 예·적금으로 바꿔 읽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반면 주식펀드의 주된 투자 수단인 주식은 회사에 대한 일정 지분을 나타내는 증권이다. 정해진 만기가 없으며 기업 가치가 높아져 주가가 오르면 자본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또 기업이 이익을 많이 내면 배당을 받을 수 있지만 이익이 없으면 배당을 받지 못한다.

채권펀드 투자에 있어 가장 큰 위험은 물가 상승에 따른 구매력 하락이다. 이는 투자자의 자산을 야금야금 갉아먹는 ‘보이지 않는 세금’이라는 점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실제로 노후 준비나 자녀 교육비 마련과 같은 장기적인 투자 목적에 있어 가장 큰 적이 바로 물가 상승 위험이다. 비록 물가 상승률이 낮더라도 10년 이상 지나면 구매력 하락 정도가 결코 적지 않다. 예를 들면 연평균 물가 상승률이 4% 정도라고 가정하면 10년 후 전체 구매력 중 34%가 줄어들게 된다. 만일 세금까지 감안한다면 구매력 가치는 더 떨어지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왜 채권은 물가 상승에 약할까? 채권 투자자가 받게 되는 이자는 채권의 기간과 발행 기업의 신용등급, 당시 시장금리 상황 등에 따라 달라진다. 보통 채권의 기간은 3~5년 정도인데 이 기간 동안은 발행 당시 정해졌던 금리로 이자를 받게 된다. 문제는 이 기간 동안 물가가 올라 돈의 실질가치가 떨어지더라도 애초 정해진 금리는 변함이 없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연 5%로 발행된 5년 만기 채권에 투자했는데 5년 동안 물가가 연평균 4%로 올랐다면 실질적인 금리 수익은 연 1%에 불과하게 될 것이다. 결국 채권은 투자기간 동안 물가가 올라 실질가치가 떨어질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된다. 이러다 보니 밖에선 버는 것 같지만 안에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다 새는 것과 같다. 실제로 2007년 정기예금 금리는 5.01% 이었지만 물가 상승률 2.5%를 감안한다면 실질금리는 절반인 2.51%에 불과하다. 여기에다 15.4% 이자소득에 대한 세금까지 감안하면 실질금리는 1.7%까지 떨어진다.

그렇다면 주식은 어떨까? 주식의 가격은 단기적으로는 기업의 가치보다 턱없이 낮거나 혹은 높을 때도 있지만 주가는 기업에 대한 소유권의 가격인 만큼 결국 기업의 본질적 가치에 따라가게 된다. 기업의 가치는 장기적으로 물가 상승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다. 예를 들어 라면 회사의 경우 밀가루 값이 올랐다면 오른 만큼 라면 가격을 올리게 된다. 즉, 물가가 올랐지만 기업의 가치는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게 되는 것이다.

주식펀드의 수익률이 장기적으로 채권펀드보다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 뿐만 아니다. 주식과 채권의 발행 과정을 따져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채권 발행에 따른 금리 부담과 새로운 사업에 따른 기업가치 상승 정도를 비교할 것이다. 채권 투자자에게 이자를 지급한 것보다 더 많이 기업가치가 오를 것으로 예상될 때 비로소 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만일 그렇지 못한 사업은 결국 망하게 된다. 채권 이자보다 기업가치 제고에 따른 주식 수익이 장기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주식이 채권보다 유리

우리보다 자본시장의 역사가 오래된 미국을 보면 주식이 채권보다 월등히 높은 장기성과를 올린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세계적인 장기투자 이론가인 제러미 시겔 교수(펜실베이니아 대학 와튼스쿨)에 따르면 1802년부터 2006년까지 200여 년 동안 주식 수익률은 연평균 6.8%인데 비해 채권은 연 3.5%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역시 2001년 1월2일부터 2009년 3월11일까지 약 8년여 동안 코스피지수와 국고채지수의 누적성과를 보면 주식이 123.44%인데 비해 채권은 64.75%로 나타났다. 단기적인 구간구간마다 주식과 채권의 성과가 서로 엇갈릴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주식이 채권보다 높은 수익을 올린다고 할 수 있다. 

주식펀드와 채권펀드를 비교하는 것은 자산의 경합성 때문이다. 즉, 서로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어떤 자산이 더 매력 있느냐를 판단해 투자를 결정한다. 이때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이익 수익률(earning yield)’ 개념이다. 이익 수익률은 주가를 수익으로 나눈 가치평가지표인 주가 수익률(PER)을 거꾸로 뒤집은 것이다. PER(일반적으로 ‘퍼’라고 읽는다)는 현재 회사에서 벌어들이는 이익으로 투자자금을 회수하는 데 걸리는 기간을 의미한다. PER가 높으면 투자금액을 회수하는 기간이 길기 때문에 고평가됐다고 말할 수 있다. 반면 이런 PER를 뒤집은 이익 수익률은 당시 주가로 투자한 자금의 한 단위당 기대 이익률을 말한다. PER가 20인 주식이라면 5%의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최근 주식과 채권의 이익 수익률을 비교해 보자. 현재 국내 주식시장의 PER가 8.55배(3월9일 기준)이므로 주식의 이익 수익률은 11.69%(1/0.0855)가 된다. 같은 날 채권의 경우 지표물인 국고채 3년물이 5.66% 이다. 주식과 채권의 이익 수익률을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주식이 훨씬 더 매력적인 상황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비록 어려운 상황이긴 하지만 지금이야 말로 장기적으로 주식펀드에 투자할 때인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