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부동산 모기지 부실에 기인한 글로벌 금융위기가 금융 시스템 전반 및 실물경제로 전이되면서 투자자들의 투자 전략, 방식 등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2004년 코스피가 1000포인트를 돌파한 이후 약 3년간 지속된 주가 상승으로 투자자들의 주식투자 비중이 높아졌고, 적립식 펀드라는 상품이 은행 예금의 자리를 대신했다. 하지만 주가 상승이 2007년 10월을 정점으로 하락세로 전환되면서 개별종목, 주식형 펀드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손실이 크게 발생했다. 신용경색으로 인한 자금 부동화로 기업들의 자금사정이 악화되면서 개별종목의 부도 위험도 높아지고 있다.

이런 여건에서 투자자들은 기존의 펀드, 개별종목 투자와는 다른 투자처를 찾게 됐고 그 결과 ETF(상장지수투자신탁)가 새로운 투자 대상이 된 것이다. 펀드에서 큰 손실을 경험한 투자자들이 펀드를 신뢰하지 못하고, 기업들의 부도위험이 높아지면서 개별종목 투자도 꺼리는 상황이 투자자들로 하여금 ETF에 관심을 갖게 한 것이다. ETF는 펀드지만 거래소에 상장돼 투자자가 개별종목과 동일한 방법으로 매매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직접투자는 하고 싶지만 개별종목의 부도위험을 피하고자 하는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상품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이다.

최근 증시 전반의 거래가 부진한 가운데 ETF가 홀로 활황세를 띠고 있다. 신규로 상장되는 ETF도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1월 한 달간 국내 상장 ETF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1470억원으로 2008년 12월 1228억원보다 19.7%가 늘고, 하루 평균 거래량은 1009만 주에서 1023만 주로 1.5% 증가했다. 이는 2008년 11월 이후 2개월째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유가증권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과 거래량이 2개월 연속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국내 ETF 현황을 살펴보면, 2009년 2월9일 기준으로 총 8개 운용사가 40개 ETF를 운용하고 있다. 가장 많은 상품은 KOSPI200 주가지수 수익률을 추적하는 ETF로, 5개 운용사가 각각의 상품을 상장시켜 운용하고 있다. 국내 지수를 추적하는 상품들 중 가장 큰 규모의 상품은 삼성투신운용이 국내 최초로 2002년 10월14일 상장시킨 ‘삼성KODEX200 ETF’로 순자산은 1조650억원이며, 거래량 역시 국내 ETF 중 최고다.

해외 지수를 추적하는 상품 중 가장 큰 규모의 상품은 삼성투신운용이 2007년 10월10일 상장시킨 HSCEI(홍콩에 상장된 H주로 구성된 주가지수) 수익률을 추적하는 ‘삼성KODEX China H’로 순자산이 1230억원이다. 2009년 2월 자통법 시행 이후 국내 ETF 시장은 새로운 도약기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가지수에만 국한됐던 투자 대상이 상품지수, 채권지수 등으로 폭넓게 확대됐기 때문이다. 2009년 중에 Gold ETF, Oil Price ETF, Leverage ETF 등이 상장될 것으로 보인다.

 

발행시장과 유통시장으로 구성

이러한 ETF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ETF의 상품구조, 매매 방법 등에 대해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ETF 시장은 발행시장(Primary Market)과 유통시장(Secondary Market)으로 나뉜다. 발행시장은 기관 및 법인 투자자들만 참여할 수 있는 시장이며, 투자자가 매일 아침 공표되는 설정, 환매를 위한 단위 포트폴리오(PDF: Portfolio Deposit File)를 매수한 후 펀드 수탁은행에 주식을 납입해 ETF를 발행받는 시장이다. 이러한 과정을 ETF 설정이라고 한다. ETF 환매는 반대로 ETF를 펀드 수탁은행에 납입하면 투자자는 PDF와 동일한 주식을 돌려받는 형태다. 즉, 기존의 상품들의 현금 설정 환매가 아닌 실물 설정 환매다. 하지만 자통법에서는 설정, 환매 방법을 현금으로까지 확대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설정, 환매 구조는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발행시장을 통해 설정, 환매된 ETF는 ETF의 상장주식 수 증감으로 이어지게 된다. 유통시장은 이미 상장된 ETF를 거래소를 통해 매매하는 시장이다. 유통시장은 기관, 법인뿐만 아니라 개인들도 참여가 가능하다. 이 시장을 통해서 ETF는 개별종목 주식과 동일한 방법으로 거래된다. 유통시장을 통한 ETF 거래의 장점은 ETF 매도 시 거래세 0.30%가 면제된다는 것이다. 최근의 개인거래 비중 증가에 거래세 면제가 어느 정도 기여한 것으로 생각한다.

낮은 가격 변동성은 오히려 ‘약’

어떤 투자자들은 ETF의 가격 변동 폭이 작아서 투자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는 가격 변동의 양면이 아닌 일면만을 본 단편적인 시각이다. 가격이 크게 올라간다는 것은 그만큼 하락할 수 있다는 의미다. ETF는 특정 지수의 수익률을 추적하는 상품이기 때문에 변동성 자체는 개별종목 대비 낮을 수 있다. 하지만 중장기적인 투자 관점에서 ETF 상품을 바라본다면 낮은 변동성은 투자자에게 약이 됐으면 됐지, 독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 본격적으로 ETF의 투자 방법을 살펴보자. ETF는 개별종목, 주식형 펀드와 다른 가격 결정구조를 가지고 있다. 개별종목은 주로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목표주가와 시장 수급에 따라 -15~15% 일변동 폭을 가지고 있다. 반면 ETF는 10초 단위로 펀드의 실시간 추정 기준가가 공표되며, ETF의 유동성 공급자는 거래가격이 추정 기준가를 중심으로 일정 폭 안에서 움직이도록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한다. 거래소 상장규정에 따르면 ETF의 종가는 펀드 기준가 대비 -3~3% 안에서 유지돼야 한다. 이러한 유동성 공급자의 역할로 인해 기관, 개인 투자자들은 ETF를 추정기준가에 근접한 가격에서 원활하게 매매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HTS(홈트레이딩 시스템)을 이용해서 ETF를 직접 거래하고 있다. HTS마다 화면이 각기 다르지만 ETF 관련 화면(그림상의 가격은 설명을 위해 임의로 설정한 가격임)과 같은 정보는 확인이 가능하다. HTS를 이용하는 투자자라면 반드시 ETF의 추정NAV(Net Asset Value)를 확인하고 현재 거래가격이 추정NAV 대비 고평가인지, 저평가인지를 확인한 후 거래해야 한다. 추정NAV 대비 고평가된 가격보다는 저평가된 가격에서 매수하는 것이 좀 더 유리한 가격에 매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ETF를 직접 거래하기를 원하지 않는 투자자라면, 적립식 펀드와 유사한 방법으로 투자할 수 있다. 또 은행 특정 금전신탁 상품, 증권사랩(WRAP)을 통해 ETF 투자가 가능하다.

ETF는 선진시장에서 21세기 최고의 금융 상품으로 손꼽히고 있다. 투자자들에게 가장 저렴하고, 효율적인 투자 방법을 제공하는 ETF가 국내 시장에서는 상장 6년이 지나서야 주목받기 시작했다. 과거 코스닥 등에서 수백 퍼센트의 수익률을 경험했고, 액티브펀드들이 선전해왔기 때문에 인덱스펀드, ETF가 투자자들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었다. 하지만 최근 국내 주식시장의 변화를 살펴보면 과거 개별종목에서의 수백 퍼센트 수익률 획득 및 큰 폭의 초과수익률을 획득하는 액티브펀드 발굴이 쉽지 않다. 점차 효율적 시장으로, 기관 중심의 시장으로 변해가는 국내 주식시장에서 ETF가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투자 대안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