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 전망은 주가에 후행적…

시장 변곡점 읽는데 큰 도움 안돼

최근 코스닥 시장을 선두로 주식시장이 저점을 높여가고 있다. 하지만 언론에서 들려오는 경제뉴스나 체감경기를 감안하면 감히 주식을 살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 같다.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을 부정적으로 보는 가장 큰 이유는 금융위기와 경기 침체로 올해 기업 이익이 부진할 것이라는 걱정 때문이다. 전 세계 기업 이익 전망을 조사해 발표하는 Thomson I/B/E/S 자료를 인용해 보면, 올해 한국 기업의 EPS 증가율은 불과 4.5%에 그친다. 따라서 현재 주가조차 부담스럽게 느끼는 투자자들이 많다. 

문제는 낮아진 EPS 증가율조차 유지될지 확신할 수 없다는 점이다. 국내 기업의 분기 실적발표는 예년보다 1주일가량 늦게 시작됐다.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현대자동차 등 이미 실적을 발표한 주요 기업들의 성적은 컨센서스(실적 예상치)를 하회하거나 컨센서스 하단에 턱걸이하는 수준이다. 따라서 당분간 애널리스트들은 이익 전망을 낮추는 작업을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익 전망은 주가에 지극히 후행적이기 때문에 주식시장의 변곡점을 읽는데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과거 주가와 이익 전망 수치를 비교해 보면 일정한 시차가 있었다. 즉, 이익 컨센서스는 주가의 궤적보다 짧게는 1개월, 길게는 6개월가량 늦게 움직여왔다. 이익 전망이 주가보다 늦게 움직이는 이유는 애널리스트가 기업 정보에 밝기는 하기만 기업 경영과 관련한 내부정보를 완전히 간파할 수 없고, 기업 외부변수는 애널리스트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예상되고 있는 이익 전망에만 의지할 경우, 주가가 비싸 보일 수밖에 없다.

 지금은 경기선행지수를 살펴야 할 때…

실물경기가 둔화되고 있는데도 주가가 상승할 경우, 향후 두 가지 시나리오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주가가 일시적으로 반등하는 경우다. 흔히 ‘기술적 반등’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데, 모든 가격은 계속 하락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하락 추세 속에서도 일정기간 동안에는 반등이 나타나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둘째, 주가가 경기에 선행해서 움직이는 경우다. 주가는 실물경기 외에도 투자자들의 심리가 반영되기 때문에 실물경기보다 더 높은 변동성을 가지고 있다. 즉, 경기나 이익이 좋을 때 실제 경기가 이익 수준보다 더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반대로 경기나 이익이 악화될 때 주가는 실제 주식의 가치보다 더 하락하는 경향을 보인다.

필자는 현재 주식시장이 두 번째 경우일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주식시장이 미국발 금융위기로 실제 가치보다 더 하락한 이후, 금융위기에 대한 내성이 커졌다. 이에 따라 적정 가치를 찾아서 반등하고 있다. 다만 종합주가지수가 1200포인트선에 다가섬에 따라 주식시장이 과도하게 하락한 부분은 어느 정도 회복됐고, 앞으로는 경기 회복 신호에 반응할 가능성이 높다. 

보통 경기 회복은 기업의 ‘재고 조정’이 상당히 진행된 이후부터 시작된다. 창고에 제품이 산처럼 쌓여있다면 어느 기업이 제품을 생산하겠는가.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한국 제조업의 재고 증가율은 지난해 8월 17.7%까지 증가한 후, 12월에는 7.0%까지 낮아졌다. 기업들이 재고를 줄이는 과정에서 고통을 겪었겠지만, 급격한 재고 조정이 상당부분 진행됐기 때문에 향후 경기는 예상보다 빠르게 저점을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

경기가 회복될 경우 가장 주목받을 수 있는 업종은 제품의 전방 산업인 ‘소재산업’이다. 그 중에서도 반도체, IT부품 등 IT주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IT주식은 중국 효과를 반영했던 2004년 이후 5년간 저조한 수익률을 기록해왔다. IT경기는 이번 금융위기 과정에서 2000년 초 IT버블 붕괴기와 맞먹는 경기 침체기를 거치고 있다. 또 경기 영향을 많이 받는 업종 중 구조조정이 가장 먼저 진행되고 있다. 한국은 반도체, LCD 등의 메이저 업체로서 수혜 폭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국내 제조업의 주요 산업별 재고순환지표를 조사해 보면, 반도체, IT부품 등 IT산업의 경기가 가장 먼저 반등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IT주식이 최근 많이 올랐지만, 상승세는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