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열풍’을 주도하며 대형 증권사로 점프한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몇 년 사이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2007년에는 금은보화가 뚝딱 나오는 도깨비 방망이로 대박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지난해는 곤두박질쳤다. 수익성 악화로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오죽하면 “편두통보다도 심한 게 펀드통(痛)”이란 말까지 나왔을 정도다. 미래에셋증권 대치지점장 조이선(43) 이사 역시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등 마음고생이 컸다. 투자자들 손실에 따른 고통 때문이다. 인터뷰를 전제로 한 대면은 예상대로 어려웠다. ‘펀드 몰락’과 함께 미래에셋그룹에 쏟아지는 곱지 않은 시선이 거듭된 고사의 이유였다.

“저금리·저성장 시대라고

  안전한 운용만이 능사는 아니다”

조 이사는 미래에셋에 쏟아진 공적(公敵)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장을 개척한 리더라는, 넘버원 자부심에 기인해서다.

“미래에셋이 펀드의 대명사로 불리는 만큼 책임감을 느낍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죠.”

아이러니컬하게도 급전직하한 미래에셋증권에 대한 시장의 믿음은 여전하고 독보적이다. 2008년 큰 손실을 봤음에도 고객 이탈이 예상과 달리 심하지 않다. 또 주식과 채권 펀드 수탁액이 35조4000억원에 이르는 등 명실상부한 1위다. 

“자산 포트폴리오, 부동산 비중 줄이고 금융투자 늘려야”

조 이사는 작년 11월, 금연과 절주를 선언했다. 침체된 분위기를 일신하며 다시 한 번 비상을 위해 마음을 다잡은 것이다.

그의 원칙은 장기투자다. 단기 변동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뚝심 있게 버텨야 한다는 것. “그래도 시간 앞에 장사 없다”는 믿음에서 비롯된다. 자금 성격, 투자 목적 등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 있지만 원칙적으로 멀리 내다보고 투자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의 장기투자는 1~2년이 아닌 그 이상이다.  

본인 역시 손해를 봤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증시 폭락과 함께 반 토막 펀드로 추락, 큰 아픔을 겪었다. “실망하지 않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반듯한 모범생 이미지의 그는 장기투자와 더불어 분산투자의 중요성을 설파하면서 “저금리·저성장 시대에 안전한 운용만이 능사는 아니다”라는 입장을 조심스레 밝혔다. 일부 투자위험을 감안하더라도 실익을 높여주는 과감한 결단도 필요하다는 견해다. 조 이사는 2000년 3월, 만 10년간의 은행원 생활에 마침표를 찍고 미래에셋증권에 합류한 초창기 멤버다. 은행PB로 부자고객을 상대하면서 제한된 울타리가 직장을 옮기는 계기가 됐다.

그는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금융에 비해 부동산이 지나치게 높다고 우려감을 나타냈다. 부동산 비중은 점차 줄여나가고 금융자산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투자처로 부동산은 매력적이지 않다는 얘기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세계 경기 침체를 촉발한 미국발 경제위기의 직접적인 원인은 집값 급락에서 비롯됐습니다. 우리나라도 예외라고 단정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실제 집값이 급추락한 지역이 속출하면서 발생한 주택담보 부실과 가계부도가 미국 본토뿐 아니라 전 세계 금융위기와 실물경기 침체를 초래한 것이다.

그렇다면 개인이 보유한 전체 자산에서 부동산의 비중은 얼마나 돼야 할까. 명쾌하게 얼마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선진국인 미국과 일본의 사례가 좋은 참고가 될 것 같다고 했다.

국내 가계부문의 비금융자산 80% 부동산 편중

2008년 말 기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가계부문 자산에서 비금융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36%에 머물고 있으며 일본의 내각부 SNA(국민계정) 통계를 살펴보면 2006년 기준으로 약 39%에 그치고 있다.

“두 나라 모두 비금융자산 전부를 부동산으로 보더라도 40%에 이르지 않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006년 5월 말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국내 가계부문의 비금융자산 비중이 80%에 달해 개인 자산의 대부분이 부동산에 편중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는 “미국과 일본의 현황이 꼭 이상적인 답은 아니라 할지라도 국내 개인들의 가계자산이 지나치게 부동산에 쏠려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인구구조를 살펴보면 베이비붐 세대의 노령화에 따라 점차로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들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를 감안하면 중장기적으로는 부동산이라는 자산의 가치 하락이 예견될 수 있는 상황이죠. 한국인들에게 부동산이라고 하는 자산이 갖는 특별한 의미를 고려하더라도 한 부문의 자산에 치중하는 것은 포트폴리오 구성상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조 이사는 자신의 전체 자산 중 60%를 금융에 투자 중이다. 그 비율은 더 늘릴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일반 투자자들을 위한 조언 부탁에 그는 “제발 시황에 민감하게 반응하거나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고 열심히 공부하기를 바란다”며 “투자자도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갖춰야 한다”고 뼈 있는 한마디를 남겼다.

“기업을 분석하고 투자를 연구해야만 올바른, 성공하는 투자자가 될 수 있습니다. 정밀하고 객관적인 분석을 통해 실력을 키워나가세요.”

투자자의 주머니를 여는 금융권 직원들은 꾸준한 자기계발로 고객들보다 더 많이 알아야 함은 당연지사. 최고의 야전사령관으로 평가 받는 그 또한 전문지식 습득에 게으름을 피울 수 없다며 해맑게 웃었다. 특히 투자의 성패를 좌우하는 심리적인 측면에 대해 연구 중이다.

투자는 긍정적으로 해야 성공 가능성 높아

자본시장통합법(자통법)이 2월4일 발효되면서 국내 금융시장의 지각변동이 예고된 가운데 소비자들은 더 똑똑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그는 밝혔다. 금융기관으로부터의 투자 권유가 고객의 투자성향등급 범위 내로 엄격하게 제한된다.

“고객 스스로 자신의 투자성향을 정확하게 파악한 후 이에 맞춘 자산관리 전략이 필요합니다.”

조 이사는 강력한 카리스마로 똘똘 뭉친 권위적 리더십과는 질적으로 다른 자율형 리더십을 추구한다. 때문에 자율을 중요시하며 자신이 모든 것을 결정하고 추진하지 않는다. 굳이 보고할 필요도 없다는 입장이다. 직원들에게 권한과 책임을 동시에 부여하며 원칙적으로 모든 것을 해보라고 주문한다. 그의 자율에 기반을 둔 팀플레이는 검증이 됐다. 미래에셋증권의 간판 지점으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최상위 점포의 수장답게 시종일관 논리정연하면서도 차갑지 않고, 따뜻하며 차분한 말솜씨는 많은 고객들의 지지를 받는 무한 신뢰감을 엿보게 했다. 더욱이 겸손 모드는 방점을 찍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자식자랑으로 팔불출을 자처하며 인터뷰를 유쾌한 웃음으로 끝냈다. 지난해 서울대에 입학했다는 것이다. 그는 어린 자녀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면 안 된다고 무던히 강조했다. 이는 직장과 가정이 다르지 않은 자율형 리더십과 일맥상통한다.

마지막으로 금융투자에 실패한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좋을 때 투자해서 나쁠 때 뺀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남들이 어렵다고 할 때 관심을 가져야 하는데 거꾸로 하는 투자자들이 많습니다. 솔직히 힘들다는데 투자하기가 쉽지 않죠. 시각이 부정적이면 어렵지만 긍정적이면 달라집니다. 투자는 긍정적으로 해야 성공 가능성이 높아요. 투자는 언제든 적기라는 것을 잊지 말고 열공하십시오.”

자본시장통합법 시대의 자산관리

자본시장통합법 시행 이후 가장 크게 달라지는 점은 금융기관으로부터의 투자 권유가 고객의 투자성향등급 범위 내로 엄격하게 제한됨에 따라 고객 스스로 본인의 투자성향을 정확히 파악한 후 이에 맞춘 자산관리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1. 스스로의 투자성향을 파악 

먼저 주거래 금융기관을 방문해 본인의 투자성향 진단 후 거래 가능한 상품을 확인. 

2. 스스로의 투자성향 등급을 초과하는 위험 상품 상담 시 제한

현행 자통법하에서는 고객의 투자성향 등급을 초과하는 금융 상품에 대한 상담이 엄격히 제한된다. 따라서 본인의 투자성향 등급을 초과하는 상품에 가입하려할 때 이전처럼 금융기관 직원이 알아서 설명해주기를 기다리기보다는 고객이 궁금한 부분에 대해 적극적으로 정보를 제공해줄 것을 요구해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본인의 책임하에 의사 결정을 해야 한다.  

  

3. 금융 상품 가입 시 투자설명서를 꼼꼼히 챙겨라

펀드를 경험해 본 투자자라면 누구나 ‘투자설명서 교부확인서’에 “제공받고 설명 들었음”이라는 문구를 본인 자필로 썼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통법 시행 이후에는 고객에 대한 설명의무가 이전에 비해 훨씬 강화됨에 따라 투자설명서의 주요 내용을 꼼꼼히 설명 받도록 강제된다. 따라서 투자설명서 교부확인서의 문구가 “제공받고, 설명 들었으며 이해했음”으로 바뀜에 따라 투자자는 본인이 가입하는 금융 상품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위해 담당직원에게 충분한 설명을 요구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정확한 이해 후 상품에 가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