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하면서 일본 금융시장도 크게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 리먼브라더스 파산보호 이후 일본 니케이 225주가는 급락세를 지속하면서 2008년 10월27일에는 9월15일보다 41.4% 하락한 7162.9엔까지 급락했다. 정책당국 및 중앙은행의 연이은 금융시장 안정화 조치로 12월12일 현재 8235.9엔까지 소폭 반등했으나 이는 여전히 연초보다 46.2%나 하락한 수준이다. 반면 안전자산 선호 및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확대 등으로 엔/달러환율은 급락세를 나타내면서 12월12일 현재 달러당 89.6엔을 기록했다. 이는 리먼브라더스 파산보호 신청일(9월15일) 대비 -15.2%, 연초 대비 -19.5% 수준이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일본 금융시장 및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두 가지 문제를 고민하게 된다. 첫 번째는 과연 미국발 금융위기가 일본 실물경제 침체 강도를 얼마나 심화시킬 것인가의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실물경기 부진에 따른 기업실적 악화, 기업도산 증가 및 은행실적 악화가 일본 금융 시스템 불안으로 이어질지 여부에 대한 문제다.

일본 경제는 미국발 금융위기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확대되면서 이미 공식적으로 침체국면에 진입했다. 실질GDP 성장률이 2008년 3분기 중 전기 대비 -0.5%를 기록해 2분기 연속 전기 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이다.

금융시장 안정 및 경기부양을 위해 일본 정부는 지난 8월과 10월 중 두 차례에 걸쳐 경기부양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향후 일본 경제에 대한 전망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일본 경제가 이미 소비 등 내수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세계 교역량 감소에 따른 수출 급랭으로 경기 침체 심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행(일본 중앙은행 ??)은 지난 10월 월례경제보고서에서 2009년 실질GDP성장률 전망치를 0.6%로 하향 조정했다. 일본은행(일본 중앙은행 ??) 총재는 최근 FT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경제가 2009년 중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경제의 악순환적 고리 형성 우려 확대

금융시장 불안감 확대로 기업의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된 가운데, 경기 침체 심화 및 수출 급랭 가능성 확대 등은 ‘기업의 설비투자 위축→고용 부진→소비 침체→생산 위축→투자 부진→고용 악화…’라는 경제의 악순환 고리 형성에 대한 우려를 높이고 있다.

세계 경기 동반 침체, 수출 둔화, 국내외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일본 경기 침체 국면 본격화 등으로 일본 기업은 체감경기가 크게 악화된 데다 기업실적 부진이 심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 기업 설비투자 위축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2008년 4분기 일본 기업 단기경제관측조사(단칸) 결과에 따르면 전체 산업의 업황판단DI가 전분기(-14)보다 더욱 하락한 -19를 기록하면서 7분기 연속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투자심리가 2003년 3분기(-21) 이후 5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위축된 것이다. 또한 엔고 및 수출 부진 등으로 기업실적 악화도 심해지면서 2008년 3분기 중 일본 기업의 경상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2.4% 감소를 기록했다. 기업의 투자심리 위축 및 실적 악화는 투자 부진으로 이어지면서 일본 기업의 설비투자도 전년 동기 대비 13.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경제의 수출의존도가 크게 확대됐다는 점, 2002년 이후 일본 경제 호황기 국면을 수출이 주도하였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일본의 수출 부진 심화 전망은 향후 일본 경제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일본 경제의 수출의존도(수출/GDP, 명목기준)는 2008년 3분기 중 19.6%로 2001년 1분기(10.9%)보다 두 배 가까이 높아졌다. 2003년 이후 일본의 전후 최장기 경기 호황 국면은 디플레이션 탈출에 따른 소비 회복이 아닌, 세계 경기 호황에 따른 수출 호조에 따른 것이다.

일본 경제의 수출의존도가 크게 높아진 상황에서 세계 경기 침체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 신흥시장국의 경기 둔화 우려도 확대되고 있다는 점, 엔화 강세로 수출단가 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 등으로 향후 일본 수출 부진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10월 일본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8%나 감소한 상태다.

경기 침체, 기업 도산 증가 등으로 은행 경영실적 악화

대내외 금융불안 장기화, 경기 침체 심화에 따른 일본 기업의 파산 증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손실 확대 등으로 일본 은행들의 경영실적이 악화되고 있으며, 향후에도 은행의 경영실적 악화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은행의 실적 악화 전망 지속에도 일본 경제의 장기호황기 중 나타난 은행의 재무상태 개선으로 인해 최근의 은행 경영실적 악화가 금융 시스템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2008회계연도 상반기(2008년 3~9월) 중 11개 주요 은행의 결산실적을 살펴보면 영업이익은 소폭 감소에 그쳤으나 경상이익이 크게 감소하면서 당기순이익은 절반 이하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은행 영업이익은 투자신탁 및 보험 등의 판매수수료 감소, 증권화 상품 관련 손실 증가 등으로 2007회계연도 상반기 1.6조엔에서 2008회계연도 상반기 1.4조엔으로 소폭 감소한 반면 은행 경상이익은 중소기업 도산 증가에 따른 부실채권 처리비용 증가, 주식 관련 손실 증가 등으로 동 기간 중 1조엔서 2000억엔으로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동 기간 중 당기순이익은 8000억엔에서 3000억엔으로 절반 이하 수준으로 감소했다.

주식 급락에 따른 보유주식 손실 확대, 경기 침체에 따른 기업 도산 증가 및 이에 따른 부실채권 증가, 투자신탁 등 금융 상품 판매 부진에 따른 수수료 수입 감소 등으로 향후에도 일본 은행들의 경영실적 부진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와 같은 은행의 경영실적 악화가 일본 금융 시스템의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2003년 이후 나타난 일본 경제의 장기 호황기 중 일본 은행의 재무건전성이 크게 개선되면서 각종 리스크에 대한 저항력이 증대됐기 때문이다. 즉, 대형 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은 2002년 3월 8.4%에서 2008년 3월 1.4%로 크게 하락했다. 또한 자금의 조달 및 운용 면에서 살펴볼 때 일본은행(일본 은행 ??)의 경우 예금을 통한 자금조달 비중이 높아 단기 유동성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낮은 데다 자금조달과 운용의 평균잔존연수 갭이 주요 은행의 경우 0.6년, 지방 은행의 경우 약 1.2년으로 안정적으로 운용되고 있는 상태다.

글로벌 신용경색 우려 재발 등으로 증시 조정국면 지속 예상

일본 증시는 리먼브라더스 사태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감 확대, 경기 침체 장기화 우려, 일본 기업의 실적 악화 전망 등으로 조정국면을 지속했다. 하지만 세계 각국 중앙은행의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정책공조, 각국 정책당국의 경기 침체 방어를 위한 내수부양 조치 등에 힘입어 2008년 10월28일(6994.9엔)을 저점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의 신뉴딜정책 발표 이후 글로벌 증시의 동반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크리스마스 랠리 재현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크게 높아지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경기 침체, 금융시장 불안 지속, 기업실적 악화 전망 등으로 아직 일본 증시의 추세적 반등을 낙관하기는 이른 것으로 보인다. 우선 경제 기초 여건 측면에서 볼 때 일본 경제의 침체국면이 더욱 심해지고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엔화 초강세 및 이에 따른 수출 부진으로 기업실적도 보다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 달러당 90엔대를 기록하고 있는 엔화가 2009년 중 80엔대 초반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 발표도 이어지고 있어 향후 당분간 일본 기업의 실적 악화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일본의 대표적인 글로벌 기업인 도요타의 경우 엔화 초강세의 영향으로 2008회계연도 하반기(2008년 10월~2009년 3월) 중 10년 만에 처음으로 1000억엔 규모의 영업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엔화가치 급등, 수출 부진, 경기 침체 심화 등을 반영하여 기업들의 실적 악화 전망도 이어지면서 12월4일 현재 일본 기업의 이익조정비율(ERR: Earnings Revision Ratio)은 -24.7%로 2008년 11월6일 15.3%보다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일본 기업의 ERR은 9월 중순 이후 하향 수정 폭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동 수치의 하향 수정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은미 현대증권 리서치센터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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