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와 자산가치 하락의 우려로 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경제 위기가 계속되면서 불안한 마음에 점점 더 안전자산을 찾는 것이다. 과거에도 정치경제적 위기가 발생하면 단기적으로 금 수요가 증가했던 사례가 종종 있었다. 그렇다면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금은 위기 시 얼마만큼의 보상을 해줄 수 있을까. 나아가 투자자산으로서의 금의 가치를 분석해본다.

“안전(safe)자산이지만 안정(stable)자산은 아니다”

안전자산으로서의 금의 가치

◎ 가치가 ‘0’이 되지 않는 자산

투자를 결정할 때 고려해야 하는 위험에는 ‘부도 위험’이 있다. 이는 보유자산이나 권리가 ‘0’이 되는 위험으로 일상적인 상황에서는 발생 확률이 지극히 낮지만 위기 상황에서는 높아지는 특성을 가진다. 세계 500대 규모의 기업 수명은 평균 40~50년이었으며 국내 상장기업은 평균 32.9년이었다. 역사적으로 봐도 기업의 수명은 고작 18년에 불과하다. 반면 금은 5000년 전에도 존재해 왔으며 시간이 지나도 성질이 변하지 않고 얼마든지 형태를 바꿀 수 있다. 즉, 금은 소비하면 사라지는 상품과 달리 반영구적이며 주식, 채권과 달리 극단적인 상황에서도 ‘부도 위험’이 없는 안전자산이다.

◎ ‘달러가치 하락’을 보완해주는 최종적 화폐

금의 가격 측면에서 보면 어떨까? 실제 금 가격은 달러가치에 크게 영향을 받는데 이는 금의 화폐적 성격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 과거 금은 실물자산이면서 교환의 수단이 되는 화폐였다. 가치가 없는 종이가 화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금본위제도가 통화가치를 보증했기 때문이다. 이후 브레턴우즈체제(1944년 IMF 설립 및 그 활동 개시 이후 1971년 8월 소위 닉슨쇼크까지의 약 4반세기 동안 세계 경제를 지탱해 온 국제통화체제)를 거치면서 달러는 기축통화로서의 자리를 확고히 했다. 현재 달러는 불태환지폐가 됐지만 미국의 신용-좀 더 직접적으로는 미국의 세금-이 달러가치를 보증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 때문에 기축통화인 달러가 위협을 받으면 최종 화폐적 성격을 갖고 있는 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달러와 금의 가격은 역의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다. 특히 과거 경제나 전쟁 위기 때 달러가치 하락과 금 가격 상승이 동시에 일어난 사례는 위기관리 자산으로서의 금의 가치를 보여준다.

◎ 인플레이션 위기 시 가치 하락 위험을 헤지하는 자산

금이 안전자산으로 평가받는 이유 중 하나는 인플레이션을 헤지하기 때문이다. 특히 급격한 인플레이션 위기에는 헤지 기능이 더욱 뛰어나다. 실제로 1970년대 급격한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금은 주식보다 인플레이션 헤지 기능이 더 뛰어났다. 반면 1980년대 이후 인플레이션이 안정화되자 금의 인플레이션 헤지 수준은 주식과 유사했다. 즉, 금은 인플레이션 위기 발생 시 헤지 기능이 단기적으로 극대화되는 안전자산이다. 

투자자산으로서의 금의 경쟁력

금이 안전(safe)자산이기는 하나 안정(stable)자산이라고도 할 수 있을까? 일반적인 생각과는 달리 금은 달러가치와의 연관성, 위기 시 투자수요 증가, 금 투자 버블 등으로 인한 가격 변동성이 높다. 또한 과거 수익률도 주가나 유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았다. 실제로 1984년 이후 주식, 유가, 금에 1년, 3년, 5년, 10년 투자했다고 가정한 결과 주식은 투자 기간이 길어질수록 수익률이 크게 상승한 반면 금은 수익률의 상승 추세가 보이지 않았다. 금 가격 상승을 노리고 투자한다면 신중한 판단이 필요한 것이다.

향후 달러가치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금 투자에 대한 수익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재정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점, 신용위기 대책으로 달러 공급이 계속되어 본원통화가 증가하고 있는 점, 이로 인한 향후 인플레이션 가능성 등은 달러가치 하락을 압박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러한 시나리오가 전개될 경우 금은 ‘화폐가치 하락’으로 인한 실질자산가치 감소 위험을 헤지하는 최고의 안전자산이 될 수 있다. 안전자산 투자 수요와 투기적 수요까지 가세한다면 추가적인 이익도 가능하다.

다만 과거 위기 시 금이 단기적으로 상승한 후 하락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한 ‘달러가치 하락 예상 시나리오’를 제외하면 금은 주식이나 상품과는 달리 장기적인 가격 상승세를 이끌기 위한 수급이 부족한 편이다. 장기투자를 한다면 수익률과 인플레이션 헤지 기능은 금보다 주식이 더 뛰어났다는 점도 알아두어야 한다. 이처럼 금이 안전자산이되 안정자산은 아니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위기 시 위험을 분산하는 차원에서 포트폴리오에 일부 편입하는 정도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유정 미래에셋증권 자산운용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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