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전 직장에서 지점장일 때 알던 한 고객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는 40대 후반으로 넉넉한 외모와 털털한 성격으로 필자가 분당으로 전배되면서 지점장과 고객으로서의 관계는 멀어졌지만 가끔씩 안부연락을 하는 사이였다. 필자가 현 직장으로 옮긴 이후에는 제대로 연락을 하지 못한 터라 내심 반갑기도 했고 혹 자산관리에 문제가 생겼나 걱정스러운 마음이 앞서기도 했다.

투자 스타일에 맞는 자산배분 중요

오랜만에 만난 그는 필자를 보자마자 한숨부터 쉬기 시작했다. 요지는 펀드투자를 했다가 약 60% 손실을 보고 있다는 것이었다. 30억원의 금융자산을 보유한 그는 큰 욕심내지 않고 안전한 채권 위주로 투자를 해왔다. 그런데 2007년 담당 PB가 펀드투자를 집요하게 권유하는 바람에 10억원 정도를 투자했다가 6억원 이상의 손실을 본 것이다. 그는 담당 PB가 자신의 투자 스타일을 잘 알고 있는 상황에서(실제 그 PB는 그의 자산을 10년간 관리하고 있었다) 무리한 투자 권유를 했다는 점에 매우 서운해 했다. 또 스스로도 PB의 권유를 과감하게 뿌리치지 못한 우유부단함에 자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필자는 그에게 세계적인 금융위기와 실물경제 침체가 단기간에 끝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으며, 손실 난 펀드가 원금 수준까지 회복되기를 마냥 기다리는 것은 정답이 아닌 것 같다고 조언해 주었다.

필자가 이 사례를 든 것은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는 세 가지 중요한 투자원칙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고자 함이다. 첫째는 본인의 투자 스타일이나 재무상황에 맞는 자산배분이다. 순간의 욕심이나 과욕 때문에 본인의 투자 스타일에 맞지 않는 투자로 인해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나왔을 때 그 충격은 매우 크기 때문이다. 위의 경우 현재 손실 난 펀드를 환매하고 채권이나 예금 등으로 손실금액을 보전하려면 최소 4~5년이 걸린다. 금융소득종합과세까지 감안한다면 시간은 더 걸린다. 그동안의 마음고생이나 스트레스는 돈으로 환산하기도 어렵다.

좋은 결과가 나온다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불안한 생각은 늘 마음속에 있을 것이다. 필자는 자산관리도 평생 해야 하는 생활의 일부분인데 너무 스트레스 받으면서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부자로 사는 것도 좋지만 행복하게 사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즉, 본인의 성격이나 투자 스타일, 위험감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마음 편하게 기다릴 수 있는 자산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투자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최대 손실 감안한 위험자산 내에서 투자

둘째, 본인의 자산관리를 조언해 주는 PB의 중요성이다. 어떤 PB를 만나느냐에 따라 투자결과는 50% 이상 차이가 난다. 자산관리에 있어 PB만큼 중요한 것은 없지만 자신과 궁합이 맞는 PB를 찾기란 좋은 인생의 반려자를 만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다. 금융기관의 고위직으로부터 추천받으면 좋은 PB를 만날 가능성이 상당히 커진다고 얘기할 수 있다. 여러 PB들의 성향과 장단점을 잘 알고 있고 또한 추천받은 PB도 좀 더 신중하게 고객의 스타일에 맞춰 자산관리를 하려는 마음이 커지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PB도 조직에 얽매여 있다 보니 회사의 영업 정책 등에 영향 받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다 보면 고객의 투자 스타일에 맞지 않는 상품을 무리하게 권유하거나 자산배분을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리고 PB와의 관계는 너무 멀어도 문제지만 너무 가까워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위의 사례처럼 너무 친한 PB의 권유를 뿌리치기는 심정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가족처럼 친한 지수를 10이라 하면 6.5~7.5 정도의 친밀도를 유지하는 것이 냉정한 투자 자세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셋째, 리스크 관리다. 리스크 관리는 본인이 감내할 수 있는 투자 손실의 규모를 알고 그 한도를 벗어나지 않는 정도에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즉, 최대 예상손실을 감안한 위험자산 내에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 적절한 시점에서의 손실이나 이익 확정도 리스크 관리에 포함된다. 손실의 규모가 본인이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을 넘어서면 자포자기 상태나 회복불능 상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선열 IBK투자증권 자산관리본부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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