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성·수익성 겸비한 것이 강점

ETF(상장지수투자신탁)는 간접투자 시대의 최고의 히트상품이다. 1987년 블랙먼데이 주식시장 폭락 이후 프로그램 매매와 바스켓 매매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초로 고안된 것이 바로 ETF다. 1988년 미국 증권거래소의 나단 모스트는 원자재 물품 거래가 실물의 이동 없이 창고보관증의 증서 형태로 매매되는 것에 착안해 ETF의 개발을 제안했다. 이후 미국 최초의 ETF인 SPDR S&P500이 1993년 상장돼 거래되기 시작했다. 이후 ETF는 급격한 성장을 거듭하며 2008년 말 관리자산(AUM)기준 7110억달러를 넘어섰고, 상품 수는 1590개로 증가했다.

ETF는 복잡하고 규모가 큰 형태의 기초자산을 단순화해 투자자가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 혁신적인 형태다. 이러한 상품의 단순성이 ETF의 성공요인이다. 최초로 시장지수를 추종하는 ETF가 출시된 이래 섹터지수, 스타일지수 등을 추종하는 상품에서부터 기초자산을 달리해 해외지수, 원자재, 채권을 기반으로 하는 ETF도 출시됐다. 바클레이즈 글로벌인베스터즈(BGI)와 스테이트스트리트 글로벌어드바이저스(SSGA) 등 걸출한 ETF운용사가 탄생했고 미국 시장에 이어 유럽에서도 릭소(Lyxor), 도이치뱅크(DB) 등 세계적인 운용사들이 나타나 시장을 이끌어가고 있다. 이후 프로세어스(Proshares)에서는 최초의 레버리지ETF와 인버스ETF를 출시하면서 시장을 업그레이드시켰다. 현재 투자자들은 ETF라는 도구를 통해 전 세계의 모든 자산에 손쉽게 저렴한 비용으로 투자가 가능해졌다.

이러한 ETF의 진화는 금융시장의 혁명을 가져왔고 개인 투자자들도 이를 통해 스스로 자산배분과 다양한 투자전략을 실행할 수 있게 됐다. 높은 비용을 지불하며 성과가 불확실한 펀드매니저에게 자신의 자산을 맡기는 것보다 저렴한 비용으로도 분산투자, 자산배분을 할 수 있는 ETF를 활용해 스스로 투자하는(Do it yourself) 투자 문화가 발달한 것이다.

국내 ETF 더욱 다양해질 전망

자본시장통합법은 국내 ETF 시장에 새로운 변화를 가지고 올 전망이다. 우선 주가지수만을 추종하는 ETF에서 채권, 원자재 등으로 기초자산이 다양해질 것이며 레버리지·리버스ETF 역시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KOSPI200지수 위주의 ETF 시장에서 보다 더 다양한 상품 시장으로 탈바꿈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일부 규정의 미비로 신규 상품의 상장이 지연되고 있으나 곧 새로운 ETF를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국내 ETF 시장의 성장이 정체돼 있었던 것은 기존 운용사들의 시장 개척정신의 부족 때문이었다. 각국 ETF 시장 중 동일한 지수를 추종하는 ETF는 거의 존재하지 않지만 한국 시장에는 KOSPI200지수를 추종하는 ETF만 무려 다섯 개나 된다. 또 조금만 성공할 기미가 있는 지수라면 너나 할 것 없이 덤벼드는 운용사들의 무임승차 행위가 국내 ETF 시장의 제 살을 깎아먹어 왔다.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계기로 ETF운용사들의 보다 차별화된 상품 개발과 마케팅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금융위기에 따른 주가 폭락으로 인해 깡통펀드가 속출하고 국민 재테크 수단인 펀드에 대한 신뢰가 바닥을 쳤다. 또 파생상품에 편입해 안전하다고 알려진 ELS(주가연계증권)와 같은 상품도 리먼브라더스 파산과 같은 위기에 모두 망가졌다. 이러한 금융위기 속에서도 ETF는 금ETF나 리버스ETF 등을 통해 투자자에게 새로운 투자수단과 안전한 도피처를 제공해 주고 있다. 안정성과 수익성을 겸비하고 실시간 매매가 가능하며, 비용까지 저렴한 ETF는 21세기 금융공학이 낳은 최고의 상품이다.

 tip   진화하는 ETF

초기의 ETF는 주식현물을 직접 사서 ETF를 발행하는 형태였다. S&P500지수를 추종하는 ETF의 경우 S&P500의 구성종목 500개를 전부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릭소 등 유럽계 ETF운용사들은 파생상품을 활용해 보다 진화된 형태의 ETF를 출시했다. 현물설정 환매가 특징이었던 ETF는 파생상품을 이용함에 따라 현금설정 환매가 이루어지게 됐다. 이러한 파생상품을 활용한 ETF의 출현은 더 다양한 ETF의 출현을 가져왔다.

┌ 레버리지ETF(Leverage ETF)

레버리지(Leverage)는 지렛대를 뜻한다. 지렛대의 원리처럼 적은 힘으로 더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1을 투자해서 2의 움직임을 얻어내는 것이다. 지수가 1% 상승하면 레버리지가 2배인 ETF라고 하면 2%가 상승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반대로 지수가 1% 떨어지면 ETF는 2%가 하락한다. 기초자산이 다양화하면서 채권 수익률이나 원자재 수익률의 2배를 추종하는 ETF가 출시됐고 최근에는 레버리지가 3배인 ETF도 출시됐다. 하지만 이처럼 레버리지가 높은 상품은 만일 지수가 하루 동안 30% 이상 하락한다면 ETF의 가격이 0이 될 수 있고, 40% 이상 하락한다면 ETF는 -120%가 되면서 오히려 투자자가 돈을 더 추가로 내야하는 황당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 리버스ETF(Reverse ETF)

리버스ETF는 지수 수익률의 반대 방향의 수익률을 추종하는 ETF다. 하루 동안 지수가 1%가 하락했다면 ETF의 가격은 1%가 상승한다. 리버스ETF는 하락장에서 수익률을 낼 수 있는 상품으로 최근 금융위기 때 급격하게 성장했다. 미국의 금융섹터지수를 역으로 추종하는 ETF의 경우 주가 폭락 중에도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만일 반대로 지수가 상승한다면 ETF의 가격은 하락하게 된다.

┌ 원자재ETF

금, 은, 원유 등을 기초로 만든 ETF다. 금이나 은과 같은 금속은 창고에서 장기 보유가 가능하기 때문에 ETF에서 실제로 금·은 등과 같은 실물을 창고에 보관하기도 하고, 원유나 천연가스와 같이 실물을 보관하기 힘든 상품의 경우엔 파생상품을 활용한다. 최근 금 가격 급등에 따라 세계 최대의 금ETF인 SPDR 골드 ETF의 금 보유량이 웬만한 나라의 금 보유량보다 많은 1000톤을 넘어섰다. 원유 투자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미국에 상장돼 있는 원유ETF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이 증가하고 있지만 원자재ETF의 경우 변동성이 무척 크므로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

┌ 채권ETF

채권ETF는 기초자산이 채권인 ETF다. 거래단위가 크고 개인 투자자들이 매매가 불편한 채권을 ETF로 만들어 개인 투자자에게 훌륭한 자산배분의 툴을 제공한다. 채권ETF의 경우 금리 변동에 따른 이익에 채권이자소득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미국 국채 같은 안전자산부터 회사채 같은 하이일드(High Yield) 채권ETF도 출시돼 채권투자를 손쉽게 할 수 있다.

┌ 기타 ETF

ETF의 기초자산의 운용방식은 갈수록 다양화하고 있다. 부동산, 외환에 투자하는 ETF도 있으며 만기가 있는 만기형 ETF도 나타났다. 일반 액티브펀드처럼 운용되는 자산배분ETF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