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는 지난 6월11일 지방 미분양 아파트 대책에 이어 무려 7차례에 걸려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정부의 기대와 달리 부동산 시장은 움직여주지 않고 있다. 효과를 못 봤다는, 실패했다는 얘기다. 정부의 여론을 의식한 말 바꾸기는 시장의 ‘후속편’ 기대심리로 이어져 약발이 먹히지 않는다는 것이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규제완화 후속편 기대만 증폭…

결과는 “구체성 결여된 두루 뭉실 대책”

거주요건이 대표적인 예. 정부는 당초 수도권 1가구1주택 비과세 거주요건을 ‘3년 보유 2년 거주’에서 ‘3년 보유 3년 거주’로 강화하기로 했다. 지방 역시 2년 거주 3년 보유를 해야 양도세 비과세를 받을 수 있게 했다. 원래 지방은 1가구1주택은 3년 보유만 하면 자격이 주어졌다. 문제는 여론이 좋지 않자 적용 시기를 연기하더니 아예 무효화해 버렸다.

미분양 아파트(이하 미분양) 해소 대책도 예외는 아니다. 그 다음을 기대하는 눈치가 증폭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미분양은 여전히 산적한 채 좀처럼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즉, 이명박 정권의 2008년 건설업계 최대 화두였던 미분양 대책은 낙제점을 면치 못한다는 것이다.

GS건설 너무 투명하게 공개하는 바람에 미분양 1위

‘자이’ 브랜드로 유명한 GS건설은 전국적으로 7000여 가구에 이르는 미분양 물량을 갖고 있다. 국내 건설사 가운데 가장 많은 수치로 전해진다. 업계에선 GS건설이 올해 공급세대 수가 1만 세대가량으로 대형 건설사 중 공급 물량이 가장 많았고, 기 공급된 물량 중 수도권과 부산·천안 일대에 공급한 대단지의 분양실적이 가격 저항과 경기 침체 등으로 극히 저조했던 점을 고려할 때 미분양이 많을 것으로 역추적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GS건설 관계자는 “너무 투명하게 모두 공개하는 바람에 1위가 됐다”며 억울해하는 눈치였다. 즉, 다른 건설사들은 미분양 수치를 속이고 있다는 얘기다. 올 8월말 현재 미분양은 수도권 2만2389가구를 포함 15만7291가구다. 이는 정부의 단순 통계일 뿐 실제 미분양은 25~30만 가구로 업계는 추산한다.

이는 건설사에서 대외적으로 제공하는 미분양 수치는 액면 그대로 믿어선 안 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 경기도에서 분양중인 한 중견 건설사는 ‘기자’와 ‘고객’으로 물어볼 때 남은 미분양은 각각 달랐다. 그것도 심하게 차이가 났다. 심지어 전화로는 분양가 인하는 없다고 공언했지만 막상 견본주택으로 발걸음을 했을 땐 다르게 얘기했다.

울산에서 분양중인 한 대형 건설사는 분양률이 40%라고 했지만 해당 건설사를 통해 확인했다는 부동산정보업체들에 따르면 분양률은 70%다. 건설사 관계자는 “이런 걸 왜 해명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부동산정보업체가) 잘못된 정보를 알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고 짜증을 부렸다. 이 같은 내용을 접한 한 부동산정보업체 관계자는 “어이없다”며 연신 혀를 내둘렀다. 그는 “대형 브랜드 이미지를 고려해 분양률에 거품이 있다고 생각은 했지만 70%와 40%는 너무 차이가 난다”면서 “누가 누구에게 책임을 전가하는지 황당하다”고 얼굴을 붉혔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이 추천한 경기도 시흥 능곡지구의 한 아파트단지. 지난 11월 14일 잠자리 들기에 이른 시각인 밤 10시쯤이었지만 아무도 살지 않는 불 꺼진 집들이 많았다. 미분양 여파로 현장의 어둠은 더 깊었다. 은평뉴타운도 예외는 아니다. 당초 분양 때만 해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될 만큼 관심이 높은 지역이었다. 하지만 입주시기가 지났는데도 입주는 예정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나마 서울 및 수도권은 낫다. 지방의 경우에는 적체현상이 심각하다. 이로 인해 지방 부동산 시장 침체 골은 더욱 깊어지고만 있다. 지방 미분양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도권 투자자들이 지방 주택 투자에 나서야 하는데 그들은 요지부동이다.

미분양 쓰나미의 핵심 뇌관은 ‘준공 후 미분양’이다. 미입주는 건설사의 입주기간인 통상 준공 후 2개월을 넘겨서도 입주하지 않아 빈 집인 상태를 의미한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미입주는 미분양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상당히 치명적이다. 아파트 건설에 이미 자금을 투입한 상태에서 전체 분양대금의 40∼60%에 해당하는 잔금을 받지 못해 유동성 위기를 초래하며 부도 날 개연성이 농후해지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가장 큰 문제점은 건설업계 위기의 근원지인 미분양 후폭풍이다. 이는 건설 산업, 나아가 국가 경제를 뒤흔들 위험요소가 된다는 것이 중론이다. 건설업체의 부실은 은행 신용도를 떨어뜨리고 국가 신인도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건설사 부실이 금융권에 본격적으로 전가되면 동반부실 악순환은 당연지사다.

건설업계는 이미 벼랑 끝에 선 모양새다. 현재 30조원가량이 미분양에 묶여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말까지 부도난 건설업체만 327개에 이른다. 전년 동기 대비 47.5% 증가한 것. 국토해양부는 “건설업계의 연쇄도산을 방치할 경우, 미국식 금융위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6·11대책 지방 아파트에 한정, 근본적 해결책 No

이 때문에 이명박 정부는 전국에 남아도는 미분양을 해소하기 위해 잇따라 대책을 내놓았다. 먼저 ‘6·11 지방 미분양 해소 대책’을 발표했다. 일시적 1가구2주택자에 대한 비과세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연장, 취득·등록 세율을 50% 인하, 분양가를 10% 내린 주택에 대한 담보인정비율(LTV)을 60%에서 70%로 상향조정한 것 등이 주요 내용이다.

이영호 닥터아파트 리서치센터장은 “6·11 지방 미분양 대책의 핵심은 LTV의 조정이었다”고 밝혔다. 문제는 조건을 달았다는 것. ‘분양가를 10% 이상 인하하거나’ 또는 ‘이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분양대금 납부조건을 완화한 주택’에 한해서 LTV 비율을 높여준다고 했다.

이는 실제 미분양 해소에는 별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것이 이 센터장의 주장이다. 그는 형평성 원칙에 따른 기존 계약자 문제를 꼬집었다. 미분양 계약자에게 10% 인하해줄 경우 기존 계약자의 반발을 무마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또 브랜드가 있는 건설사의 경우에는 이미지 하락 우려로 미분양 노출을 꺼리면서 쓸모없는 대책이 됐다고 한다.

나기숙 부동산뱅크 주임연구원은 “6·11대책은 지방 아파트에 한정돼 있고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고 평가절하 했다. 그는 미분양 매입 시 취득·등록 세율 인하 및 일시적 1가구2주택 인정기간이 1년에서 2년으로 늘어난 것은 장점이 될 수 있다는 견해는 보였다. 하지만 거래가 얼어붙은, 없는 상황에서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한 취득·등록 세율 인하 혜택도 사실상 그 금액이 크지 않아 세금 인하만으로는 수요자들을 움직일 수 없었다는 것이 나 주임연구원의 견해다.

양지영 내집마련정보사 팀장은 “과연 비과세 기간을 늘려주고, 취득·등록 세율을 인하해준다고 해서 어느 누가 지방 미분양을 매입하겠느냐”고 답답해했다.

“실수요자든 투자자든 아파트를 매입할 때 향후 투자가치를 보고 투자하는 것은 당연하죠. 하지만 미래가치가 보장돼 있는 수도권 지역에서도 가격 하락세가 이어가고 있는데 누가 수요가 없는 지방에 투자를 하겠습니까.”

정부는 10·21대책을 통해 환매조건부로 미분양 주택 구입 의사를 밝혔다. 이때 환매조건부로 구입하는 곳은 대한주택보증. 매입 대상은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소재 사업장 중 공정률이 50% 이상 미분양 주택이라고 제한을 뒀다. 매입 가격은 감정평가금액 이내에서 역경매 방식 등을 적용하여 낮은 가격으로 매입한다고 했다. 즉, 미분양 적체로 인해 극심한 자금난을 겪고 있는 건설사 지원 카드였다.

지방 부동산 침체의 가장 큰 원인은 수요 기반 문제

실제 지난 11월7일 1차로 환매조건부 미분양 매입을 신청 받은 결과 54개 건설사가 62개 사업장에서 8327가구를 매입 신청했다. 금액기준으로는 총 1조2593억원. “유동성이 시급한 건설사로서는 꼭 (신청) 했을 것으로 판단된다”는 이 센터장은 “유동성을 담보해 주는 차원에서는 적절했던 대책으로 본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오직 건설사만 환영하는 분위기였다고 나 주임연구원은 말했다. 더욱이 처음 이 정책의 시행 의도도 빛을 바랬다고 한다.

“원래 중견, 중소 건설사의 숨통을 터주고자 했던 것인데 상대적으로 넉넉한 대형 건설사까지 대거 미분양 매입 신청에 나섬에 따라 혜택을 받아야 할 곳이 혜택을 못 받는 실정입니다.”

수요자들이 받는 혜택은 계약한 아파트가 부도 위험이 줄어들어 기계약자들이 심리적 부담이 줄었다는 것이지만 되팔 때는 반드시 분양가 이하로 팔아야 한다는 단서가 있기 때문에 기존계약자와 신규 계약자간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나 주임연구원은 지적했다.

가장 최근에 발표한 11·3 대책은 지방 미분양 세제 지원 등으로 압축된다. 주택 보유자가 향후 2년 내 추가로 취득하는 지방 미분양 주택에 대해서는 양도세 일반세율을 적용하고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최대 80%까지 허용하기로 했다. 매입하는 주택 수도 제한을 없앴다. 또 1세대1주택 양도세 비과세 거주요건을 수도권 3년, 지방 2년으로 강화할 계획이었으나 백지화하고 현행수준(서울, 과천, 5대 신도시만 2년)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양 팀장은 “지방 수요 기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얼마나 보탬이 될지 의심스럽다”고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 재건축 규제 대폭 완화 역시 그러한 시각의 연장선상으로 바라봤다.

“소형평형 의무비율과 용적률이 상향 조정이 되면 재건축 사업 진행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수도권에 한해서 그런 거 아닌가요.”

정부가 수도권과 지방을 똑같은 처지에서 부동산 대책을 내놓고 있다는 양 팀장은 “수도권과 지방의 경우에는 엄연히 상황이 다르다”며 “수도권과 지방의 규제완화책을 같이 할 것이 아니라 탄력적으로 진행이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실 지방 부동산 침체의 가장 큰 원인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수요 기반 문제다. 현재 지방은 공급이 많아 주택은 남아돌지만 이를 충족시킬 수요가 없는 실정이다. 지방에 수요가 발생할 수 있는 원초적인 부분부터 수정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충고다.

나 주임연구원은 11·3대책의 가장 큰 혜택에 대해 “거주요건 강화가 전면 폐지됨에 따라 지방 주택을 매입할 경우 거주요건이 없어진 것과 세금완화 정책”라고 했다. 그러나 주택 가격 하락 현상이 서울, 수도권 유망지역까지 확산됨에 따라 지방주택을 매입하려는 투자매력이 생기지 않고 있다는 것이 그의 추가설명이다.

“투기지구 및 투기과열지구 해제로 인해 분양권 전매가 가능한 곳이 생겼지만 서울, 수도권 미분양에 대해서만 수요자들의 반응이 있고 지방 미분양에 대한 움직임은 없습니다.”

지방소재 1가구1주택자에 대한 중과를 배제하긴 했어도 투자가치가 떨어진 곳의 주택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없어 실효성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집값이 더 하락할 것으로 시장은 바라보고 있다.

이 센터장 역시 “당장은 효과를 볼 수 없다”고 딱 잘랐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 상황이 좋게 반전될 경우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긍정적 해석을 덧붙였다.

정부의 늦장 대응이 현재 부동산 위기 몰고 와

도급순위 10위 안의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익명 보장을 강조하며 정부의 미분양 대책에 대해 불만을 속사포처럼 쏟아냈다.

첫째, 업계에선 금융위기와 건설사 유동성 위기에 대해 사전에 수차례 강조하여 조기에 규제완화를 요구했으나, 정부에서는 일부 건설사가 부도가 나야만 대폭 규제완화를 하겠다는 안이한 입장을 취해 왔고, 이런 늦장 대응에 부동산 위기를 몰고 왔다.

둘째, 위기를 사전에 진단하고 예측했다면 단편적인 대책 발표를 하기에 앞서 거시적인 입장에서 종합적인 대책을 강구해야하는데 눈치보기식으로 협소하게 대책을 발표해 국민들의 정책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어 정책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다.

셋째, 더군다나 최근 발표된 총 7차에 걸친 대책 간에 상호 연관, 보완성보다는 개별성과 상충되는 대책이 있어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고, 그간 발표된 대책이 국내 현실을 배제한 탁상공론적이고 학문적 수준의 대책이어서 현실화가 어려운 한계점이 있다.

넷째, 기본적으로 국가 전체적인 경기 침체와 국제 경제 침체에 대한 대응책이 늦어짐에 따른 국내 경기 침체가 현 부동산 경기 회복에 가장 큰 악재로 작용하고 있어 부동산 경기 부양과 함께 내수 회복을 위한 정책에 역점을 두어야 향후 경기 경착륙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건설업계는 (정부에) 도와달라고 손을 내미는데 이는 정도가 아니다. 먼저 철저한 자기반성과 뼈를 깎는 심정으로 자구책을 마련하는 게 수순”이라고 밝혔다. 위기를 자초한 방만 경영과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의 고해성사나 불이익 없이 ‘무조건 도와 달라’는 행태는 말도 안 된다는 얘기다. 그것이 선결되지 않는 한 국민은 정부의 건설업계 지원 방안을 결코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조 교수는 손사래를 쳤다.

이명박 정부의 미분양 대책에 대해선 간단명료하게 답했다.

“구체성이 결여된 두루 무실한 대책이죠.”

그는 이어 “솔직히 (정부가) 미분양 문제의 실체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다는 의혹이 제기될 정도”라며 “정책의 큰 그림은 있는지, 정책 철학은 있는지, 그것을 풀어나갈 정치력은 갖고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과거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찔끔찔끔 완화하기만 하는 방식은 규제완화 후속편에 대한 기대감만 증폭시킵니다. 객관적 정보를 토대로 위기의 정도를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판단한 뒤 종합적인 큰 그림과 원칙을 만들기 바랍니다.”

건설업계는 어제와 오늘에 이어 내일도 미분양 때문에 죽어간다고 아우성칠 것이다. 하지만 집 없는 서민들에겐 오히려 주머니가 가벼운 현실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는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일부 건설사에선 분양가를 파격 인하했다는 소식이 들리지만 워낙 고분양가였던 탓에 목돈과 거리가 먼 서민은 자괴감 증폭과 씁쓸할 수밖에는 없는 처지다. 더욱이 서울 및 수도권에 남아 있는 미분양의 대부분이 중대형이다. 그나마 미분양의 90%가 지방에 몰려 있다는 점이 위안 아닌 위안이 될 뿐이다. “지방에 가면 어떻게 벌어먹고 사느냐”면서.

성강현 기자 / 사진 : 신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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