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부터 미국발 서브프라임 위기로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급격히 높아졌으나 이것이 금년 9월, 10월과 같은 쓰나미로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한 전문가는 많지 않았다. 유례를 찾기 어려운 대규모 위기에 각국 정부의 대응 또한 전례를 찾기 어려운 조치들로 이어졌다. 그 결과 불과 2개월 만에 월가식 금융자본주의의 원형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대수술이 집행됐다.

이 과정에서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적정수준을 훨씬 초과해 팽창된 파생상품 시장의 부작용 및 ‘규제완화’라는 철학을 배경으로 탐욕을 추구한 투자은행 및 헤지펀드의 행태가 재조명되고 있다. 향후 2년간은 상업은행 중심으로 금융시장이 재편되면서 파생상품 시장에 대한 규제강화(re-regulation) 방안을 모색하는 기간이 될 것이다.

한편 한국의 경우 11년 전과 비교해 기업들의 재무구조 및 외환보유고가 월등히 좋음에도 또다시 환율이 급등하는 등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인 만큼 한국도 예외일 수는 없지만 펀더멘탈에 비해서 과도한 금융시장 변동성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미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가 제기된 2007년에도 일방적인 원/달러 환율 하락 기대심리가 강해 주요 기업들이 모두 달러를 매도하는 방향으로 거래가 쏠렸다가 2008년 들어 급격한 숏스퀴즈(Short Squeeze)가 유발된 현상은 국제 투기자본의 노림수에 한국 전체가 말려든 것 아니냐는 의문을 가지기에 충분한 상황이다.

당분간 디레버리지 흐름

2005년부터 한국의 개인 투자자들은 펀드로 대표되는 위험자산 비중을 급속히 늘려왔다. 향후 예상되는 초고령화 추세를 감안할 경우 확정금리 예금으로만 자산관리를 하기는 어렵겠지만 자산배분의 기본원칙이 잘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에 글로벌 금융위기가 전개되면서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향후의 전망에 대해서는 비관론과 낙관론이 교차되고 있는데, 적어도 과거의 어떤 금융위기 때보다 사태 호전에 많은 시간이 필요한 장기전이 불가피할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미국의 주택 가격이 회복돼야 위기의 근본 원인이 해결될 수 있는데, 단기간 내에 이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약 6년간 전 세계적으로 과잉 유동성에 의한 레버리지의 시대가 전개됐지만 당분간은 디레버리지(deleverage) 흐름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금융위기에 대응해 각국 정부가 대규모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으며, 과거 루즈벨트 시절의 뉴딜정책을 능가할 정도의 파격적인 경기부양정책이 준비되고 있기 때문에 예상보다 빨리 디레버리지가 종결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미국의 소비 위축이 장기화돼 전 세계적으로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지만 대신 중국이 중산층을 육성하고 사회간접자본을 대대적으로 강화하면서 세계 경제를 이끌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에서도 민주당 오바마 후보의 당선은 화석연료 소비를 줄여서 지구 온난화를 방지하자는 캠페인에 몰입하고 있는 엘 고어와 함께 그린혁명을 통한 새로운 성장 동력 창출이 시도될 것이다.

10월의 금융시장 쓰나미가 지나간 이후 11월 들어 시장 분위기는 다소 안정을 찾아가고 있지만 향후 2년간은 극심한 변동성을 나타내면서 예측하기 어려운 시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 자산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현금 비중 늘리는 기회로 활용

특별한 왕도를 찾기는 어렵고 기본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과잉 유동성의 절정기에 찾아왔던 2007년 가을의 주가지수는 빨리 잊어버리는 것이 좋을 듯하다. 약세장에서도 베어마켓랠리는 항상 존재하므로 위험자산 비중이 과다할 경우 현금 비중을 늘리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아무리 공격적인 위험 성향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포트폴리오의 40% 이상이 위험자산이라면 비중 조정이 필요하다. 시장의 파동 속에서 분명한 목표 수준을 정해두는 것이 의사결정에 유용하다. 10월의 혹독한 시기를 경험하면서 적립식 펀드의 납입을 중지하는 사례를 볼 수 있는데, 이것은 적립식 투자의 가장 큰 장점을 포기하는 선택인 만큼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금융위기 및 뒤이은 경기침체 때문에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므로 신용 경색기에 신용 스프레드가 충분히 반영된 장기 확정금리 금융자산을 일정 부분 확보하는 역발상도 필요한 시점이다.

국민 대부분이 주식시장에 직간접적인 포지션을 보유하는 시대다. 기본적으로 장기투자를 지향해야 하겠지만 대중의 심리적 쏠림 현상에 동조하지 않는 역발상 및 합리적인 목표 설정이 성공의 열쇠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