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가 급락과 변동성 확대에 따른 투자자들의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특히 은퇴 이후 노후자금을 펀드나 ELS 등 주식과 관련된 상품에 투자했다 노후생활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경우를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얼마 전 <인터내셔널 해럴드 트리뷴>에 의하면 미국의 경우 최근 평생에 한번 있을까 말까하는 금융위기에 의한 주가 급락으로 은퇴자들이 심한 디프레션, 식욕부진, 불면증 등을 겪고 있다고 한다.

미시간대학이 최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75세 이상 은퇴자 중 상위 부유층 40% 중 50%이상이 자산의 3분의 1 이상을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최근 고점 대비 40%가량 폭락한 미국 주식의 영향은 은퇴자들의 삶 자체를 바꾸고 있다. 슈퍼마켓 쿠폰을 모으고 레스토랑보다는 집에서 식사하고 손자들의 대학등록금을 도와주던 금액을 줄이는 등 줄어든 자산으로 생활하기 위한 자구노력을 하고 있다. 양로원에서도 경제쪾주식 전문채널인 CNBC를 틀어놓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론적으로는 은퇴 무렵이나 은퇴 이후에는 채권이나 은행채 등 안전자산에 많은 투자해야 함에도 실상은 위험자산인 주식에 많은 자산을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안전자산의 수익률이 낮아 기대하는 노후생활을 제대로 누릴 수 없어 주식에 더 많은 투자를 하기 때문이다. 수익률이 높은 주식에 투자하는 것은 그 만큼 리스크에 더 노출돼 있다는 의미다.

수익률 높으면 그만큼 위험 커

우리나라의 경우도 미국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작년처럼 펀드 한두 개 가지고 있지 않으면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으로 생각되는 경우도 있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러한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는 본인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에서 이루어져야지 과도한 기대수익률을 노리고 뛰어 들었다간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널 수 있다. 젊은 사람들의 경우 향후 근로소득이나 다른 자산운용 등을 통해 손실을 만회할 시간이나 기회가 있을 수 있지만 은퇴자의 경우 그러한 시간적, 심리적 여유가 없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커지는 것이다.

그러면 각자에게 필요한 위험자산의 투자 비중은 어떻게 정해야 할까. 흔히 얘기하는 방법은‘100-나이’ 비율만큼 주식 관련 상품에 투자하라는 것이다. 예를 들면 나이가 40세라면 60%를, 70세라면 30%를 주식 관련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는 설명이다.

필자가 생각할 때는 위의 방법은 그나마 사회보장제도가 구비돼 있는 선진국에서는 어느 정도 타당한 비율일지는 모르지만 우리나라처럼 가계자산 중 유동성이 떨어지는 부동산 비중이 80% 가까이 차지하고, 개인의 사적 노후대책 외에는 뚜렷한 사회보장제도가 없는 경우에는 과도하게 위험자산에 투자하는 결과를 가져와 최근처럼 크게 실패하는 경우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 60세면 대부분 은퇴한 이후인데 본인 금융자산의 40%(100-60세)를 주식상품에 투자하라는 것은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과도한 리스크에 노출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필자는 ‘100-나이’의 2분의 1이 적당한 주식투자 비중이라 생각한다. 60세라면 (100-60)/2, 즉 금융자산의 20% 정도만 주식자산에 투자하는 것이 우리나라 가계자산구조상 적절하다고 생각된다. 물론 이 비율도 개인의 투자성향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판단의 기준은 될 수 있다. 

또 다른 보조적인 방법은 투자원금의 50% 이상 손실이 나더라도 정상적인 생활을 유지하는데 문제가 없는 금액을 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최고 한도로 두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금 나이가 40세이고 금융자산이 1억원이 있는 사람을 가정해보자. 위의 단순식에 의하면 주식투자 비중은 (100-40)/2, 즉 30%다. 하지만 이 사람이 주식투자로 감내할 수 있는 손실금액이 1000만원이라면 총 가능투자금액은 2000만원이 된다. 즉, 30%보다 적은 20%만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약 2000만원까지 손실을 보아도 무방하다면 30%인 3000만원과 2000만원의 두 배인 4000만원 사이에서 본인이 원하는 비중을 선택하면 될 것이다.

어떤 투자에도 성공을 가져다주는 원칙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본인이 감수할 수 있는 위험 한도를 알지 못하고 투자를 하는 것은 어두운 밤 거친 바다를 나침반이나 지도 없이 항해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언제 거친 파도에 휩쓸려 침몰할지 모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