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월급으로 호기 부릴 생각은 접어라

돈 들어올 데라고는 월급밖에 없는 샐러리맨. 빤한 월급으로 무슨 재테크를 하냐는 푸념이 가슴 절절이 와 닿는다. 그러나 안명상(56) 한국재무설계 이사는 샐러리맨만큼 돈 잘 벌수 있는 직업도 없다고 말한다. 매월 정해진 월급을 받으므로 올해 자신이 얼마를 벌게 될지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어찌 보면 자영업자를 포함한 사업가들이나 전문직 종사자들에 비해 소득과 지출 계획을 세우기가 쉽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재테크 혹은 재무 설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것임을 감안하면 오히려 재테크에는 샐러리맨이 유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계획적인 통장 관리,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

안 이사는 “급여통장만 잘 관리해도 쉽게 종자돈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그는 체계적인 급여통장 관리를 통해 종자돈을 모으고, 그 돈으로 부동산 투자 등을 통해 성공한 샐러리맨 출신 자산가다.

그의 첫 월급은 1981년 6월 현대건설에 입사해 받았던 28만원. 그 어느 새내기 직장인과 다름없이 그의 첫 월급도 삽시간에 사라져 버렸다. ‘첫 월급이니까’ 하는 생각으로 가족들 선물에 친구들에게 한 턱 쏘기까지 인심을 쓰다 보니 남는 것이 없었던 것. 첫 달이 지나도 좀처럼 돈이 모이질 않았다. ‘이건 아니지’란 생각이 들어 그는 두 가지 목표를 세웠다. 결혼은 5년, 내 집 마련은 7년 이내에 하겠다고 마음먹은 것이다. 그 후 그는 해외 파견근무를 결심하게 됐다. 밖으로 나가면 무조건 월급이 두 배로 뛴다는 소식을 듣게 됐기 때문이다. 그는 이 길만이 돈을 모을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했다. 먹고 자는 것까지 돈 들어갈 모든 것이 해결되니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

“마음만 먹으면 다 저축할 수 있었습니다. 저축 방법으로는 세제해택을 주는 근로자장기재형저축을 들었어요. 원래는 한 사람당 하나만 되는데 사정사정해서 두 개를 만들었지요. 급여의 70%를 몽땅 통장에 넣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3년 후 결혼을 준비할 때는 2500만원 정도의 전세금을 마련할 수 있었다. 결혼 후에는 그보다 더 알뜰한 아내 덕분에 저축하는 돈이 전보다 더 늘어났다. 시간이 지나 4년 후에는 상계동에 있는 노원아파트 두 채(76.2, 92.4㎡)를 샀다. 그 때는 대출에 대한 이자율이 낮았기 때문에 무조건 대출을 끼고 전세집을 샀다. 그리고 10년 후 강남에 아파트 두 채를 구입하게 됐다.

안 이사의 재테크 성공비결은 계획적인 통장 관리에서 비롯됐다. 그가 공개한 급여통장 관리법은 ‘적어도 4개의 통장을 만드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첫째, 급여이체통장을 각종 공과금, 관리비, 카드대금 빠져나가는 결제계좌로 활용한다. 그래야 앞으로 총 지출액을 얼마로 잡아야 하는지, 저축을 얼마나 늘릴 수 있는지 파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둘째는 현금지갑처럼 사용할 수 있는 생활비통장을 따로 만드는 것이다. 매달 받는 급여 중에서 일정금액을 생활비통장으로 자동이체 되도록 해놓고 그때그때 필요한 만큼만 뽑아 써야 된다. 이렇게 하면 필요 없는 돈의 지출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는 목돈 마련을 위한 통장 만들기다. 급여에서 50% 이상을 이 적금통장(자산관리 통장)에 넣어둔다. 다른 지출이 일어나기 전에 자동이체가 되도록 해둬야 하며 해당 목표 달성 때까지 인출하면 안 된다. 저축부터 먼저하고 남은 돈으로 지출을 해야 꾸준히 돈을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넷째는 재투자를 위한 투자통장을 만드는 것이다. 내 집 마련, 교육비 마련, 노후자금 마련을 위해 개인연금신탁, 연금보험, 장기주택마련저축, 금리가 높은 정기예금, CMA, MMF를 이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마지막으로는 단기자금을 모으는 통장(지출통장) 준비다. 체계적으로 저축해 자동차 구입, 결혼 10주년 기념여행, 회갑 등의 지출에 활용한다.

요즘 같은 불황, 어떻게 재테크해야 살아남나

안 이사는 현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 입을 열었다. “실물경제는 좀 어려워지겠지만 주가지수가 이렇게 낮은 상황에서 횡보하는 건 그리 오래 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3년 이상의 목표를 세우고 적립식으로 펀드에 투자하면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했다. 목표 종자돈을 더 빨리 만들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것이다. 덧붙여 그는 국내 투자자들의 잘못된 행동을 꼬집었다. 쌀 때 사두었다가 비싸게 파는 것이 투자인데, 보통은 쌀 때 팔고 비싸지면 사기 시작하는 잘못된 습관을 지적한 것이다. 제발 쌀 때 사두라고 당부했다.

최근 그는 5년 내내 30% 이상 수익을 내면 130%를 보장해주는 연금 상품에 가입했다. 가치주 50%, 성장주 50%의 비율로 설정해 가입했다. 안 이사는 국내 우량 회사에 투자하는 펀드를 추천했다. 해외펀드는 변동성이 너무 커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또한 “물가와 환율에 의해서 내 자산가치가 희석되고 있다”며 “정신 차리고 종자돈을 활용해서 돈이 돈을 버는 시스템을 만들지 않으면 평생 힘없는 샐러리맨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충고도 잊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