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먹구름 드리운 미국경제 신용시스템 붕괴 단계 진입

전 세계 주식시장이 금융 시스템 붕괴 위기와 이로 인한 경기 침체 후폭풍을 우려하며 지난 1920년대 말 대공황에 버금가는 폭락과 급격한 반등을 거듭하는 극심한 혼돈 국면을 전개하고 있다. 이러한 전 세계 주식시장의 극심한 혼란에는 지난해 초반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의 부실에서 시작된 미국의 금융위기가 정부의 온갖 대책에도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과 후속하여 경기 침체가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자리 잡고 있다. 반면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선진국 정부는 금융불안을 완화하기 위해 그야말로 유례없이 강력한 금융시장 안정책을 쏟아 붓고 있다. 이하에서는 세계 경제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미국 금융불안 및 경기 침체 우려가 시장의 우려처럼 확산될 것인지 아니면 정부 대책에 힘입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인지를 진단한다.

미국 금융불안과 관련해서는 지난 9월15일 발생한 미국 4대 투자은행인 리먼브라더스의 파산 보호신청이 또 하나의 분수령이었음을 주목해야 한다. 리먼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의 금융불안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 노출된 금융기관의 부실 확대와 파산 우려가 핵심이었다. 그러나 리먼 사태 이후 금융불안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 노출된 금융기관의 파산 우려에서 나아가 금융기관이 서로 믿지 못하는 자본주의의 근간인 신용 시스템 붕괴로 변모했다.

금융기관의 연쇄 도산 우려가 확산되면서 금융기관이 서로 유동성을 주고받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함에 따라 정부가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더라도 돈이 돌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그 결과 리먼 사태 이후 미국 재무부가 7000억달러에 달하는 구제금융 및 세계 7개국 중앙은행의 동시적인 정책금리 인하 등의 조치를 발표했음에도 금융시장은 더욱더 유동성 위기에 함몰하게 된 것이다.

금융시장에서 신용 시스템의 붕괴는 필연적으로 실물경기의 극심한 침체를 유발한다. 일반적으로 금융기관, 특히 은행은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만기가 짧은 예금을 받아 기업에 대해 만기가 긴 자금으로 대출한다. 은행 입장에서는 단기자금을 차입하고 장기자금을 대출함으로써 은행의 유동성은 축소되지만 비은행 부문으로의 유동성을 공급하여 실물경기가 원활히 작동할 수 있도록 기능하는 것이다.

이를 흔히 자본주의 금융 시스템의 근간인 은행의 신용 전환 기능으로 일컫는데 이 기능은 은행들 간의 상호 신뢰성이 기반이 된 것이다. 그러나 리먼 사태 이후 불거진 신용 시스템의 붕괴, 즉 은행이 단기차입자금을 단기대출로만 운용하면서 가장 현금성이 강한 자산만을 취득하게 된 점은 비금융 부문, 즉 가계 및 기업이 은행으로부터 필요한 자금을 공급받을 수 없게 됨을 의미하므로 대공황이 올 수도 있다는 극도의 공포감을 야기할 수 있다.

미국 금융시장에서 시작된 신용 시스템의 붕괴는 유로 존 및 일본 등으로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전파되었다. 리먼 사태 이전만 하더라도 신용 시스템까지 붕괴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생각했지만 자본주의 체제가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 즉 신용 시스템의 붕괴를 막고 나아가 금융기관의 신뢰성을 회복하기 위해 선진국 정책당국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대책을 쏟아 붓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해 필요한 선진국의 정책 대응 수순을 정리하면 다음의 3단계로 요약된다.

 선진국 정책당국, 붕괴된 신용 시스템 복원에 올인

첫째, 무너진 금융기관의 신뢰를 복원하기 위한 조치가 추진되고 있다. 신용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먼저 은행 간 시장이 회복되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미국 연방준비위원회는 유로 중앙은행(ECB) 및 영란은행(BOE), 스위스 중앙은행과의 상호 통화스왑 한도를 철폐해 유럽 3개 중앙은행이 필요한 만큼 달러화를 무제한 공급하기로 합의했다. 여기에 유럽 주요국은 1조3000억유로(1조8000억달러)의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구제금융 투입 계획을 발표하며 은행의 국유화에 의한 도산 우려 제거에 나섰다.

미국 정부 역시 2500억달러를 투입하여 자본 확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금융기관의 지분을 직접 매입할 계획을 밝히고 있다. 나아가 유럽 주요국이 은행의 모든 예금을 보장해준다는 조치를 발표한 데 이어 미국 연방준비위원회 역시 최근 10만달러에서 25만달러로 상향 조정된 예금보험 한도를 전액 보장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 10월12일 워싱턴 선진 7개국 및 20개 중앙은행 회의에서는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합의했다.

둘째, 부실 위험에 노출된 금융기관을 정상화하기 위한 조치다. 이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해 발생한 금융기관의 비유동자산을 정리함으로써 금융기관이 재차 소비자 및 기업으로의 자금 공급을 회복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하는 조치다. 이 조치는 리먼 사태 이후 신용 시스템 붕괴라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하면서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상태이나 이미 미국 재부무의 7000억달러 구제금융 조성을 통해 점차적인 금융기관의 건전성 회복으로 경제에 필수적인 자본을 재차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이번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불거진 미국 금융기관의 부실이 지난 1989년 주택대부조합 당시와 달리 부실 규모 및 부실자산 등이 불확실할 정도로 복잡해 실제적인 시행과정에서 부실채권의 인수 범위 및 인수가격 등에 대한 불안요인이 상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국민의 세금인 공적자금의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부실채권을 너무 낮은 가격에 매입할 경우 금융기관의 추가적 도산에 의한 금융시장 불안 해소라는 당초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수 있는 반면 너무 높은 가격에 부실자산을 매입할 경우 국민 세금의 낭비라는 도덕적 해이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안의 성격상 수개월 혹은 수년이 걸릴 것이라는 불안감도 높다.

셋째, 실물경기의 침체를 완화시킴으로써 새로운 금융부실의 여지를 축소하기 위한 조치다. 이미 경기 침체에 진입한 미국 경제가 금융불안의 후폭풍으로 인해 급격한 침체 국면에 진입한다면 서브프라임 모기지 단계를 넘어 프라임 모기지 및 일반 소비자 신용의 부실과 기업의 도산이라는 새로운 금융위기 국면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 2008년 중반 우량 프라임 모기지도 부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기업 대출과 상업용 부동산 그리고 가계 대출, 신용카드 등의 연체율이 점차 오르는 상황이다. 따라서 미국 정책당국으로써는 경기 침체 완화의 필요성을 느낀 가운데 이미 연방준비위원회의 정책금리 인하 및 조세환급과 같은 제2의 경기부양책을 검토하고 있다. 여기에 세계 경제의 견인차로써 더 이상 작동할 수 없는 미국의 능력을 감안하면 미국 이외의 선진국 및 신흥공업국의 내수 확대를 위한 경기부양책 강화가 요구되고 있고, 전 세계적인 정책금리 인하 행진은 이러한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결국은 주택 가격 안정 여부가 관건

글로벌 금융시장의 신용 시스템 붕괴 우려가 높아지면서 이를 완화하는데 필요한 선진국 중앙은행의 대책은 더 이상의 조치를 바랄 수 없을 정도로 강화된 양상이다. 글로벌 금융기관 간에 서로를 믿지 못했던 신용마비 현상은 다소 시간은 걸리겠지만 조만간 정상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로 인해 지난 10월 초 이래 전개된 전 세계 주식시장의 폭락도 빠르게 회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과감한 조치를 바탕으로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는다면 다음 단계는 미국 경제의 침체의 정도에 모아질 것이다. 그리고 미국 경제 침체 강도는 주택 가격의 하락세 진정 정도와 소비경기의 안정에 의해 좌우될 것이다. 미국 경제는 이미 9월 미국 고용 시장의 한 단계 추가 악화와 제조업 경기를 나타내는 제조업 ISM지수의 큰 폭 하락에서 나타나듯이 적어도 내년 상반기, 길게는 2009년 내내 극심한 경기 침체가 불가피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다음의 2가지 포인트가 미국 경제가 내년 중반 이후 완만한 회복을 보일 것인지 아니면 극심한 경기 침체가 지속될 것인지를 좌우할 것으로 판단된다.

첫째, 금융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미국 정책당국이 그간 금융기관에 대한 부양조치를 단행했다면 이제부터는 주택 시장의 안정을 위한 조치를 단행할 것인가에 주목해야 한다. 미국 정부는 공공 모기지 대출기관인 페니 매와 프레디 맥에 대해 200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제공함으로써 주택담보대출 시장의 정상화를 유도하고자 했지만 금융위기가 깊어지면서 주택 가격 안정의 핵심인 주택 수요 형성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 주택 시장에서 팔리지 않은 재고가 월간 주택 판매 호수 대비 10개월분을 상회할 정도로 누적되어 있는 점은 주택 가격의 하락세가 쉽게 멈춰지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따라서 아직은 가능성이 낮지만 대공황 당시 있었던 주택소유자대출공사(HOLC)와 같은 기구의 설립으로 주택 가격의 하락세를 진정시킬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될 것인지가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것이다.

둘째, 미국 소비경기를 좌우하는 고용 시장이 안정세를 회복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금융위기가 심화되면서 미국 고용 시장은 향후 상당기간 부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난 9월 중 전월 대비 15만9000명 감소했던 미국 비농업 취업자는 4분기 중 추가적인 감원 확대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는 소비경기의 안정과 이를 통한 고용 회복이 유도될 수 있도록 경기부양책의 강화 여부가 중요하다. 다행스러운 점은 금융불안이 안정을 회복할 경우 미국 고용 시장과 소비경기는 일시적인 충격을 딛고 안정세를 회복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미국 경기 침체에 비해 비금융 부문이 양호한 노동 생산성을 유지하면서 채산성이 아직 훼손 받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국제 유가가 급락하면서 유류비 지출이 급격히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 증시,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상승 추세로 복원 예상

뉴욕 증시는 1920년대 말의 대공황, 1987년의 블랙 먼데이 및 2000년대 초반의 IT버블 붕괴 등 극심한 침체를 보였던 경우에도 장기적으로 상승 추세로 복원된 역사적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주식시장 참가자의 마음에는 항상 한 치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극심한 침체 국면에서도 ‘위기가 곧 기회’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투자의 기회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작금 전개되고 있는 미국 금융시장의 불안 및 경기 침체 가능성을 감안하면 뉴욕 증시의 추세적인 반등을 기대하기는 시기상조임은 분명하다. 주가가 급락함에 따라 정부정책에 힘입어 반등은 가능하겠지만 추세적인 반등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경기 회복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당분간 단기매매가 주류를 형성하겠지만, 장기적인 안목을 가진 투자자라면 먹구름이 짙어질수록 분할 매수를 통한 장기 보유 전략을 가져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