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융불안과 관련해서는 지난 9월15일 발생한 미국 4대 투자은행인 리먼브더스의 파산 보호신청이 또 하나의 분수령이었음을 주목해야 한다. 리먼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의 금융불안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 노출된 금융기의 부실 확대와 파산 우려가 핵심이었다.

 글로벌 구제공조는

‘9회말 투아웃에 동점 적시타’

야구경기에서 뒤지고 있는 팀이 9회말 투아웃 상황에서 동점 적시타를 때렸다. 쓸쓸히 퇴장을 준비하던 팬들은 다시 응원용 막대를 두드리며 팀의 기사회생을 기뻐하고 있다.

요즘 주식시장과 비슷하다. 미국 부동산 버블이 꺼지면서 미국 모기지(부동산담보 대출) 자산의 부실에서 금융위기는 싹이 텄고, 채권시장 경색과 금융회사 연쇄 파산 이후 최근에는 금융시장의 동맥인 전 세계 단기 자금시장까지 마비 증세를 보였다. 결국 자금시장의 극단적인 마비 증세를 해소하기 위해 각국의 중앙은행이 나섰다.

미국 월가 역사상 가장 위대했던 개인 투자자인 제시 리버모어의 저서 <How to trade in stocks>의 내용 중에 ‘정부와 맞서지 말라’는 말이 있다. 지금은 주식 투자자에게 격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이 말은 정부의 정책에 따라 금융시장 및 경기가 변동할 가능성이 높고, 이에 따라 투자자는 정부 정책 변화를 반영해 투자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정부는 경제의 안정적인 성장과 부의 균등한 분배를 추구해야 한다는 목적 때문에 여러 가지 정책을 펼친다. 정부는 경제의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서 경기 상황에 맞춰 경기 부양 또는 경기 긴축정책을 사용하고, 부의 균등한 분배를 위해서 각종 규제정책을 시행한다. 실제로 글로벌 주식시장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정부 정책이 매우 중요한 변수 중 하나였음을 알 수 있다. 지금은 미국뿐만 아니라 EU, 영국, 일본, 호주 등 주요국의 중앙은행이 일제히 유동성 공급과 경기부양에 나서고 있다.

사실 해외에서 들려온 소식은 정상적인 금융시장에서는 있어서는 안 되는 조치들이다. 자본주의 경제가 자본의 이윤추구를 보장하는 대신 ‘위험과 수익’ 사이에 선택의 문제가 있기 마련인데, 글로벌 중앙정부가 무제한의 달러 공급과 자산을 보증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모럴 해저드와 유동성 공급 과잉과 같은 또 다른 후유증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이 이러한 조치에 화답하는 것은 이번 조치로 주식의 위험도(위험 프리미엄)가 무한대로 상승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서 일단 벗어날 수 있다는 안도감 때문이다. 이른바 ‘위험 프리미엄’ 상승 시대에서 벗어나 ‘위험 프리미엄’ 완화에 대한 기대다. 

주식시장, 패닉 진정 기대

지금 주식시장의 반등이 이익의 수준이나 이익의 성장성이 아닌 위험도가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에 반응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당분간 주식시장의 추가 상승 폭에 대한 논의 역시 위험도가 실제로 감소할 것인가에 대한 판단 하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다만 주식시장 할인율의 하락 여부는 사후적으로 증명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할인율의 대용지표(Proxy)를 통해서 접근해갈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당분간 Ted Spread(미국 3개월 국채와 리보금리 차이), 미국 ABCP 1개월(자산담보부 기업어음) 금리 등 단기신용 관련 지표를 점검해 반등 폭을 예상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정책 당국자가 의도한 대로 Ted Spread, 미국 ABCP 1개월 금리가 하향 안정화할 경우 글로벌 주식시장은 신용 위험이 이상 급등을 시작한 지난 9월 고점 수준까지는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런 기준으로 볼 때 코스피 역시 9~10월 고점인 1500포인트 선이 1차적인 반등의 목표치가 될 수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번 글로벌 정책공조는 패색이 짙던 야구경기에서 ‘9회말 투아웃에서의 동점 적시타’와 같다. 투자자들이 게임에서 승리해 본격적으로 주가 상승을 향유하는 시점으로 진입한 것이 아니라 적어도 금융시장이 정상적인 기능을 회복하고 유지한다는 데 의미를 둘 수 있다. ‘역전의 성공’은 결국 실물경제의 회복이 수반돼야 할 것이다. 

한국의 경우에도 1997년 12월 IMF와의 구제금융 타결 이후 약 2개월간 코스피가 저점 대비 50% 상승했었다. 반등 이후 코스피는 실물경제 악화, 한계 기업 퇴출 과정으로 재조정을 거치며 전 저점 밑으로 하락했다. 지금 국내외 주식시장이 처한 상황 역시 한국의 외환위기 이후 전개 상황과 유사할 수 있다. 글로벌 정책 공조로 최악의 상황을 탈피하겠지만 실물경기의 부진으로 주가가 재차 하락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패색이 짙던 경기에서 동점을 만들었다는 데에 어떠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인가? 투자자 입장에서는 안도랠리를 포기할 것인지, 아니면 안도랠리에 동참한 후 실물경제의 악화 여부를 점검해 갈 것인지에 대한 선택의 문제일 것이다. 우선 안도랠리에 동참해 보는 것은 어떨까? 안도랠리에 동참할 경우 Ted Spread 등 단기신용지표를 지속적으로 점검해 랠리의 지속 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안도랠리 이후 국내외 경기 및 기업 실적 회복 여부에 대한 판단은 현재진행중인 글로벌 정책 공조의 효과를 판단하며 한 템포 여유를 가지고 접근해도 늦지 않다는 판단이다.

공동기획 : Taur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