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9월19일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한 도심 공급 활성화 및 보금자리 주택 건설 방안’을 통해 연 50만 호 이상의 주택을 공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최근의 부동산 시장 침체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수요에 부합하는 공급책

  VS 시장 침체 더욱 심화

국토해양부의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한 도심 공급 활성화 및 보금자리 주택 건설 방안’(이하 9·19대책)은 주택 수급 및 가격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향후 10년간 연평균 50만 호의 주택을 건설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특히 향후 10년간 공급할 주택 중 60%인 30만 호를 수도권에 공급하며 그 방식도 서울외곽의 신도시가 아닌 도심이나 도시 근교 등에 주택을 대량 공급한다는 점에서 수요가 있는 지역에 주택을 집중적으로 공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각에서는 전국 미분양아파트가 16만 호를 넘은 시점에서 공급 활성화 대책은 오히려 주택 시장에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는 부동산 시장 침체기에 왜 이와 같은 공급 확대 정책을 추진하려는 것일까. 정부의 브리핑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현재의 부동산 시장 상황을 “수요가 단기적으로 위축된 결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시장이 중장기적으로 보다 안정화하기 위해서는 “각종 수요 억제 장치들의 정상화 노력과 더불어 다양한 유형의 주택 공급이 안정적으로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정부는 현 부동산 시장 상황을 대외 여건이 안정된다면 언제든지 불안정해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주택 공급의 확대’를 들고 있는 것이다.

공급 확대가 시장 안정의 만병통치약?

그렇다면 주택 공급을 확대시키면 정부가 의도한 대로 부동산 시장이 안정화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일부의 우려처럼 침체된 부동산 시장을 더욱 어렵게 만들거나 혹은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추겨 시장을 오히려 불안정한 상태로 만들 것인가? 이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과거 주택 공급 현황과 가격과의 상관관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표1>은 1987년부터 2008년까지 주택 착공량과 가격 변동을 표시한 그래프다. 그래프를 살펴보면 1987년 24만여 호였던 주택 착공량은 1988년 41만 호로 급격하게 상승한 후 1990년에는 75만 호를 넘어섰다. 불과 4년 만에 착공량이 3배가 넘게 증가한 것이다. 이 시기는 소위 ‘주택 200만 호 건설’ 사업이 진행되던 시기다. 이후 주택 착공량은 꾸준히 연 60만 호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주택 착공량은 1998년 30만여 호를 기록한 이후 2002년과 2003년을 제외하고 1990년대 공급량을 회복하지 못했다.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시기는 주택 공급량이 60만 호를 유지하던 시기다. 75만 호가 넘게 공급된 1990년의 주택 가격은 전년 대비 21.2%나 상승했으나 1991년에는 0.5%, 1992년에는 5% 하락했으며 이후 안정세를 보였다.

이는 꾸준한 공급이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경험적 증거라 할 수 있다.

2000년 이후 주택 시장은 1998~2000년의 공급 부족과 저금리, 주택담보대출의 활성화, 분양가상한제 폐지에 따른 도심 재건축 사업성 확보 등 부동산 시장의 대내외적 요건 변화로 인해 수요가 증가해 가격이 급등했다.

이 시기 주택 착공량은 46만여 호 수준으로 감소, 시장의 수급 불균형을 오히려 심화시켰다. 참여정부가 임기 내 30여 차례의 각종 규제대책을 제시했으나 단기간의 효과만 있었던 것은 수급 불균형이라는 시장의 근본원인을 해소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참여정부에서도 이러한 점을 인식, 제2기 신도시 등 신규주택 공급대책을 제시하기는 했으나 시기적으로 늦었을 뿐 아니라 도심에서 30~40㎞ 정도 떨어진 지역에 위치해 수요에 충분히 상응하지도 못했다.

결과적으로 참여정부는 시장에 왜곡을 줄 수 있는 수많은 대책을 제시하고도 주택 시장 안정이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수급 안정은 과거 데이터와 지난 정부의 교훈

현재 주택 경기가 위축되어 있다고는 하나 서울 도심부 등 중심부에 대한 대기 수요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으며 올해 5월까지의 주택건축 허가면적은 전년동기 대비 16.2% 감소했다. 오히려 현 상황을 방치했다가는 2~3년 후에 주택 시장이 다시 불안정해질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9·19대책은 도심부나 주변부에 주택을 대량 공급함으로써 수요에 상응하는 공급이 가능하게 되어 장기적인 주택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한편, 9·19대책은 재개발·재건축의 활성화와 그린벨트 등 도심 주변 유휴지를 활용해 주택  공급을 활성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재개발의 경우 사업 기간이 7~8년 정도 걸려 단기간에 공급을 늘리기는 어렵다. 또한 그린벨트의 해제도 지자체와의 협의가 필요해 실제 공급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측면에서 정부의 이번 대책이 최근 침체되어 있는 주택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주택 정책은 정책 제시 시점과 공급 시점에 상당한 차이가 있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가격과 같은 시장지표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정책은 시간의 경과에 따른 외부환경의 변화에 무력화되기 쉽다. 주택 정책이 단기간의 목표에 집착하기보다는 보다 장기적이고 시장 근본문제 해결에 집중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를 위해서는 시장의 수급 안정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을 과거의 데이터와 지난 정부가 잘 보여주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9·19대책은 2, 3년 이후의 주택 시장을 향한 정책이라는 점에서 시장의 장기적인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책이라 평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