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 어려울 때 어떤 행동을 취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필자의 경험상 조그마한 변화라도 추구해 보는 것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좋은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은 많다. 손실확정을 두려워하지 말고 냉정하게 판단하고 포트폴리오의 변화를 추구해 보면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희망의 빛이 보일 수도 있다.

전세계적인 금융시장의 안정성이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주식시장도 크게 하락하면서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어어” 하는 가운데 투자한 펀드나 현물주식의 하락폭이 감내하기 힘든 수준에 이르고 있다. 많은 투자자들이 어찌할 줄 모르고 우왕좌왕하거나 속수무책으로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다. 큰 폭으로 하락한 이 시점에 과연 손절매를 해야 하는지 아니면 새로운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지 가늠하기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의 심리상태는 낙관이든 비관이든 한 쪽으로 쏠릴 가능성이 높다. 시시각각 들어오는 뉴스나 주가 변동에 따라 즉흥적으로 행동할 가능성이 높아져 있는 심리상태라 할 수 있다. 필자는 이럴 때 일단 ‘일부’ 투자자금을 회수하라고 조언하는 입장이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주가의 천정과 바닥은 아무도 모르는 것

첫째, 주가의 바닥은 아무도 모른다. 주가의 천정도 모르듯이 주가의 바닥도 알 수 없다. 세상에서 가장 알기 힘든 것 중의 하나가 미래의 주가다. 우리가 세계 자동차의 대명사로 알고 있는 GM의 경우 주가가 고점이었던 2000년에 시가총액이 524억달러였다가 10월9일 현재 26억달러에 불과하다. 마이너스 94%다. 불과 8년만의 일이다. 미국에서의 GM이라는 회사의 의미는 우리나라에서는 삼성전자나 포스코와 같은 의미다. 만약 삼성전자가 50만원대에서 2~3만원대로 주가가 떨어졌다고 생각해보면 그 하락의 의미가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옛 속담에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알기 어렵다고 했다.

주가라는 것은 그 주식을 가지고 있으면서 새로 매수하려고 하는 수많은 투자자들의 심리나 투자결정이 종합돼 나타나는 하나의 숫자다. 함께 살고 있는 부부의 속마음도 헤아리기 쉽지 않은데 하물며 피아가 누구인지 전혀 구별할 수 없는 익명의 수많은 사람들의 심리를 단기적으로 예상한다는 것은 신도 하기 힘든 일이다. 주가가 경제학이나 투자론, 재무학 등 교과서적인 이론으로 예측할 수 있다면 얼마나 많은 이론가들이 재벌이 됐겠는가? 아직도 수많은 이론가들이 오랜 기간 동안 활동하고 있는 것을 보면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심지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사람이 만든 투자회사도 몇 년 못 가 망한 경우도 있으니 두말하면 잔소리다.

주가가 많이 하락했다고 해서 바닥은 아니다. 주가가 많이 올랐다고 해서 천정이 아닌 이치와 마찬가지다. 즉, 상승이든 하락이든 양쪽의 가능성은 이론상 5 대 5다. 많은 투자자들은 내가 팔고 나서 오르면 어떻게 하느냐는 두려움에 손실을 본 펀드나 주식을 쉽게 처분하지 못한다. 가능성은 아래 위쪽으로 다 있는데 올라가는 쪽의 리스크만 생각하는 것이다. 만약 올라갔다 하더라도 내 손안에는 새롭게 투자할 수 있는 현금을 가지고 있는데 큰 문제가 될 수가 없다. 지금까지 내가 투자하고 있던 것보다 좋은 성과를 올릴 가능성이 있는 펀드나 주식에 새롭게 투자하면 큰 문제가 없다. 만약 내려간다면 손실을 줄인 결과가 되고 올라갔을 때와 마찬가지로 새롭게 투자할 수 있는 현금을 가지고 있으니 일석이조다. 

둘째, 일부 현금을 가지고 있어야 제대로 볼 수 있는 눈이 생길 수 있다. 어떤 투자대상에 몰입해 있을 때에는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기 쉽지 않다. 장기나 바둑을 둘 때 옆에서 훈수를 두는 사람이 더 판세를 잘 읽는 것과 비슷하다. 요즘처럼 전 세계적으로 주가동조화가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정보의 선택적 인식(selective perception), 왜곡(distortion) 등이 주가 급변 시점에서는 더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눈에 콩깍지가 끼면 안 되는 것이다.

손실 두려워 말고 냉정하게 판단

약 20년 전에 정부가 발권력을 동원해서라도 주가를 부양하겠다고 한 적 있었다. 많은 사람들은 주가가 올라갈 것으로 생각했지만 단기 상승 후 긴 하락의 시간이 지나갔다. 정부가 발권력 운운할 정도였으니 그만큼 심각한 상황임을 역설적으로 알려준 셈이었는데 투자자들이 정보를 인식, 왜곡한 결과는 참담했다.

시장이 어려울 때 어떤 행동을 취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필자의 경험상 조그마한 변화라도 추구해 보는 것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좋은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은 많다. 손실확정을 두려워하지 말고 냉정하게 판단하고 포트폴리오의 변화를 추구해 보면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희망의 빛이 보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