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양가가 확실하게 오를 전망이다. 분양가가 오르면 지난해 9월 도입된 분양가상한제의 취지는 상당히 퇴색될 수밖에 없다. 고분양가를 잡기 위한 대책이었음에도 능력 발휘가 전무하다. 올해 상반기 본격 시행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분양가는 치솟았다. 아직까지도 분양가상한제 주택의 공급이 본격화하지 않았다. 분양가를 잡으려고 태어난 상한제가 오히려 분양가 인상 파도에 휩쓸려 폐지나 다름없이 무력화되고 있다.

고분양가 대책 ‘상한제’…

오히려 분양가 인상 우려에 무력화

아파트도 하나의 상품이다. 건설사에서 제조하는 상품인 셈이다. 분양가는 아파트라는 상품의 가격을 의미한다. 그런 아파트를 분양받으려는 이유는 간단하다. 새 집이라는 장점뿐 아니라 아파트의 일생에서 가장 쌀 때가 분양할 당시, 즉 ‘분양가=바닥’이라는 인식에서다. 일단 분양을 받으면 바닥을 찍고 올라갈 일만 남았다고 풀이한다. 이는 프리미엄(웃돈)이 붙기 때문이다.

아파트를 분양하는 모델하우스 앞에 속칭 ‘떳다방’이 프리미엄을 주도한다. 떳다방과 프리미엄은 비례곡선을 그린다. 떳다방이 많을수록 프리미엄의 상승 폭도 크다. 이후 본격적으로 입주가 시작되면 분양 시 프리미엄이 붙은 아파트는 또 한 번 상승이냐, 보합이냐는 시험대에 오른다. 대부분 가격이 더 오른다는 관측이다. 특히 아파트가 수명을 다해 재건축 논의가 시작될 즈음 제2의 전성기를 누릴 수도 있다. 물론 지리적 위치에 따라 다를 수도 있지만 이는 일반적 흐름이다.

매매 상승률보다 높은 분양가

때문에 분양 시장은 놓칠 수 없는 관심의 대상이다. 여기에 고분양가를 잡는다고 상한제가 도입됐으니 이를 철썩 같이 믿은 사람들은 쌍수 들어 환영했다. 결과적으로 그들은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힌 셈이 됐다. 분양가가 상한제를 비웃듯 배반의 골든벨을 울리고 있어서다.

전국적으로 아파트값 상승세가 주춤한 가운데 올 상반기 분양가는 가파른 오름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은경 스피드뱅크 리서치팀장은 “올해 분양가 상승률이 아파트 매매 가격 상승률보다 더 높게 나왔다”고 밝혔다.

부동산 1번지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전국에서 2008년 상반기 분양된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1280만원으로 2007년(1031만원)에 비해 24.2% 상승했다. 특히 2008년 상반기 전국 아파트 매매 가격이 0.91% 상승해 지난해 상반기(0.17%)보다 0.74%p 상승하는 데 그친 반면, 3.3㎡당 평균 분양가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크게 올라 기존 아파트값 상승 폭을 훨씬 앞지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상반기 대비 분양가 상승률이 가장 컸던 지역은 부산으로 한 해 동안 38.8% 상승했다. 다음으로는 경남(38.4%), 광주(35.1%), 대구(33.9%) 순이다. 반면 분양가가 떨어진 지역도 있다. 인천은 2007년 상반기 평균 분양가가 1386만원이었지만 2008년 상반기에는 평균 1039만원으로 25%나 감소했다.

스피드뱅크 측은 “2007년 상반기에는 인천 송도와 남구에 고급 아파트를 주로 분양하면서 평균 분양가가 크게 상승했지만 2008년 들어서는 경제자유구역 내에 중소형의 분양가상한제 적용 아파트가 집중적으로 쏟아지면서 평균 분양가가 크게 하락한 것이 주요 요인”이라고 풀이했다. 서울 지역은 3.3㎡당 평균 분양가가 가장 높은 곳은 1905만원을 기록해 서울 지역에서 109㎡형 아파트 한 채를 분양받는데 평균 6억2865만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포털 부동산114에 따르면 2007년 전국 3.3㎡당 평균 분양가는 980만원이었지만 올 8월 현재까지 공급단지 대상으로 한 2008년 평균은 1174만원이다. 서울은 전년도 1800만원에서 올해 2399만원으로 상승했다. 경기도는 1062만원→1256만원, 부산은 1025만원→1537만원, 대구는 879만원→1014만원, 경남은 694만원→1011만원 등으로 올랐다. 반면 인천, 대전 등은 떨어졌다.

다른 부동산포털에서도 올 상반기 분양가는 인상된 것으로 나왔다.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2008년 상반기 전국 3.3㎡당 평균 분양가는 전년(1020만원) 상반기 대비 33.5% 상승한 1363만원이다. 2007년 하반기(1173만원)보다도 16.2%(190만원) 높은 가격이다.

현행 감정가 아닌 실제 매입 기준 변경

닥터아파트 측은 “2008년부터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돼 분양가가 하락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분양가상한제 아파트 공급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막바지 비(非)분양가상한제 아파트 공급이 대거 몰려 분양가는 오히려 상승했다”고 밝혔다. 분양가상한제로 싼 값의 아파트를 기대했던 청약 대기자로서는 정부를 믿은 자신들을 자책하는 분위기다. 닥터아파트 관계자는 “서울 등 수도권에서는 아직 단 한 가구의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아파트도 선보인 적이 없다”고 했다.

결국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아파트를 본격적으로 구경도 하기 전에 오는 9월 이후 공급되는 아파트의 경우 분양가 상승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는 전반적인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정부에서 분양가를 결정하는 택지비는 현행 감정가가 아닌 실제 매입가 기준으로 변경된다. 또한 국제 유가 상승과 철근, 시멘트 등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오는 9월1일부터 기본건축비가 3~5% 가량 오를 것으로 보인다.

땅값은 분양가의 절반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분양가 상승의 근본적 원인이다. 개발호재가 반영돼 땅값이 오르면 분양가가 크게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 주택 업체들은 감정가 기준을 따르면 수익성이 없어 주택을 지을 수 없다는 불만을 강도 높게 제기해왔다. 고유가로 인한 건축 자재값도 많이 올라 건축비 추가 인상은 거의 확정적이다. 이 경우 지난 7월 단품슬라이드제(주요 건설자재 가격의 상승분을 3개월 단위로 건축비에 반영) 도입에 따라 4.4% 오른데 이어 다시 상향 조정하는 것으로, 그만큼 아파트 분양가 상승이 당연시되는 분위기다.

소비자 만족도가 높은, 인기 있는 아파트도 분양가가 올라가게 된다. 국토해양부는 2005년부터 2007년까지 입주한 아파트의 만족도를 조사해 좋은 점수를 받은 단지의 건설사를 9월부터 건축비의 1% 만큼 올리도록 했다. 일반 아파트에 비해 공사비가 많이 들어가는 특수성을 감안해 주상복합아파트는 가산비를 더 인정해 주기로 했다.

결국 분양가를 구성하는 택지비, 건축비, 가산비가 모두 인상되며 9월 이후 공급되는 아파트의 경우 분양가 상승이 유력하다. 건설 업계에서는 사실상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정책이기 때문에 대놓고 환영하지는 못하더라도 반기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물론 고민도 엿보인다. 분양가 상승으로 미분양 적체가 더욱 심화될 것을 우려하는 눈치다.

수요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못마땅하다. 특히 저렴한 분양가상한제 아파트를 기다려 온 수요자들은 정부의 일관되지 못한 정책에 강한 분노와 함께 허탈감에 휩싸일 개연성이 농후하다.

자칫 미분양 사태 더 심각해질 수도

문제는 힘없는 보통 사람들이 억울하다고 아파트 분양가 인상을 막을 수 법.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 및 수요자들의 적절한 대응 방안이 요구된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분양가가 높게 책정되면 청약 수요자들이 신규분양 시장을 이탈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이들이 기존 주택 시장에 진입하면 매매 시장이 불안해질 가능성이 있다는데 공통된 의견을 보였다.

신경희 부동산뱅크 선임연구원은 비관적 전망을 제시했다.

“전국적으로 미분양이 적체돼 있는 상황에서 건설사들도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분양을 미루고 있거나 타 건설사의 분양 분위기를 보며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분양가가 상승하게 된다면 미분양 사태가 더 심각해 질 것으로 보입니다.”

신 선임연구원은 “지방에 미분양 물량이 많은 상황에서 분양가까지 상승하게 된다면 그야말로 수요자들에게 소외되는 경향이 높을 것”이라는 부정적 입장이다. 수요자들에게는 다음과 같이 주문했다.

“주변 현장을 꼼꼼히 살펴본 후 지역적으로 개발호재가 있는 지역을 선택하는 좋겠습니다. 또한 고분양가라고 생각된다면 주변 시세를 정확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기존 아파트들이 분양된 지 1~2년 정도밖에 안된 아파트들에 비해 분양가가 큰 폭의 차이가 난다면 고려해볼 필요가 있지만, 기존 아파트들이 낙후됐거나 설계적으로 차이가 난다면 분양가가 다소 높다고 해도(주변시세와 비슷한 기준) 관심을 가져 볼 만합니다. 그래도 상승 가치가 있는 지역적인 특징들을 꼼꼼히 살펴 청약 전략을 신중하게 세우기 바랍니다.”

이진영 닥터아파트 리서치센터 팀장은 “기본형 건축비 인상, 택지비 감정가로 산정 등으로 인해 분양가가 오르게 된다면 청약자들의 관심은 청약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기존 아파트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을 보였다.

분양가가 오르기 전에 분양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분양가 인상 전 분양 단지에 청약 경쟁률이 높게 나타날 수 있고 청약을 통해 내 집 마련을 하기보다는 최근 가격이 많이 떨어진 기존 아파트 매입으로 선회하는 사람이 생겨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tip  아파트 분양가 대표적 인상 요인 넷

1. 민간택지 아파트 택지비 산정 때 감정가 대신 실제 매입가 인정

2. 원자재, 철근값 인상분 반영해 기본형 건축비 상승

3. 소비자 만족도 높은 아파트 분양가에 건축비(1%) 추가 반영 허용

4. 주상복합아파트 분양가 가산비 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