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가 구체화되면서 아파트 분양가에도 변화가 있을 예정이다. 우선 ‘단품 슬라이딩 제도’가 도입됨에 따라 아파트 기본형 건축비가 4.4% 상승했다. 또한 토지 가격을 현 감정평가 가격에서 실제 매입 가격으로 바꿀 경우 추가적인 분양가 상승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주택건설 내수 경기 진작 단기 효과…

장기적으론 주택 시장 안정화 기여

올해 들어 부동산 시장은 위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 봄 서울 강북 지역의 주택 가격 상승세를 이끌었던 강북구, 노원구, 도봉구의 경우 7월 0.3~0.8% 상승하는 데 그치는 등 상승세가 완연히 꺾인 모습이다. 버블세븐 지역의 경우 2006년 연평균 20% 이상의 높은 상승률을 보였으나 2007년에는 상승률이 3% 내외로 크게 감소했으며 2008년에는 -1~-3% 대의 하락을 보였다.

이처럼 주택 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된 모습을 보이자 정부는 일련의 부동산 규제 완화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분양가에 대한 규제 완화책도 이 일환으로 제시된 것이다. 아파트 기본형 건축비에는 ‘단품 슬라이딩 제도’를 도입했으며, 택지비를 기존의 감정평가 가격이 아닌 실제 매입 가격으로 인정할 계획이다.

분양가는 오를 듯

단품 슬라이딩 제도의 도입에 따라 철근, 레미콘, PHC파일, 동관 등 4가지 자재 가격이 기본형 건축비 고시 후 3개월 동안 15% 이상 변동될 경우 기본형 건축비 조정주기(매년 3월, 9월) 전이라도 조정하게 된다. 국토해양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7월8일부터 기본형 건축비가 4.4% 상승한다고 고지했다. 이에 따라 분양가 상한액은 약 1.8~2.2% 상승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분양가에서 건축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통상 40~50% 수준이기 때문이다.

택지비는 오는 9월이면 실제 매입 가격이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분양가 상한제하에서는 분양가의 50~60%를 차지하는 택지비에 대해 감정평가 가격만을 인정하고 있다. 감정평가 가격은 2인 이상의 감정평가사에 의해 산정되는데 감정평가사는 공사가 진행될 택지에 대해 시장에서 정상적인 거래가 성사되었을 경우 형성될 가격을 산정하게 된다. 그러나 실제 택지 매입에 드는 비용은 택지의 원 소유자와 개발업자간의 상호작용에 의해 결정되므로 감정 가격에 비해 높을 수 있다. 따라서 택지비를 실제 매입 가격으로 인정할 경우 추가적인 분양가 상승이 있을 것으로 보이며 상승 폭도 단품 슬라이딩 제도 도입 시보다는 클 전망이다.

분양가 상한제는 이전 정부에서 주택 시장 안정화를 명목으로 도입됐으나 정부가 정한 한계선에 맞게 분양가를 산정하도록 강제한다는 점에서 그 동안 여러 논란이 있어왔다. 이 중 건설 원가 측면에서만 살펴볼 때 최근과 같이 원자재 가격이 급등할 경우 이를 반영하기 힘들다는 점과 택지의 감정평가 가격과 실제 매입 가격 사이에 괴리가 발생할 경우 조정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꼽혀왔다. 그러나 이번 분양가 상한제 완화 조치로 이러한 문제점들이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게 됐다.

최근 국제 원자재 가격의 급등으로 인해 철근 가격이 올 3월1일 기본형 건축비 고시 이후 6월 말까지 62% 상승하는 등 건축비의 인상 요인이 있었다. 단품 슬라이딩 제도 도입 이전에는 건축비 인상 요인이 있다 하더라도 9월1일(조정주기) 이전에는 이를 반영할 수 없었으나 이제는 도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택지비의 경우 보다 근본적인 측면에서 개선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론적으로 감정평가 가격은 실제 거래 가격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금융비용 등 사업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개발사업자는 보다 빨리 택지를 확보하려 할 것이므로 실제 거래 가격이 감정평가 가격에 비해 높은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시장성이 높은 택지일수록 발생할 가능성이 높으며 그 차이도 크게 나타난다. 만일 정부가 실제 매입 가격을 택지비로 인정할 경우 이런 문제점은 더 이상 발생하지 않게 된다.

이러한 분양가 상한제 완화는 주택건설 경기 활성화, 내수 경기 진작, 장기적인 주택 시장 안정화와 같은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 올 것으로 기대된다. 2008년 1분기 주거용 건축허가면적은 전년 동기 대비 22.6% 감소했다. 그러나 분양가 상한제 완화는 주택 사업의 수익성 제고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어 그간 침체되었던 주택건설 경기를 활성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한편으로는 산업의 전?후방 효과가 큰 건설 산업을 활성화시킴으로써 내수 경기를 진작시키는 부수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분양가 상한제 완화는 장기적인 주택 시장 안정화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분양가 상한제는 근본적으로 최고 가격제의 일종이다. 경제학적으로 최고 가격제는 재화 공급의 감소를 가져와 장기적으로는 시장 불안을 부추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의 주거용 건축허가면적의 축소는 이러한 부작용이 실질적으로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이런 현상이 지속될 경우 2~3년 후에는 주택 시장의 수급 불균형을 가져와 결국 부동산 시장을 불안하게 만드는 원인이 될 우려가 있다. 분양가 상한제의 완화는 주택건설 경기를 활성화시켜 주택 공급을 활성화시킬 것이므로 이와 같은 분양가 상한제의 부작용을 예방하여 장기적인 주택 시장 안정화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분양가 상한제 완화에 대한 우려 중 가장 큰 것은 분양가 상승이 곧 주택 가격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주택 가격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볼 수 있다. 현재의 주택 가격 하락세가 분양가 상한제보다는 수요자의 주택 구입 능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LTV, DTI 등 주택담보대출에 관한 규제로 주택 수요자들은 금융기관으로부터 주택 자금을 대출받는데 한계가 있으며 이는 곧 주택 수요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주택 수요를 억제하고 있는 규제가 완화되지 않는 한 분양가 규제 완화가 곧바로 주택 가격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