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4/4분기부터 시작된 전 세계적인 주식시장 하락은 최근 몇 년간 상승에 익숙해져 있던 많은 평범한 투자자들에게는 참기 어려운 시련을 안겨주고 있다. 얼마 전 이름만으로도 세계 최고와 동일시되던 미국의 메릴린치와 리먼브라더스가 다른 회사로 인수되거나 파산신청을 하는 등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세계 금융시장의 혼란과 자산가치 하락은 그 끝이 어디인지 가늠하기 어려운 정도다.

주식시장이 하락세에 있을 때 많은 전문가들은 분할투자(적립식 투자와 비슷한 개념)와 분산투자 그리고 장기투자를 강조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맞는 조언이다. 사실 몇 년 전 전 국민적인 펀드 열풍이 불기 전에는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하는 사람이 지금에 비해서는 그나마 적은 편이었다. 물론 그때도 절대적인 숫자 면에서는 주식투자 인구가 400만~500만 명이나 된다는 통계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과장한다면) 거의 전 국민이 CMA계좌를 가지고 있고 적립식 펀드든 주식형 펀드든, 한 개 이상을 가지고 있는 상황(올 7월말 현재 적립식 펀드 계좌 수가 1500만 개. 주식형 펀드 계좌 수가 1800만 개에 달한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가 하락은 보통사람들에게 남의 일로 치부할 수 없는 일상의 중요한 일이 돼버린 것이다.

분할·분산·장기투자 원칙에도 리스크 상존

필자가 앞서 얘기한 세 가지 투자 조언은 기본적으로 맞는 투자원칙이지만 그 한계점을 분명히 알고 투자에 임해야 한다.

먼저 분할투자부터 살펴보자. 한 번에 투자하지 말고 나누어 투자하자는 얘기다. 이는 바닥이 어디인지 알기 어렵기 때문에 여러 번 나누어 투자하는 방법이다. 바닥을 가늠하기 어려운데 투자를 한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더 떨어질 수 있는데 단지 나누어 투자한다고 위험이 줄어들까? 분할투자는 장기적으로(그 기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알 수 없다) 투자자산의 가격이 투자 시점의 가격보다 더 오른다는 전제하에서만 유효한 투자 방법이다. 그렇지 않으면 더 손실금액만 키우는 투자 방법이다. 나누어 투자함으로써 투자자산 가격이 추가 하락했을 때 평균단가를 낮추는 효과가 있지만(코스트 애버리징 효과) 투자자산 가격이 계속 하락한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 분할투자를 하기 전에 먼저 지금 투자를 해야 되는 시점인지 발을 빼야 하는 시점인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계속 하락하는 경우에 분할투자는 오히려 손실금액을 키우는 손쉬운 방법이다. 주식현물 투자 시 물타기의 경우를 생각해 보면 이해가 쉽다.

분산투자는 투자자산간 상관계수가 적은 대상에 나누어 투자함으로써 전체 투자금액에 대해서는 변동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이다. 문제는 아무리 투자 대상을 다양화 한다하더라도(예를 들어 선진국 시장, 이머징 시장, 성장주, 배당주 등) 전체 시장이 하락하는 경우(요즘 같은 경우가 이런 경우이다) 분산투자의 의미가 없어져 버린다. 또 상관계수가 적은 투자 대상이라는 것도 과거 수치를 가지고 계산한 것이기 때문에 주식시장에서 과거 수치가 가지는 의미를 생각한다면 쉽지 않은 투자 방법이다.

감내할 수 있는 투자 규모 및 손실 가능성 고려해야

마지막으로 장기투자는 유망한 주식이나 펀드 또는 시장에 투자한 후 제값을 받을 때까지  기다리는 투자 방법이다. 이 투자 원칙은 계속 유망한지를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판단하고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투자 원칙 중 하나인데 무조건 장기적으로 투자하면 최소 손실은 보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장기투자는 지금 투자 대상이 본질적인 가치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거나 향후 더 높은 가격에 거래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는 경우에 유효한 투자 방법이다. 또 시간도 중요한 고려 사항이다. 몇 개월 또는 몇 년, 더 길게는 10년도 기다릴 수 있는 여유가 있는지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본인의 자금 소요 일정과 맞는지도 고려해야 한다.

분할·분산·장기투자를 생각하기 전에 먼저 본인이 감내할 수 있는 투자 규모 및 손실 가능성을 생각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작년 하반기에 특정 지역 펀드에 가입한 투자의 경우 보통 50% 이상의 손실을 보고 있는데 처음 투자 시 그 정도의 손실을 감내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졌는지 반문해 보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투자 규모를 줄이든지 아니면 투자 지역 경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서 계속 투자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막연히 언젠가는 오르겠지 하는 생각은 위험하다. 일본의 1990년대나 2000년 초 IT버블 붕괴 후의 미국 나스닥을 생각해 보면, 고점 대비 많이 하락한 것이 반드시 반등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모든 투자 원칙은 그 자체가 정답이 될 수는 없다. 그렇다면 너무 쉽지 않은가? 그 한계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지금과 미래의 경제 상황이나 본인의 투자 성향이나 리스크 감내 정도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스트레스 받지 않는 투자를 할 수 있다. 평생 해야 하는 투자인데 너무 스트레스 받으면 투자 성과가 있다 하더라도 큰 의미가 없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