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적으로 남편의 사업 실패가 톱 세일즈우먼 변신의 첫 걸음이 됐다. 최고 실적을 달성, 회사로부터 핑크 벤츠를 부상으로 받기도 한 최정숙씨(42)는 원래 평범한 전업주부였다. 남편 뒷바라지하며 보금자리 꾸미기를 좋아했다. 내성적이며 수줍은 성격과 무관치 않았다. 선천적 성대장애로 남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것도 한 요인이었다. 하지만 가장의 곤두박질은 안방마님에 만족했던 그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그때가 2002년 정월.

성대장애 딛고

영업 달인 신화 달성

당시 몸은 정상이 아니었단다. 큰애와 두 살 터울의 둘째를 출산한 지 3개월 된 산모였다. 그래도 남편의 천근만근 짐을 덜어주고, 어린 핏줄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일거리를 찾았다. 벼랑 끝에 몰린 심정으로 새 출발을 다짐한 그는 메리케이라는 미국계 화장품 회사의 뷰티 컨설턴트로 들어갔다. 방문 판매원이다. 이전까지 누군가에게 뭔가를 팔아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던 그의 도전이었다.

동시에 발음 교정에 공을 들였다. 웅변학원에 등록한 것이다. 고객들이 제품을 설명하는 자신의 말을 제대로 알아듣기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입안에 온통 수술 흔적이 남을 정도로 네 차례나 성대수술을 받았건만 발음이 자연스럽지 못한 이유에서다. 이는 영업직 종사자에게는 치명적 결함이라고 스스로 판단, 조금이라도 더 나이지려는 선택이었다. 

 

어린 시절 벙어리처럼 살기로 작심

사실 그의 발음은 평생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콤플렉스다. 여전히 성대 떨림판에 문제가 있어 발음이 새고 완전하지 않다. 약간 콧소리가 난다. 오죽하면 배 아파 나은 애들 앞에서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단다. 혹시라도 부정확한 발음과 목소리가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했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 친구들의 놀림 때문에 벙어리처럼 살기로 작심까지 할 정도였다니 그의 깊은 생채기를 미루어 짐작할 만하다. 현재는 180도 달라졌다. 최고 무기는 자신감이었다. 언어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기울인 수많은 노력이 마침내 자신감을 통해 기세등등하게 됐다. 특히 웅변학원에 이어 다닌 아나운서 스피치 학원에서 큰 힘을 얻었다고 한다. 당시 강사가 이렇게 말했다는 것이다.

“모든 것을 다 갖추었는데 목소리에 대한 자신감이 없습니다. 목소리에 자신감을 가지세요.”

그는 이 일을 하면서 정말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단다.

“세일즈는 목소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하는 겁니다.”

그는 아직도 고객을 만나기 직전, 자신만의 연습을 빠뜨리지 않는다. 바로 도레미파솔 발성 연습이 그것.

“주로 화장실에서 ‘미’음을 사용해서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하는 말을 수십 번씩 연습하죠. ‘미’음은 크지도 작지도 않아서 상대방이 내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만듭니다. 소리가 작으면 잘 듣기 위해 귀를 기울이게 되고 귀를 기울이면 집중하게 되죠.”

자연스럽게 웃는 표정 연습도 매한가지다. 방안에는 큰 거울을, 부엌에는 작은 거울을 두고 매일 연습했단다. 실제 그의 트레이드마크는 변치 않은 밝은 미소다. 인터뷰 내내 부드러운 미소가 얼굴을 떠나지 않았다. 흔히 대중스타들이 연출하는 표정관리용과는 거리가 멀다.

“목소리에 자신이 없으니 표정만이라도 살리고 싶었어요. 하루 종일 미소를 짓다보면 나중에는 볼이 아파 밥 먹는 것조차 어려울 정도가 되기 일쑤였습니다. 하지만 그 정도 아픔쯤은 참아야 했죠.”

발성의 콤플렉스를 훨훨 떨치고 톱 세일즈우먼이 된 그는 자신감과 밝은 표정이 최대 밑천이라고 했다.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해요.”

그래도 영업 왕도는 역시 부지런한 발품. 그는 무작정 낯선 고객들을 찾아다니며 상품을 소개했단다. 일종의 경험 마케팅을 적용했다는 것이다. 이는 현장에서 직접 몸으로 체험해서 배우는 마케팅을 말한다.

“현장이야말로 최고의 학교라고 생각합니다. 현장에서 배우고 현장에서 해답을 구했죠.”

그는 “인상에 따라 좋아하는 말과 싫어하는 말을 깨닫고 배웠다”고 밝혔다. 자신만의 첫 인사말 관용어구가 100개가 넘는단다. 상황에 따라 가장 적당한 어구를 골라 쓴다는 것이다.

2년 만에 최고 실적, 핑크 벤츠 부상으로 받아

그는 방문 판매원 4개월 만에 실적 1억6000만원을 달성, 판매 신기록을 세웠다. 지금도 이 기록은 깨지지 않고 있단다. 그의 신화는 2년 만에 회사 내 톱 세일즈우먼이 되면서 절정에 이르렀다. 그때 부상으로 핑크 벤츠를 받아 애마로 사용하고 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자신을 최대한 낮췄다.

“제가 해냈으니 당신도 할 수 있습니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주변의 부러움을 받는 억대 연봉에 올라선 자신을 보고 자신감을 얻으라는 메시지였다. 그는 이어 “나이는 그저 숫자에 불과하다”면서 “꿈을 접은 여성들이여 포기하지 말라”고 빙그레 웃지만 힘주어 말했다.

육아 대목에서는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그도 한때 자녀교육 때문에 일을 그만두려했다는 것이다. 다행히 남편의 도움으로 슬기롭게 헤쳐 나왔다고 한다.

목표가 정해지면 저돌적으로 움직여 이른바 ‘여자 코뿔소’로 불린다는 그는 “많은 여성들이 내면에 숨겨진 능력을 발견하고 이를 마음껏 발휘했으면 좋겠다”면서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리더십트레이닝센터를 건립, 여성들의 재능을 계발해주는 것이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