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강한 은행, 수협의 최고 야전사령관은 정철균(44) 삼성동 지점장이다. 2006~2007년 2년 연속 영업 실적 대상의 영예를 누렸다. 그것도 새내기 점포장의 거침없는 대박 행진이었다. 당시 점포는 쌍문동지점. 2005년 7월 부임했을 때와 비교해 손익이 지난해 12월 말 4배 이상 늘어났다. 정 지점장은 올 1월 중순, 테헤란로 포스코사거리에 위치한 삼성동지점으로 옮겼다. 부자 고객이 많고 은행 간 경쟁이 치열하기로 소문난 강남의 중심에 배치된 것이다. 검증된, 믿음의 인사로 풀이가 가능하다.

“강남은 고금리 특판 상품에 민감…

돈 굴릴 줄 아는 경험의 차이”

호랑이나 사자 같은 맹수는 평소에는 어슬렁거린다. 먹잇감을 사냥할 때만 바람처럼 내달릴 뿐이다. 맹수의 어슬렁거림을 단순히 해석해서는 곤란하다. 사냥할 때를 대비한 ‘힘의 축적’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에게서 ‘맹수의 열정’이 느껴졌다. 실제 맹수처럼 평소에는 어슬렁거리다가도 승부를 벌일 때는 불 같이 몰아붙이고, 칼 같이 결단을 내린다고 정 지점장 스스로도 밝혔다.

그의 강인한 승부 근성과 면도날 같은 완성도가 신설 점포 삼성동지점에 적격인지 모른다. 삼성동지점은 오픈 만 3년이 안 됐다. 정 지점장이 두 번째 책임자다. 내부 발탁이 아닌 외부에서 영입된 전임자에 이어 지휘봉을 잡았다. 전임자의 아쉬운 성적표는 고스란히 그의 몫으로 돌아왔다. 더욱이 전 점포에서 두 번 연속 팡파르를 울린 화려한 실적이 득점왕 골잡이의 멋진 세레모니를 기대하게 만든다. 농부는 밭을 탓하지 않고, 명필은 붓을 가리지 않는 법. 정 지점장은 말을 아끼면서도 슬쩍 여운을 남겼다. “올해도 기대해도 좋습니다.”

2006~2007년 2년 연속 영업 실적 대상

최고 점포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그는 “일등은 무슨”하며 쑥스러운 듯 말끝을 흐렸다. 솔직히 인터뷰 자체가 부끄럽다는 그는 형식적인 모범답안도 쉽게 나오지 않고 허공을 쳐다보기 일쑤였다. 거품 많은 요즘 시대에 꾸밈이 없는 모습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래도 답을 듣겠다는 기자의 표정 때문인지 “운이 좋았고 직원들이 모두 열심히 해준 덕분”이라고 공을 돌렸다.

자신은 결코 내세우지 않았다. 그는 인터뷰 내내 ‘덕분’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했다. 넘버원 지점은 잘난 개인이 아닌 조직이 똘똘 뭉쳐야 함박웃음을 터뜨릴 수 있다는 것이 정 지점장의 지론이다. 때문에 삼성동지점은 모두가 지점장 마인드로 일한다. 이는 그의 줄기찬 당부이기도 하다.

정 지점장은 더불어 끊임없는 도전정신을 강조한다. 거듭된 좌절에 아랑곳 않고 계속된 불굴의 의지는 결과적으로 초고속 엘리베이터를 타며 수직 상승의 기쁨을 안겨준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러면서 2연패를 기록한 자신만의 영업 노하우 10가지를 쉼표 없이 술술 풀어냈다.

처음에는 좀처럼 말문을 열지 않던 인터뷰는 금세 고속도로에 올라섰다. 무한질주가 가능한 독일의 아우토반을 연상시켰다. 그의 언변은 역시 일등 점포의 수장다웠다. 솔직한 입담이 막힘없는 청산유수다. 겸손한 듯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가 인상적이다.

정 지점장의 영업 노하우 첫 번째는 소개 마케팅이다. ‘1:30의 법칙’이라는 것이다.

“충성 고객 30명이 일반 고객 300명을 불러옵니다.”

이를 필두로 인맥 마케팅, 리 마케팅, VIP 마케팅, 신뢰 마케팅, 대화 마케팅, 1?2?3 마케팅, 가족 마케팅, Win-Win 마케팅, Goods 마케팅 등 9가지를 더 소개했다.

이중 1?2?3 마케팅은 ‘하루(1)에 신규고객(2명)과 기존고객(3명)을 꼭 방문하여 면담하라’는 얘기다. 정 지점장은 이를 지키기 위해 무던히 애쓴다고 했다. 자신과 안면이 있거나 환영해주는 사람들만 만나서는 발전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고객을 기다리는 수동적 자세를 버린 지 오래다. 소매금융, 개인고객, 주변 영업 등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능동적 마인드로 외부로 고객을 찾아가는데 열성적인 그는 “실질적으로 부지런히 발품을 판 덕분에 최고 점포장에 오르게 됐다”고 털어놨다.  

정 지점장과 얼굴을 마주하면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긴다. 항상 웃음 띤 표정, 순박한 미소, 서글서글한 성격, 원만한 대인관계, 털털한 말본새 등은 처음 만난 사람도 금방 정을 느끼게 만든다. 그는 “고객은 물론 고객 다음 세대와도 인연이 이어질 만큼 인간관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끈끈한 인간관계는 평생 만리장성을 쌓지만 형식적인 언행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강남과 강북을 비교해 달라는 질문에 한참을 고민하더니 조심스럽게 답변했다.

“강남은 강북에 비해 금리에 민감한 것 같습니다. 강남은 금리가 다소 높은 특판 예금에 몰리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지만 강북에선 별 움직임이 없었습니다. 돈을 운용해 본 경험의 차이라고 생각됩니다.”

“질적인 면으로 따지면 최고 은행 자부”

현재 수협의 총자산은 2000년 7조5049억원에서 2007년 말 17조8059억원으로 무려 140% 증가했다. 수협의 최고 야전사령관 정 지점장은 단언했다.

“외형적으로 자산 규모는 떨어지지만 질적인 면에선 단연 압도적입니다. 수협은 질적인 면으로 따지면 최고 은행이라고 자부합니다.”

실제 수협은 믿을 수 있는 은행이다. 이는 세계적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 스탠더드&푸어스 및 국내 신용평가사로부터 최고 수준의 신용등급 획득이 단적인 예다. 정 지점장이 본점 경영관리팀장 시절 밤낮 없이 맹렬히 준비한 결과, 최고 수준의 신용등급을 받았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국내외 신용평가기관에 따르면 수협은 안전하고 든든한 재무구조를 갖춘 믿을 수 있는 국내 최고 수준의 우량 은행이다.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농협과 함께 5대 특수 은행 중 하나인 수협은 수산업 관련 정책여신업무 취급은 물론 해양수산 분야에 전문화된 특수 은행으로 확고부동하게 발전했다. 수협은 전체 이익의 0.05%를 어민에게 지원한다. 수협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자부심을 느껴도 될 듯하다. 자신의 발걸음이 어업의 발전에 사용되기 때문이다.

전남 장흥이 고향인 정 지점장은 어린 시절, 수협이 너무도 친숙했다. 부친이 김 양식을 하며 수협의 조합원으로 일했기 때문이다. 당시 그는 키가 큰 어른이 되면 수협에서 일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1992년 수협에 입행, 꿈은 영글어갔다.

인터뷰를 마치고 사진촬영이 있었다. 지금까지 한번도 본 적이 없던 모습이 연출됐다. 한 여직원이 카메라 앞에 선 정 지점장을 자신의 휴대전화 카메라로 연신 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유를 물어봤다. 돌아온 답변은 이랬다.

“우리 지점장님 멋있잖아요.”

늘 행동하는 리더십으로 직원들에게 인기가 많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먹고살기 어려운 요즘 시대에 필요한 한마디를 부탁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하지 않음을 두려워하십시오.”

정 지점장의 영업 노하우 10계명

1. 소개 마케팅

‘1:30의 법칙’, 충성 고객 30명이 일반 고객 300명을 불러온다.

2. 인맥 마케팅

자신의 목적과 목표에 필요한 모임은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중요한 기회다.

3. 리 마케팅

결과가 부진한 문제는 끊임없는 전략 수정과 도전이 답이다.

4. VIP 마케팅

VIP 고객들을 만나면 그들만의 언어로 이야기하라.

5. 신뢰 마케팅

고객과의 관계에서 ‘유대’라는 것은 세일즈의 크기를 결정짓는 사항이다.

6. 대화 마케팅

고객과의 대화에서 마케터의 역할은 ‘듣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7. 1?2?3 마케팅

하루(1)에 신규고객(2명)과 기존고객(3명)을 꼭 방문하여 면담하라.

8. 가족 마케팅

고객의 경조사를 자기 가족의 일처럼 챙겨라.

9. Win-Win 마케팅

고객과 세일즈맨 모두가 만족을 느낄 때 거래는 계속된다.

10. Goods 마케팅

고객에게 가장 먼저 선보여야 할 상품은 마케터 자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