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새옹지마’라는 말을 좋아한다. 좋은 일이 결국에는 화가 될 수도 있고 나쁜 일이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좋은 일이 되는 경우를 일컫는 고사성어다. 또 세상일이 본인의 노력이나 능력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운도 많이 작용한다는 의미가 들어있다. 자산관리에서도 새옹지마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는 일들이 부지기수다.

모 그룹사 고위 임원이 들려준 얘기다. 1990년대 말 도곡동에 지금은 한국대표 부촌인 주상복합인 타워팰리스가 입주를 시작할 때였다. 그 임원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분양받았는데 방향이 남향이 아니어서 입주해 살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었다. 그 당시에는 도곡동의 인프라나 지명도가 그리 좋을 때가 아니었고 주상복합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도 별로였던 때라 손해 안 보고 팔고 싶었다.

그래서 필자가 아는 그 임원을 포함해 많은 임원들이 프리미엄을 조금 얹어 매물로 내 놓았다. 다른 임원들의 집은 방향이나 층이 괜찮아 프리미엄을 몇 천만원 정도 받고 팔았고, 그 임원은 방향이 좋지 않아 팔리지 않자 투덜거리며 그냥 살자는 심정으로 할 수 없이 입주해 살게 됐다. 그 이후 일어난 일은 독자 여러분들이 더 잘 아는 것처럼 그 주상복합은 10억원 이상 폭등했다. 필자가 알던 그 임원은 그 후 가슴을 쓸어내렸다. 세상일이 꼭 좋은 것이 좋은 게 아니라면서.

한 60대 여성 고객은 몇 십 년 동안 확정금리 상품으로 자금을 운용해 오다 몇 년 전부터 금리가 떨어지자 증권사 직원의 권유로 일부 자금을 ELS로 운용하게 됐다. 처음 몇 번은 주식시장이 상승하면서 조기상환돼 만족스러웠으나 작년 만기가 된 ELS가 문제가 됐다. 2004년에 가입한 리버스 ELS(주가지수가 떨어져야 상환이 되는 ELS)가 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함에 따라 평가금액이 제로가 되면서 원금 2억원이 날아가 버린 것이다. 그 여성 고객은 엄청 충격을 받았고 자존심(?)이 상할 대로 상했다. 돈도 돈이지만 제대로 위험을 체크하지도 못하고 투자했다가 투자원금을 모두 날렸다는 자괴감에 잠을 못 이룰 정도였다.

필자는 과감하게 주식펀드에 투자하기를 권했고 며칠 고민하다가 중국 펀드에 10억원을 투자했다. 그녀는 ELS에 투자했다 손해 본 2억원을 모두 되찾을 수 있었고, 2억원 정도의 추가 수익을 올렸다. 작년 말 모두 환매해 지금은 단기 금융 상품으로 운용하고 있다. 이 여성 고객 같은 경우 ELS에서 손해 본 것이 오히려 과감한 투자를 하게 함으로써 더 큰 이익을 보게 된 경우다.

지금 모 대학 총장으로 재직 중인 한 교수는 바이코리아 열풍이 한창이던 시절에 분위기에 휩쓸려 주식펀드에 3억원-그 당시 3억원은 매우 큰돈이었다―을 투자했다. 하지만 그 후 몇 년간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자 아예 자포자기 심정으로 몇 달에 한 번씩 평가금액 정도만 확인하고 내버려뒀다. 그러다 2005년부터 주가가 급상승하면서 수익을 내기 시작해 급기야는 작년 1800포인트 위에서 환매했다. 수익률은 놀랍게도 연복리 개념으로 6% 정도를 기록했다. 세금 없이 연 6% 정도 수익을 거두었으니 크게 손해 본 장사는 아니었다. 만약 마이너스를 기록할 때 환매해서 다른 상품-아마 주식은 안 했을 가능성이 크다- 쪽에 투자했다면 그 정도 수익을 올리지 못했을 것이다.

한 번 성공이 다음의 성공 예약 아니다

자산 관리가 단기적인 자금 운용이 아니라 평생에 걸친 목표 수립과 적절한 리스크 관리 및 자산 배분이라 생각할 때 특정 투자 대상에서의 이익과 손실에 크게 연연해서는 안 된다. 인생도 마찬가지지만 돈이 내 뜻대로 흘러가는 것도 아니고, 한 번의 성공이 다음 성공을 예약하는 것은 더군다나 아니기 때문이다.

필자가 아는 모 그룹사 사장이 자주 하던 말이 기억난다. “내가 사장이 된 것은 솔직히 말하면 ‘운7기3’이라 얘기할 수 있다. 물론 회사에서 최선을 다해 일했지만 열심히 했다고 해서 꼭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때론 운도 많이 따라주었고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여러 변수에 의해 나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기도 했다. 하지만 실패했다고 해서 낙담하고 포기한 것이 아니라 다시 그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던 것이 지금의 위치로 나를 올려놓은 것 같다.”

자산관리 시장에서도 여러 가지 정보를 수집하고, 고민하고, 노력한다고 해서 꼭 좋은 성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투자자가 통제할 수 없는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지금 투자 실패로 낙담해 있는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를 자책하기 보다는 새옹지마라는 고사성어를 생각하라고 권유하고 싶다. 오늘의 실패가 내일은 오히려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인드로 여유 있게 본인의 투자 과정을 돌아본다면 지금의 어려운 투자 상황이 꼭 나쁘게만 보이지만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