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하기 힘들다던 국내 중견유통업체에 입사한 임씨. 영업팀에서 핵심인물이 되기까지 열심히 한 덕에 14년이 지난 지금, 영업부장 자리에 올랐다. 이제 관리자로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때다. 그러나 직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 점점 자신이 없어지는 것이 임씨의 고민. 개인의 일만 열심히 하면 됐던 영업사원일 때가 오히려 그립다는 임씨는 최근 직원들과의 회의나 대화 석상에서 자주 흥분하는 상황을 연출했다. 지지부진한 직원들의 업무처리를 두고 보는 것을 참을 수 없었던 그는 회의시간마다 직원들을 꾸짖고 나무랐기 때문이다. 이후 부서 미팅이나 직원들과의 대화가 점차 줄어들었고, 심지어 영업직원들이 임씨와의 대화를 피하는 듯한 느낌까지 받았다.

‘단합’이 중요한 영업조직에서 더 이상 이러한 모습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 임씨는 필자를 찾았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겠다’는 그는 자신의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당시 부장님은 늘 질책하는 사람이었고 자신은 그래도 과거의 부장님보다는 덜하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자신은 당시 부장님을 피하거나 멀리하는 듯한 행동을 하지 않았는데 요즘 직원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씁쓸해 했다.

직급이 높을수록 어려워지는 대화

“직원들이 무슨 얘기를 했습니까?”라는 물음에 임씨는 업무처리에 대한 변명이기에 “들을 필요도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고 한다. 그것이 문제였다.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들으려 하지 않는 상사에게 누가 호감을 보이며 대화를 하려하겠는가? 리더라면 팀원들의 고충을 들어주는 귀도 필요한 것이다. 특히 팀워크가 중요한 부서일수록 인간관계는 업무 성과에 많은 영향을 주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 이처럼 모든 일상과 사회생활의 중심에 ‘대화’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임씨는 대화의 가장 기본적인 자세인 ‘경청’을 무시했던 것이다. 이처럼 대화에는 대화의 내용뿐만 아니라 방식과 임하는 자세까지 포함된다. 성공한 사람들의 대화를 보라. 그들은 대화하는 상대를 편하게 하는 한편, 짧은 의사표현으로도 자신의 의도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특징이 있다. 특히 말을 아끼면서도 대화의 핵심을 끌어내 자연스럽게 자신을 신뢰하도록 만드는 것, 바로 그것이 ‘대화의 기술’인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디에서건 대화의 중심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 예를 들면, 대화를 독점한다거나 이견이 있다면 타인의 말을 끊고서라도 자신의 얘기를 해야 직성이 풀리는 것 등이다. 커뮤니케이션에서 핵심은 대화를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대화를 통해 서로의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상대를 높이고 또한 나를 높이는 대화법’을 익혀 자신을 다스리도록 하자.

첫 번째, 말하기 전에 먼저 들어라. 대화는 소통이다. 자신의 의견을 먼저 제시해 상대방이 그에 맞는 말만 하거나 자신의 의견만 내놓는 것은 훌륭한 소통의 방식이 아니다. 의사소통을 잘하는 사람들을 보면 상대방이 가진 정보를 제대로 얻어내기 위해 먼저 듣고 나중에 얘기하는 습관이 있다. 그러나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뱉어 내기에 급급한 사람은 이러한 방식 자체가 답답하게 느껴질 것이다. 자신의 감정을 잘 다스리고 사고가 깊은 사람은 대화에서도 상대에게 좋은 점수를 받는다는 것을 명심하라. 항상 일방적인 커뮤니케이션 습관을 갖지 않도록 평소 자신의 대화 습관을 점검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두 번째, 듣는 자세도 중요하다. 대화 상대가 나보다 서열이 낮거나 어떠한 영향력도 없는 대상일지라도 대화에는 예를 갖춰야 한다. 내가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으면서 상대가 나를 존중할 것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대화는 교감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때때로 우리는 나보다 지위가 낮거나 힘없는 대상의 얘기를 건성으로 듣거나 묵살하기 쉽다. 그러나 대화는 말하는 것만큼이나 상대의 말을 듣는 태도도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 서로에 대한 예의를 다하는 자세와 관심, 말투에서 상대의 인격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상대가 얘기하는 것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귀 기울일 수 있을 때 상대도 자연스럽게 마음을 열고 진실한 언행으로 당신에게 관심을 갖게 됨은 너무도 자연스럽다.

세 번째, 핵심을 전달하라. 30분 동안 정해진 주제로 얘기할 시간이 주어졌다. 아주 단순한 주제라도 30분 동안 상대에게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는데 어려움이 많다면, 1시간, 2시간, 그 이상의 시간이 주어져도 자신의 논지를 충분히 전달하기란 쉽지 않다. 커뮤니케이션의 포인트는 ‘시간’이나 ‘말의 분량’이 아닌 ‘논지’, 즉 ‘하고자 하는 말의 핵심을 끄집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논리정연하고 간결한 언어 습관이 중요함을 알 수 있다. 오늘부터라도 간단명료하게 자신의 의사를 압축하여 전달하는 언어 습관을 갖도록 하자. 물론 상대가 정확하게 나의 의사를 받아들였는지 바로 확인하는 수고도 아끼지 말아야 하겠다.

네 번째, 참여형 대화법을 구사하라. 대개의 사람들은 대화를 주도하고 싶어 한다. 이처럼 자기중심형 대화를 지향하는 사람들은 대화를 독점하는 경향이 강하다. 물론 당시에는 대화를 독점하는 화자가 주인공인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대화 상황이 종료된 후에는 주인공인 화자가 상대에게 좋지 못한 인상을 주는 경우가 더 많다. 왜냐하면 말이 길어질수록 실수하거나 신뢰를 잃기 쉽고 독점이란 것에는 이미 상대에 대한 배려가 결여된 것으로 좋은 인상을 주기 힘들기 때문이다. 현명한 당신이라면 되도록 자신의 의견은 피력하되 상대도 함께 대화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여유가 필요하다. 특히 대화 가운데 가장 수줍어하고 말이 없는 사람을 대화에 참여하게 한다면, 당신은 훌륭한 참여형 대화법을 구사하는데 무리가 없을 것이다.

경청하는 자세 먼저 갖춰야

‘모든 경영관리 문제의 60% 이상이 잘못된 커뮤니케이션에서 발생한다.’

피터드러커의 얘기다. 즉,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경영관리 문제의 60% 이상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매일 하는 ‘말’이지만 의사소통하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지 실감하게 하는 문구다. 하지만 이처럼 어려운 대화에도 방도는 있다. 내가 상대보다 높은 위치에 있더라도 상대방에 대한 예를 다하고 경청한다면 어떤 대화 상대라도 당신을 신뢰하며 따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제 아는 것을 넘어 실천해야 할 때다. 실제 삶에서 가족간에, 동료간에 그리고 고객과의 관계에서 올바른 대화법을 실천하고 있는지 점검해보라. 이들 중 어느 하나도 소홀해서는 안 된다. 특히 상대가 누구이건 나를 낮추고 먼저 귀 기울이는 ‘경청하는 자세’를 갖는 것. 그것이 자신을 높이고 자신에 대한 상대의 신뢰를 쌓는 확실한 방법임을 명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