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던 일본 펀드 투자자들은 3월 중순 글로벌 증시 폭락 이후 빠르게 반등한 일본 증시를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볼 것이다. 일본 증시는 3월17일 저점 대비 20% 상승하며 미국(1%), 영국(6%)은 물론 한국(13%), 브라질(11%), 인도(3%) 증시의 수익률을 상회했다.

판단 어려울 땐 기본에 충실하라

일본의 장기금리 상승을 두고 ‘디플레이션 시대 종식→인플레이션 시대 도래’로 해석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일본 증시에 대한 낙관론을 견지하고 있다. 반면, 내수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기업 수익과 매출을 모두 잠식하는 비용 인플레이션이 발생함에 따라 실질임금이 정체되고 있는 악재에 주목한 비관론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판단이 어려울 땐 기본에 충실한 편이 낫다. 즉, 본의 아니게 ‘양치기 소년’의 누명(?)을 쓴 일본 증시에 대한 향후 방향성을 탐구하는 데는 거시경제의 펀더멘털을 점검하는 기본 원리에서 시작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로 구미 경제가 둔화 기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에도 일본 경제는 대미 수출 감소를 중국 등 신흥국으로의 수출로 보완하며 2007년 4분기 GDP성장률은 전기 대비 연율 2.9%, 2008년 1분기는 4.0%로 비교적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해 왔다.

2008년 하반기 일본 경제의 시나리오는 대내외 여건 악화로 인해 성장세 둔화가 불가피하지만, 구미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온건한 침체가 전개되는 것이다. 먼저 일본 경제의 침체가 불가피한 근거를 살펴보자.

첫째,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의 장기화를 배경으로 한 세계 경기 감속에 의해 수출 전체 증가세가 둔화될 것이다. 실제로 일본 경제가 전후 최장기간의 경기 확장을 지속할 수 있었던 배경은 수출의 높은 기여도에 있었다. 2002년 1분기 실질GDP 중 수출 비중은 10.4%, 순수출의 비율은 1.1%에 지나지 않았으나 2008년 1분기에는 16.7%, 5.6%로 높아졌다. 성장률로 보면 6년간 실질GDP의 누적성장률은 13.5%이지만 수출은 82.3%, 순수출은 494.8% 성장했다. 수출의 증가분은 실질GDP 증가분의 67.4%로 실질GDP의 성장에 대한 순수출의 기여율은  41.6%에 달하고 있다. 즉, 실질GDP의 1.1%를 차지하는 순수출이 최근 6년간 성장의 약 40%를 담당해낸 것이다. 따라서 대외여건 악화로 인해 수출 증가세가 둔화되는 것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 이상으로 우려되는 요인이다. 4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4% 증가에 그치며, 2007년 평균 11.8% 및 2008년 1분기 평균 6.2%와 비교하면 증가 추세의 감속이 어느 정도 명확해졌다.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에 미국 경제 감속의 2차적 영향이 어느 정도 시차를 두고 도달할 가능성도 여전히 열려 있는 상황이다.

둘째,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이 지속되며 cost-push형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가계의 실질 구매력이 저하되는 한편, 원가 상승분을 판매 가격으로 전가하는 데 곤란을 겪고 있는 기업 입장에서는 수익 감소로 인해 설비투자 자체가 신중해질 공산이 크다.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세는 신흥국 및 자원국의 실질 구매력 향상에 기여하며 일본의 수출을 지지해 온 순작용도 했지만, 수입 물가가 상승한 탓에 일본 기업의 채산성이 악화되며 수익 정체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demand-pull형’ 인플레이션은 매출 효과(volume effect)를 통해 기업 수익에 기여하는 데 비해 현재의 ‘cost-push형’ 인플레이션은 기업 수익의 악화를 통해 설비투자 감소, 인건비 억제를 통한 가계소비 감소로 전이될 수 있다. 디플레이션에 익숙하던 일본의 소비자들에게 1%를 넘나드는 물가 상승률은 절대적인 수치보다 체감도가 높은 상황이다. 상품 가격의 방향성은 통제할 수 없는 변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물가는 단기간에 안정될 가능성이 적은 동시에 소비심리 악화가 야기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GDP의 구성 비중이 가장 큰 민간소비의 회복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특히 현재와 같은 ‘cost-push형’ 인플레이션 상황 하에서는 명목임금 상승이 물가 상승에 일반적으로 후행하기 때문에 실질임금은 하락하게 된다. 실제로 가계소비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소비수준지수는 2.6% 감소에 그친 것이 이를 반영하고 있다.

셋째, 작년 건축기준법을 개정한 정부의 행정 착오로 인한 부정적 영향은 여전히 파급되는 중이며, 하반기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설상가상으로 주택 시장의 수요 증대도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작년 하반기 주택 착공 호수는 전년 동월 대비 30~40%대 급락 이후 2008년 1분기 중 평균 8%대의 감소세로 완화된 가운데 현재 법 개정에 따른 1차적 영향은 진정되어 가는 상황으로 보인다. 다만 건축 심사 강화로 인한 실물경제로의 영향이 파급되는 데는 주택 착공 및 건설 공사 감소, 기업 공사 지연에 따른 기계 및 설비투자 감소, 내구재 소비 감소 및 관련 업종 고용 악화 등의 3단계 경로를 거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따라서 하반기 중에는 2단계 및 3단계로 영향이 전이될 가능성이 잔존하고 있다.

다음으로 일본 경제의 감속이 명확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2008년 하반기 일본 경제가 급격한 경기 후퇴 국면이 아닌 온건한 침체 국면이 전개될 것으로 전망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신흥국 및 자원국으로의 수출 확대가 수출 증가세를 견조하게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역별 수출 측면에서, 대미국 수출 부진이 이어진 가운데, 대아시아 수출은 중국을 중심으로 높은 증가세가 유지되며 이를 상쇄하고 있다. 더욱이 대아세안, 중동, 러시아 등의 자원국의 경우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세와 자국 내의 견조한 수요를 배경으로 수출 증가세가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 일본 수출이 대미국 수출의 급감에도 성장세를 유지하는 데는 고성장이 유지되고 있는 신흥국 및 자원국에 대한 수출 비중이 확대된 다극화가 성공적으로 이행된 효과가 크다. 하반기 재정금융정책의 효과가 가시화될 미국 경제 역시 회복세가 예상되는 점은 일본 수출을 과도하게 비관적으로 보기 어렵게 한다.

엔고에 의한 수출 타격은 제한적

연초 95엔대를 위협하며 급격한 달러 대비 엔화 강세가 지속되던 엔/달러 환율은 글로벌 신용위기 완화를 배경으로 6월 현재 2008년 평균 104.6엔 수준으로 반전하며 내각부가 추산한 채산 환율(수출 기업의 채산성 확보에 필요한 환율 수준) 104.7엔에 근접하고 있다. 일본 기업은 과거 경험을 통해 엔고 국면에 대한 내성을 강화해 왔다는 점과 일본의 대외 거래 시 달러화 결제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임을 감안할 때 연평균 환율이 현재 수준을 크게 이탈하여 100엔대를 재차 위협하지 않는다면, 일본 수출이 엔고로 인해 받는 타격은 제한적인 수준에 머무를 것이다.

둘째, 민간소비 회복의 전제 조건인 고용환경 개선의 추세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이다. 임금 상승률은 5% 전후의 대폭 감소를 보인 2002년을 저점으로 경기 확장 국면 전개와 더불어 꾸준히 개선되었으나 단카이세대의 퇴직이 시작된 2007년에는 대폭 둔화된 바 있다. 그러나 노동시장의 타이트한 수급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2008년 1월 중 플러스 증가율로 반전된 이래 1%대의 증가율이 유지되고 있다. 한편, 하반기에는 4월1일자로 시행된 개정 파트타임노동법(고용자 전체의 약 1/4인 파트타임 노동자의 공정한 처우 실현을 위한 법)의 영향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 고용환경이 꾸준히 개선될 수 있는 환경(상황)이 유지된다면 민간소비의 회복은 가부(可否)문제가 아니라 속도의 문제가 될 수 있다.

3월 저점 확인 이후 상대적으로 빠르게 반등했던 일본 증시는 최근 국제 유가 고공행진 및 엔고로 인해 기업 이익 전망치가 하향되며 횡보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단, 하반기 일본 증시는 거시경제의 온건한 경기 침체 시나리오와 함께 일본 증시에 대한 비관론의 색채도 옅어져 갈 것이라는 관점을 제시한다. 일본 증시의 지난 1분기가 저점을 확인한 시기였다면, 하반기는 우상향할 것으로 전망하며 그 근거는 다음의 세 가지다.

첫째, 하반기 대외 여건의 개선에 따라 투자가의 리스크 회피도가 개선된다고 전제해 보면 신흥국 및 자원국의 누적된 과잉유동성은 인플레이션의 진행과 더불어 자금이 주식으로 향할 가능성이 높다. 다량의 외환 보유국이나 산유국 국부 펀드의 국제 분산 포트폴리오 구성 상 상대적으로 안전한 선진국 시장인 일본을 간과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 수급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일본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주식시장이며 미국을 제외한 선진국들의 유동주식수를 기준으로 조정된 시가총액의 20%를 차지하는 높은 비중을 간과할 수 없다. 또한 신흥국 및 자원국 경기 호조의 수혜가 큰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고, 주요국 중에서도 가장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억제된 동시에 고용자 보수의 개선 등을 배경으로 디플레이션 탈출과 장단기 금리 스프레드 확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둘째, 현재 일본 기업들은 순익이 감소하더라도 이번 회계연도에 배당금을 인상하거나 적어도 현 수준을 유지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의 배당 성향은 현재 25%로, 미국의 30%는 물론 유럽의 50%에는 턱없이 못 미치는 수준이다. 따라서 일본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외국인의 배당 요구가 더 커질 공산이 크다는 점에서 향후 배당금 인상의 여지가 상존하고 있다. 작년 연말부터 일본 기업의 주가 하락과 기업 실적 개선 등에 따라 배당 수익률은 상승하는 반면, 국채10년물 수익률은 하락 추세를 보여 왔다. 경험적으로 과거 10년간 도쿄1부 증권거래소의 배당 수익률이 안전자산인 국채10년물 수익률을 상회했던 3차례 국면에서 일본 증시는 모두 반등에 성공한 바 있다. 수익률이 역전된 후 일정기간의 시차를 두고 NIKKEI 평균 주가는 저점 대비 제1국면(1998년 9월~11월)의 경우 50%, 제2국면(2002년 8월~2003년 8월)의 경우 18%, 제3국면(2002년 8월~2003년 8월)의 경우 48% 각각 상승했다. 따라서 현재 제4국면(2007년 11월~현재)을 맞는 일본 증시는 반등 기회를 맞고 있다.

 

전체 포트폴리오의 10~20% 배분 전략 유효

셋째, 하반기 중 국내 정치의 불확실성 해소 가능성은 일본 증시의 긍정적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여당과 야당이 각각 참의원과 중의원을 양분하고 있는 ‘네지레(ねじれ)국회’라는 불안정한 정치 국면이 거래액 기준으로 6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외국인에게는 투자 확대의 큰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여당이 휘발유 잠정세율 부활을 결정하고, 75세 이상의 의료보험료를 연금에서 원천공제하는 후기 고령자 의료보험제도와 같은 비인기 정책을 무리하게 감행함에 따라 후쿠다 정권의 지지도는 20%를 하회하고 있다. 결국 일본 헌정 사상 최초로 국회에서 총리 문책 결의안이 가결되기에 이르러 연내 내각 총사퇴 및 총선거 실시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상황이다. 만약 하반기 중 총선거가 실시된다면, 성장노선으로의 회귀를 주도할 새로운 지도층의 등장으로 인해 일본 정치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기회로 외국인의 투자 확대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결론적으로 당분간 1분기와 같은 급격한 엔화 강세를 기대하기 어려움에 따라 환차익이 일본 펀드 수익률에 일조할 수 있는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글로벌 경기의 불안 요인이 잠재하고 있다는 점에서 최근의 지수 반등에도 추격 매수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일본 시장이 가지고 있는 중장기적인 기회 요인에 주목해 본다면, 선진국 시장의 특성을 감안하여 전체 포트폴리오의 10~20% 정도를 배분하는 전략이 유효할 것으로 판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