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6월9일은 인도네시아 증권시장의 기념비적인 하루였다. 아시아 최대의 석탄 수출업체인 PT. Bumi Resource(부미 리소스)가 이날 무려 7%나 가격이 급등하면서 1995년에 상장된 이래 인도네시아 증시에서 부동의 황제주 자리를 차지해 왔던 PT. Telkom(텔콤)을 시가총액에서 2위로 밀어내고 새로운 황제주로 등극한 것이다. 즉, IT 주식을 밀어내고 자원 주가 인도네시아 증시의 황제주 자리를 차지하는 반란이 일어난 것이다.

자원 시장 강세붐 타고 상승

…랠리 피곤함은 경계해야

이날 종가로 텔콤은 시가총액이 159.3조루피아인데 반해 PT. 부미 리소스는 163.9조루피아에 달했다.

거대한 인구 대국인 중국과 인도의 25억 인구가 과거 인류역사상 전혀 경험해 보지 못했던 엄청난 속도로 산업화를 진행하면서 이에 필요한 각종 천연자원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고, 이에 따라 국토면적 190만4000헥트아르에 인구수 2억2000만 명에 각종 천연자원의 보고인 인도네시아가 새로운 투자 대상으로 급속하게 부상하고 있다. 

단정한 양복에 말끔한 흰 와이셔츠를 받쳐 입은 한국의 상사맨들은 팜오일 농장과 석탄광산을 찾아 뜨거운 적도의 태양이 작열하는 수마트라와 보루네오 섬의 여기저기를 뛰어 다니고 있고, 외국의 투자자금은 인도네시아 증시에 상장되어 있는 각종 자원 관련주들을 매집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자원 부국인 인도네시아에 투자하라는 펀드회사들의 광고가 신문지면을 채우고 있다.

국제 자원 시장에서 인도네시아의 비중은 결코 작지 않다. 우선 에너지 분야에서 석유는 하루 92만 배럴의 생산량으로 동남아시아 유일의 OPEC 회원국이며, 천연가스는 비록 지난 2년 동안 카타르와 말레이시아에 1, 2위 자리를 내어주기는 했지만 2005년까지만 해도 세계최대의 액화천연가스(LNG) 수출국이었으며 현재 3위의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그리고 석탄화력발전소의 발전용 연료로 사용되는 Thermal Coal(발전용 석탄)은 인도네시아가 세계 최대의 수출국이다.

광산업 부문에서도 인도네시아는 세계 2위의 주석 생산국이자 세계 1위의 수출국이다. 니켈의 생산량은 세계 4위이며, 동은 생산량 기준으로는 세계 6위이지만 매장량은 세계 2위의 규모를 자랑한다. 금도 세계 7위의 생산 규모를 유지하고 있으며, 은·아연·납·알루미늄·철광석 등 대부분의 철 및 비철금속이 생산되고 있고, 다이아몬드·석회석·화강암 그리고 대리석 등 비금속 광물도 풍부하다.

농수산 부문에서는 팜오일 생산량이 세계 1위이며, 카카오·커피·천연고무 그리고 차의 생산량이 세계 3~5위의 자리를 고수하고 있고, 쌀과 연초 그리고 사탕수수의 생산량도 상당하다. 1만6000여 개의 섬으로 구성된 인도네시아의 수산물 생산량은 세계 4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양식새우의 해외 수출량은 세계 1위다. 세계에서 브라질 다음으로 넓은 열대우림 지역이 있는 인도네시아는 각종 임산자원이 풍부하다.

또한 환태평양 화산대(Ring Of Fire) 가운데 가장 지각활동이 활발한 인도네시아는 전 세계의 상업적으로 개발 가능한 지열발전(Gerothermal) 용량의 약 40%인 2만7700메가와트를 보유하고 있고, 이 가운데 현재는 겨우 1040메가와트만 개발되어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급속히 고갈되고 있는 천연가스의 대체연료로 각광받는 탄층메탄(Coal Bed Methane)도 세계 2~3위 규모의 매장량을 자랑한다. 또한 인도네시아에는 카사바, 사탕수수 그리고 자트로파 등 바이오연료의 원료작물을 경작할 수 있는 막대한 면적의 유휴지가 있어 정부의 적절한 지원만 있다면 언제든지 세계적인 바이오연료 생산국으로 부상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이 같은 인도네시아의 풍부한 천연자원은 지난 수년간 세계적인 자원 시장의 강세붐을 타고 인도네시아 증권시장의 상승을 견인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2003년 3월부터 현재까지 5년 사이에 인도네시아 증시의 종합지수인 JSX는 최저점인 380p에서 최고점인 2838p까지 약 6.4배가 상승했는데, 같은 기간 동안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증권시장에 상장되어 있는 자원 관련주들은 JSX지수 상승률을 훨씬 상회하는 주가상승률을 기록하면서 인도네시아 증시의 확실한 주도주로 자리매김했다.

우선 당시 부동산 개발업체였던 부미 리소스는 2001년과 2003년에 인도네시아 1, 2위 규모의 석탄광산인 아루트민(Arutmin)과 칼팀 프리마(Kaltim Prima)를 인수해 인도네시아 최대의 석탄 생산업체로 급부상하면서 주당 20루피아 정도에 불과했던 주가를 8750루피아로 무려 436배나 상승시켰다.

인도네시아 최대의 니켈 생산업체인 인터내셔널 니켈(International Nickel)은 2003년 초반 3000루피아의 주가가 두 차례에 걸친 1:40의 액면분할을 실시하고도 금년 초 주당 1만500루피아를 기록해 저점가격 대비 약 130배의 가격 상승세를 실현했다. 인도네시아의 국영 주석 회사인 티마 Tbk(Timah Tbk)도 2003년 초 345루피아에서 금년도 3만6950루피아로 가격이 100배 이상 상승했다. 인도네시아의 대표적인 팜오일 생산업체인 아스트라 아그로 레스타리(Astra Agro Lestari)도 2003년 1300루피아의 저점에서 금년 초 3만5300루피아까지 약 26배의 가격 상승을 기록했다.

석유 및 천연가스 생산업체인 메드코 에너지 인터내셔널(Medco Energy International)은 주가가 저점인 1150루피아에서 고점인 6400루피아로 불과 4.5배의 가격상승세를 기록해 오히려 종합지수보다 수익률이 낮았는데, 이는 유가의 큰 폭 상승에도 생산량의 지속적인 감소로 이익의 신장률이 낮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타 니켈 및 금 생산업체인 아네카 탐방(Aneka Tambang), 석탄 생산업체인탐방 바투바라(Tambang Batubara), 천연가스의 독점적 공급업체인 페루사안 가스(Perusahaan Gas) 등의 국영 업체를 비롯한 대부분 자원 관련주들도 JSX 종합지수를 훨씬 웃도는 주가상승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금년 초부터 인도네시아의 자원 주들 사이에 업종별로 과거 5년간의 상승랠리에 대한 피로감을 보이고 있다. 팜오일의 최대 생산업체인 아스트라 아그로 레스타리는 금년도 최고가인 3만5300루피아를 기록한 이후 현재 2만5700루피아 수준으로 하락했고, 인터내셔널 니켈도 1:40의 액면분할을 실시한 이후 주당 1만500루피아의 최고가에서 6000루피아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전반적으로 상품 시장의 가격 동향을 반영해 팜오일과 비철금속 생산업체들의 주식들이 비교적 큰 폭으로 가격조정 과정을 겪고 있다. 다만 현재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해 나가고 있는 국제 석탄 가격의 상승랠리에 편승해 부미 리소스와 탐방 바투바라 등의 석탄 생산업체들은 현재 전반적인 시장 침체에도 연일 신고가를 경신해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향후 인도네시아의 자원 주 전망은 국제 상품 시장의 자원 가격 전망과 정확히 맥을 같이할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과거 5년간 인도네시아 내 자원 관련주들의 주가는 거의 정확하게 상품 시장에서 해당 자원의 가격 동향과 거의 일치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제 상품 시장의 선도격인 국제 유가의 향후 향배에 따라 인도네시아의 자원 주들의 주가 움직임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 세계 인구는 계속 증가하고 여기에 중국과 인도 등 거대 인구 대국들의 경제성장이 지속되는 한, 자원에 대한 수요는 증가할 것인데 반해 자원의 공급은 정체되고 있어 국제 상품 시장에서의 자원 가격은 장기적인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인도네시아의 자원 관련주들도 지속적으로 저점을 높여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과거 5년간의 상승랠리로 자원 관련주들의 피곤함이 노출되고 있어 고가에 추적 매수보다는 적절한 조정을 겪고 있는 자원 관련주들의 상품 시장 내 해당 자원의 가격을 면밀히 추적해 상승 전망이 보일 때 분할 매수하는 방식을 권하고 싶다. 과거의 경험으로 볼 때 국제 상품 시장은 전 종목이 동시에 움직이기보다는 에너지, 비철금속, 농산물 등의 업종별로 그리고 업종 내 종목별로 순환하면서 가격이 움직이는 경향을 보였고, 해당 주식도 이에 동조하는 경향을 보여 왔다.

현재 한국에서 발매되고 있는 인도네시아 자원 주 관련 펀드들은 대부분 해외 투자 전문업체들 또는 해외 자회사들에게 위탁해 간접적으로 투자자금을 운용하고 있어 비교적 국제 상품 시장의 동향과 해외 자원 관련주들에 대한 전문성이 결여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므로 해외 자원 주 투자에 대한 경험과 전문성을 가진 펀드들에 대한 신중하고 선별적인 투자가 요망된다고 하겠다.

인도네시아에는 동서증권과 E-트레이딩증권 등 2개의 한국계 증권회사가 있는데, 모두 인터넷을 통한 주식 매매 시스템을 개발 운영하고 있다. 또한 인도네시아는 개발도상국들 가운데 드물게 외환 거래가 자율화되어 있어 혹시 인도네시아의 자원 관련주에 직접투자를 희망하는 투자자들은 언제든지 이들 한국계 증권사에 계좌를 개설하고 투자 자금을 예치한 후 인터넷을 통해 직접투자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