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공포가 하루하루 크게 다가오고 있다. 과거 10여 년 동안 세계 경기에서 인플레이션이라는 단어는 사라진 듯 했다. 오히려 디플레이션을 걱정하고 중국으로부터의 값싼 물건 공급이 그 요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경기부양을 위해 유동성과 신용 공급을 증대시켰다. 이로 인한 전 세계 금리의 하락과 부동산 및 주식 가격 상승은 순환적인 자산 가격의 부풀림으로 이어졌다. 전 세계 유동성과 신용 공급의 증가는 위험자산, 즉 신용 등급이 낮은 신흥국가나 회사에 대한 선호도를 높였고, 이에 따른 수익률의 상승을 가져왔다. 

하지만 이제 다시 인플레이션의 영향이 커져가면서 세계 경제를 악화시키고 이에 대한 반응들이 원자재 가격을 제외한 자산들의 가격 하락을 촉발하고 있다. 중앙은행들은 유동성 공급을 줄이고 긴축을 하고 정책금리를 인상하는 등의 대응책을 내놓으면서 향후 경제성장의 전망치를 낮추고 있는 상황이다.

높은 물가상승률은 자산가치 낮춰

자산가치의 거품은 꺼지고 나서야 알 수 있다. 거품의 와중에는 그 누구도 그것이 거품이라고 말하기보다는 타당한 가격 상승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2년 전 10가지도 넘는 합리적인 근거들을 제시하면서 왜 신흥국가들의 주식 가격이 올라야 하는지를 강조했고 기대수익률도 적정 경제성장률인 10~20% 내외가 아닌 40~50%를 제시했다. 이를 믿게끔 한 요인 중 하나는 물가 상승 압력의 완화였다.

하지만 이제는 반대로 높아진 물가 상승 압력을 주식 가격의 하락 요인으로 설명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은 다시 각국의 주식 가격을 상승 초기인 2년 전 가격으로 되돌리고 있다. 2년 전 부푼 가격 상승의 기대는 이제 걱정과 불안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전 세계의 절반에 가까운 국가들 특히 신흥국가들이 두 자릿수 이상의 물가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인플레이션은 자산가치 대비 분모의 역할을 한다. 높은 물가상승률은 자산가치를 낮춘다. 현재의 인플레이션이 언제 어떻게 안정될지 아무도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단지 시간을 기다리는 초조함만이 남아있다.

투자를 권유했던 금융기관들이 항상 강조했던 적립식 효과(달러코스트에버리징)는 역효과로 작용해 그동안 다달이 쌓여왔던 적립금은 목돈이 돼 하락하는 만큼의 평가손실 폭을 확대시키고 있다. 현재처럼 가격이 낮을 때 적립식을 시작하는 투자자라면 좋은 기회가 되겠지만, 적립식 열풍이 불었던 1~2년 전부터 시작한 투자자들은 그 고민이 커져가고 있다.

인플레이션하에서의 또 다른 고민은 예산 제약이다. 소득의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그동안의 소비와 저축을 유지하기 어렵게 돼 둘 중 하나를 줄여야 한다. 이럴 때 저축의 수단이 고정금리이면 원리금을 회수해 소비하겠지만 금융자산 특히 변동성이 높은 주식형이면 손실을 실현시켜야 하기 때문에 소비를 줄여야 하는 선택의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과거 2~3년 전부터 우리나라의 금융기관들은 주식형 펀드를 저축의 수단으로 강조했고 개인 금융자산 중 주식 비중의 확대를 권장했다. 물론 이는 장기투자의 관점에서 개인들의 투자 수단과 자산가치 향상을 위해 긍정적이다. 하지만 단기적인 모멘텀을 이용한 투자 권유와 과장된 투자 수익률의 제시는 장기 자산배분으로써의 주식 투자가 아닌 단기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흔히 금융시장에서 하는 말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위험 감내 수준이 높아 미지근한 투자보다는 화끈한 투자를 좋아하기 때문에 빠른 속도로 주식형 펀드의 수탁고가 증가할 수 있었고 아프리카 주식시장부터 동유럽 주식시장까지 전 세계 신흥국가들의 펀드들이 투자자들의 높은 기대수익을 맞추기 위하여 등장했다. 하지만 이러한 주식형 펀드의 넓고 빠른 확산은 투자 성향이기보다는 위험 대비 소득 및 소비를 고려한 자산 배분이 충분히 사전에 숙지되지 않았던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소비·저축 고려한 안정적인 자산 배분 고려

작년 이맘때쯤 중국 주식형 펀드는 누구나 꼭 가입해야 하는 의무로 생각을 했고 가입하지 못한 사람들은 이웃들이 중국 주식형 펀드로 높은 수익을 올릴 때 많이들 배 아파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지금은 인플레이션하의 자산 배분과 투자의 방향을 다시 한번 점검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주식형 또는 변동성이 큰 투자자산에 대한 높은 기대보다는 소비와 저축을 고려한 안정적인 자산 배분이 중요한다. 항상 금융기관 등에서 강조한 미국식 자산 배분(펀드투자시 주식형 비중이 50%를 넘어야 한다)을 따르는 것보다 합리적인 선택을 해야 하는 시점이다.

기업의 건전성을 볼 때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이 얼마인지 또 그 가치가 얼마인지도 중요한 요소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일정 정도의 유동성 확보와 적정한 부채 그리고 미래가치를 높일 수 있는 투자자산 등에 대한 안분은 개인마다 차이를 두고 검토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