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화문 인근의 오피스텔 밀집 지역. 사진 연합뉴스
서울 광화문 인근의 오피스텔 밀집 지역. 사진 연합뉴스

주거형 오피스텔인 이른바 ‘아파텔(아파트+오피스텔)’의 가격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아파트와 달리 ‘분양가 상한제’의 적용을 받지 않다 보니 오피스텔 분양가가 아파트를 뛰어넘는 ‘가격 역전’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규제를 피한 탓에 평당 분양가가 1억원을 넘는 초고가 오피스텔도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부동산 정보제공 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들어 7월 6일까지 서울에서 분양한 오피스텔의 평균 분양가는 계약면적 기준 3.3㎡당 3230만원으로, 지난해 2069만원보다 56.1% 높아졌다. 같은 기간 아파트 분양가는 공급면적 기준 3.3㎡당 3006만원으로, 오피스텔 분양가보다 224만원 낮았다.

가격 역전 현상은 실제 사례로도 확인할 수 있다. 6월 16일 청약을 진행한 대방건설의 경기 화성시 ‘동탄역 디에트르 퍼스티지’ 오피스텔의 경우 전용면적 84㎡ 분양가가 9억1660만원으로 책정됐다. 오피스텔 분양 한 달 전 분양한 동탄역 디에트르 퍼스티지의 같은 면적 아파트 분양가는 4억4034만~4억8867만원으로, 오피스텔 분양가의 2분의 1 수준이었다.

높은 분양가에도 오피스텔의 인기는 아파트 못지않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16일부터 17일까지 이틀간 청약을 진행한 디에트르 퍼스티지 오피스텔은 323가구 모집에 2만6783명이 몰렸다. 평균 경쟁률은 82.9 대 1, 최고 경쟁률은 전용 84㎡OA 타입 거주자 우선 전형으로 224 대 1이었다.

7월 14일 청약을 진행하는 ‘동탄2신도시 대방 엘리움 레이크파크’ 분양가도 디에트르 퍼스티지와 비슷한 수준이다. 엘리움 레이크파크의 전용면적 84㎡ 분양가는 9억4760만원으로 책정됐다. 같은 단지, 같은 면적임에도 아파트보다 분양가가 두 배 높아 논란이 됐던 동탄역 디에트르 퍼스티지 오피스텔 분양가보다도 약 3000만원 높다.

다른 지역에서도 가격 역전 현상이 나타나기는 마찬가지다. 올해 초 청약을 진행한 경기도 성남시 ‘판교밸리자이’ 오피스텔의 경우 앞서 분양한 같은 단지 내 아파트보다 분양가가 약 2억원 높게 책정됐다. 당시 아파트 전용면적 84㎡의 분양가는 7억7000만∼8억5600만원, 같은 면적의 오피스텔 분양가는 9억3500만∼10억7300만원이었다.

분양가 가격 역전 현상의 주된 원인으로는 2020년 7월부터 시행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꼽힌다. 당시 정부는 집값 안정을 이유로 택지지구·신도시 등 공공택지에서 시행하던 분양가 상한제를 재건축·재개발 사업장 등 도심 민간택지로 확대했다.

상한제가 적용되면 민간에서 공급하는 아파트의 분양가는 택지비와 건축비를 합한 금액을 넘을 수 없다. 또 분양가를 산정할 때 한국부동산원으로부터 택지감정평가 검증을 받아야 한다. 지방자치단체 분양가심사위원회의 승인도 필수다. 민간 공급 아파트 분양가가 시세 대비 저렴하게 책정되는 이유다.

반면 오피스텔은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아 시행사·건설사 측에서 자유롭게 분양가를 정할 수 있다. 주변 아파트 시세에 맞춰 분양가를 책정해도 문제 되지 않는다. 이익이 줄어든 사업 시행사는 아파트 공급 과정에서 줄어든 이익을 오피스텔 분양에서 채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방건설이 경기 화성시에서 분양한 ‘동탄역 디에트르 퍼스티지’ 투시도. 오피스텔 323가구와 아파트 531가구로 구성돼 있다. 사진 대방건설
대방건설이 경기 화성시에서 분양한 ‘동탄역 디에트르 퍼스티지’ 투시도. 오피스텔 323가구와 아파트 531가구로 구성돼 있다. 사진 대방건설

도시형 생활주택으로 확산한 ‘고분양가’ 현상

최근에는 오피스텔과 함께 아파트의 ‘대체재’로 인식되는 도시형 생활주택의 분양가도 아파트보다 높게 형성되고 있다. 도시형 생활주택도 분양가 상한제의 적용 사각지대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6월 분양한 경기 수원시 권선구 ‘힐스테이트 수원 테라스’ 도시형 생활주택 전용면적 84㎡의 분양가는 8억8180만~11억6030만원에 형성됐다.

수원에서 가장 최근 분양한 아파트인 ‘한화 포레나 수원 장안’은 전용면적 84㎡가 약 6억1600만원대였다. 한화 포레나 수원 장안의 공급 규모는 1063가구로 힐스테이트 수원 테라스보다 약 5배 많지만, 같은 면적의 분양가는 도시형 생활주택보다 최대 3억원 이상 낮게 책정됐다.

서울에서는 도시형 생활주택의 평당 분양가가 같은 지역 아파트의 1.5배 수준인 사례도 있다. 올해 2월 포스코건설이 분양한 서울 서초구 반포동 ‘더샵반포리버파크’의 분양가는 3.3㎡당 7990만원이다. 해당 단지는 전용면적 49㎡ 단일 평형으로 구성된 도시형 생활주택이다. 같은 반포동에서 최근 3.3㎡당 5667만원에 분양한 ‘래미안원베일리’보다 분양가가 40% 이상 높다. 분양가 통제가 적용되지 않다 보니 분양가가 평당 1억원이 넘는 초고가 오피스텔도 등장했다. 올해 6월 분양한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오피스텔 ‘루카831 강남’의 경우 전용면적 50.02㎡ 분양가가 18억7943만원으로 3.3㎡당 1억2400만원 수준이다. 강남구 논현동 ‘루시아 도산 208’도 3.3㎡당 1억원대에 분양됐다.

낮은 규제 덕분에 오피스텔은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에게 인기 상품이다. 오피스텔은 분양가 책정에서도 자유로울 뿐 아니라 청약 장벽도 낮다. 만 19세 이상이면 청약통장, 거주지 제한, 주택 소유 여부와 관계없이 청약할 수 있다. 주택담보대출의 담보인정비율(LTV)도 분양가의 최대 70%에 달한다.

청약 경쟁률이 오피스텔의 인기를 증명한다. 평당 분양가가 1억원이 넘은 루카831 강남은 최고 청약 경쟁률 47.5 대 1을 기록했다. 3월 인천 미추홀구에 분양한 ‘시티오씨엘 3단지’ 오피스텔은 전용면적 84㎡ 246가구 모집에 8934건이 접수돼 평균 36.32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최근 아파텔(주거형 오피스텔) 공급도 활발하다. 반도건설은 7월 14일 경기 평택시 고덕국제신도시에 주거형 오피스텔과 상업시설로 이뤄진 복합단지 분양에 나선다. 오피스텔은 전용면적 59㎡와 84㎡로만 공급된다. 태영건설도 7월 중 경기 남양주시 다산진건지구 일대에 전용면적 34~84㎡로 이뤄진 주거형 오피스텔 ‘다산역 데시앙’ 531가구를 분양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오피스텔 인기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조현택 상가정보연구소 연구원은 “최근 중대형 오피스텔이 많이 나오고, 고급 마감재를 쓰는 고급 오피스텔도 늘어나고 있다”며 “아파트의 경우 대출 규제가 적용되고 청약에 당첨되기도 힘들다 보니 아파텔의 인기가 높아지는 것”이라고 했다.

조 연구원은 오피스텔의 투자 가치에 대해선 “과거에는 오피스텔의 감가상각이 심해 임대수익을 목적으로만 분양받는 사람이 많았지만, 최근 대형 건설사들이 오피스텔 시장에 뛰어들면서 감가상각 부담도 어느 정도 해소됐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라며 “입지가 좋은 오피스텔의 경우 아파트 못지않게 시세도 오른다”고 했다.

김송이 조선비즈 기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PDF 다운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