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은 고급 빌라가 둥지다’ 대한민국 진짜 부자들의 주거 공간은 어딜까. ‘1번 단독주택, 2번 빌라, 3번 아파트’ 중 한 가지를 선택하는 객관식 질문을 가정해 보자. 모범답안은 단독주택>빌라>아파트 순이 될 것이다. 하지만 해당 주거 형태의 거주자 규모는 단독주택<빌라<아파트로, 역순이 된다. 복수의 부동산 전문가들은 초특급 울트라 부자는 단독주택, 울트라 부자는 빌라에 산다고 밝혔다. 고급 아파트가 많아졌지만 초호화 빌라가 더 높은 점수를 받는 셈이다. 더욱이 최고급 빌라로 꼽히는 곳에 사는 이들은 단독주택에 거주하는 초특급 울트라 부자 못지않은 만족도를 보이고 있다.

프라이버시 존중…세대수 많은 아파트 보다 매력



한국 사회에서 부유층의 상징은 단독주택이다. 성북동, 평창동, 이태원동, 한남동 등으로 대표되는 전통적 부유층의 주거 공간은 그 모습이 외부에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다. 간혹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그들의 안식처를 살짝 엿볼 수 있을 뿐이다.

재벌그룹 총수들 보금자리 역시 대부분 단독주택이다. 그러나 이를 거부하고 고급 빌라에 둥지를 튼 이들도 없지 않다. 박삼구 금호아시아그룹 회장은 한남동 유엔빌리지와 방배동 동광단지의 빌라를 소유하고 있고 구자홍 LS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 등도 빌라에 거주하고 있다.

이외에도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뒤를 이어 삼성그룹을 대표하게 된 이수빈 삼성 회장의 안식처도 빌라다. 고 최종현 SK그룹 회장은 워커힐호텔의 빌라콘도에 살았다. 그래도 신이 내린 부자들은 빌라보다는 단독주택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재벌그룹 회장들 중 절대다수가 단독주택에 살고 있다.

그들만의 주거 공간으로 단독주택에 이어 인기가 높은 보금자리는 초호화 빌라다. 고급 아파트가 탁 트인 전망과 완벽한 보안, 익명성을 보장하며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졌음에도 럭셔리 빌라가 단독주택과 더불어 부유층 주거 공간의 대명사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 부유층의 상징은 단독주택과 빌라

대한민국 상위 0.5%가 아파트보다 고급 빌라를 선호한 이유는 뭘까. 한 부동산 전문가는 원하는 대로 인테리어가 가능하다는 점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기본 골조는 바꾸지 못하지만 필요에 따라 실내 공간과 인테리어 등을 융통성 있게 바꿔 자신이 꿈꾸는 집을 꾸밀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특히 빌라는 세대수가 많지 않아 프라이버시를 존중받을 수 있고 신분 노출이 되지 않아 매력적이라는 것이다. 이는 세대수가 많은 아파트와 확연하게 차별화되면서 빌라에 몰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 단독주택의 취약점인 보안문제도 높은 만족도를 가져다준다. 다만 관리비가 다소 비싼 것이 흠으로 지적되지만 이는 주머니가 넘치는 이들에게 장애가 되지 않는다.

이영호 닥터아파트 리서치센터장은 고급 빌라에 관심이 많아진 구체적 배경은 럭셔리 대형 아파트 숫자가 급등한 요인과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평범함과 차별화를 추구하려는 의지가 높은 진짜 부자들이 아파트에 몰린 시절도 있었지만 다시금 탈출하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과거 고급 빌라는 연예인이나 대기업 오너 등 사생활 보호를 중시하는 사람들이 주요 수요층을 형성했으나 요즘에는 달라졌습니다. 젊은 전문직 종사자와 사업가 등도 고급 빌라를 찾고 있죠. 특히 너도나도 아파트에 사는 형국이 되다 보니 고급 빌라로 눈길을 돌리는 동기가 되고 있습니다. 또 해외에서 고급 빌라생활을 경험한 사람들도 주요 수요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 고급 빌라 전문 부동산 관계자는 “예전에는 50대가 넘은 중장년층이 많았지만 최근 들어 연령층이 대폭 낮아져 30대 후반에서 40대 중반이 주류인 양상”이라며 “이들은 아파트를 옮기며 재산을 불리기보다는 고요하고 아늑하며 세대수가 적은 고품격 빌라에서 사생활을 최대한 보호받으며 가족과 함께 보낼 공간을 중요시하는 특성이 있다”고 했다.

대규모 단지의 아파트와 세대수가 많지 않은 고급 빌라는 삶의 질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부동산 전문가들은 그 차이를 인정했다. 혹자는 더 나아가 빌라는 주거의 목적이 강한 반면 아파트는 재산 증식이 목적이라고까지 언급했다. 실제 고급 빌라는 대단지 아파트에 비해 환금성이 떨어지고 수요층이 얇아 투자가치로는 매력이 없다. 그러나 아파트처럼 빌라도 명품 브랜드가 생기면서 수요층이 갈수록 확대되는 추세다.

문제는 돈이다. 아울러 고급 여부를 떠나 아파트와 달리 빌라는 향후 매매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그들만의 세계에선 매매가 잘만 되더라”며 초호화 빌라를 그렇고 그런 빌라와 동일선상에서 보면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공동주택 중 가장 비싼 집 트라움하우스5차

우리나라에서 최고로 비싼 공동주택은 어디일까. 국토해양부가 지난 4월말 발표한 공동주택 공시가격 자료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서초동 트라움하우스5차가 1위를 차지했다. 공시가격은 50억4000만원.

공동주택 중에 아파트 최고가인 아이파크를 제치고 가장 비싼 가격을 과시했다. 공동주택 가격 상위 주택 순위는 해당 공동주택에서 전용면적이 가장 넓은 세대를 기준으로 한다. 공동주택 중 5층 이상은 아파트, 4층 이하는 연립 또는 다세대주택이라는 건축법 시행령 규정에 따라 12층 건물인 트라움하우스3차(19세대)는 아파트로 분류된 반면, 4층 건물인 트라움하우스5차(12세대)는 연립주택으로 분류되고 있다.

트라움하우스라는 단지 이름은 독일어로 ‘꿈의 집(Traum Haus)’이란 뜻으로 내·외부 시설에 최고급 수제품과 외국산 마감재를 사용했다는 전언이다. 연립주택인 이곳은 전국 공동주택 중 가장 비싼 집이라는 타이틀을 2003년 이후 6년 연속 굳건히 지키고 있다. 서리풀공원 인근에 있는 트라움하우스는 총 4개 단지, 72가구로 구성돼 있다.

이중 2002년 지어진 3차와 2003년 완공된 5차에 대한 관심이 많다. 트라움하우스5차는 전용면적 273.6㎡(83평)이 4채, 이보다 약간 작은 크기가 8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2채의 공시가격만 합쳐도 500억원을 훌쩍 넘는다. 높은 공시가격을 자랑하는 만큼 여타 고급 빌라에서 상상할 수 없는 시설이 제공되고 있다. 국내 주택 최초로 진도 7의 지진을 견딜 수 있도록 내진설계가 채택됐을 뿐 아니라 스위스 안전규정에 따라 핵전쟁에 대비한 방공호까지 갖추고 있다.

보안도 철저하다. 24시간 경비업체에서 빌라 입구를 통제해 외부인의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입주자의 신원도 외부에 공개되기를 극도로 꺼린다. 매매 여부도 마찬가지다. 시가는 80억~110억원을 오간다고 하나 확인된 적이 없다. 이에 대해 트라움하우스 관계자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현재 강덕수 STX그룹 회장, 오상훈 대화제지 회장 등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6년째 1위를 기록 중인 트라움하우스5차에 이어 두 번째 비싼 빌라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청담빌라(95), 전용면적은 229.5㎡(69평)로 공시가격이 24억8000만원. 다음은 서울 서초구 양재동 신동아빌라C, 전용면적은 296.5㎡(89평)로 공시가격이 24억원이다. 4위와 5위는 서울 서초구 양재동 신동아빌라B(23억6800만원), 서울 용산구 한남동 코번하우스(23억4400만원)다.

2007년 기준으로는 2위 신동아빌라C 23억6000만원, 3위 코번하우스 23억3600만원, 4위 신동아빌라B 23억2000만원, 5위 청담빌라(95) 21억6000만원 순이다. 2008년과 2007년 공시가격을 비교해 가장 많이 오른 연립주택은 청담빌라(95)로 3억2000만원이 올랐다. 트라움하우스5차를 제외하고는 조금씩이라도 올랐다. 

초호화 빌라 강남에 많을 수밖에 없다

부동산 관계자들은 트라움하우스가 위치한 서초동을 비롯해 한남동 유엔빌리지, 방배동 동광단지, 서래마을, 청담동, 논현동, 양재동, 삼성동 등이 고급 빌라가 많은 일대로 소문이 자자하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최근 고급 단독주택의 본거지인 성북동과 평창동에서도 부유층을 위한 초호화 빌라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했다. 하지만 럭셔리 빌라의 대명사 지역인 강남에 집중적으로 몰릴 수밖에 없는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강남에 고급 아파트가 유난히 많았던 만큼 아파트에 싫증나고 지친 그들을 흡수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익숙한 강남에 초호화 빌라를 지을 수밖에 없는 거죠.”

그는 이어 “단독주택에 오랫동안 거주했던 사람들은 세대수가 많고 위층, 아래층에 낯선 사람들이 사는 아파트가 불편하다”며 “빌라는 아파트에 비해 이 같은 불편함을 불식시켜 준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파트 주민들은 빌라로 이사 가더라도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는 말도 덧붙였다.

한편 대한민국 최초로 부자학을 강의하고 있는 한동철 서울여대 교수는 자신이 저술한 <부자도 모르는 부자학 개론>(씨앗을 뿌리는 사람들 펴냄)에서 부자의 기질을 다섯 가지로 구분했다. 이중 첫 번째가 진짜 부자가 고급 빌라에 둥지를 마련하는 현상을 바라 볼 시각을 제공한다. 바로‘부자는 유아독존’이 그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잘 났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영호 리서치센터장은 “세상에서 혼자 잘나다 보니 주택을 구입하는데 있어서도 차별화를 원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빌라나 아파트의 경우 구조는 비슷할지 몰라도 인테리어에 있어서는 빌라가 더 좋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빌라에는 주택 공급에 대한 규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청약이라는 번거로운 제도를 통하지 않더라도 주택 구입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참고로 한 교수가 꼽은 부자 기질의 나머지 특성 네 가지는 다음과 같다. ‘부자는 고독하다’,  ‘부자는 다면적인 사람이다’, ‘부자는 사람들을 잘 믿지 않는다’, ‘부자는 바람둥이다’등이다.

고급 빌라를 전문으로 매매하는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부자는 부자끼리 어울리는 것을 좋아한다고 공통적으로 말했다. 한때 미국 <포브스>에서 미국 최고의 갑부로 선정된 폴케티는 이렇게 말했다. “부자가 되고 싶으면 부자가 하는 대로 따라하라.” 이는 결국 부자는 부자끼리 어울린다는 말이다. 즉, 부자는 많은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살고 싶어 하지 않다는 특성을 의미한다.

성강현 기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