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도에서 까먹은 수익

브라질·러시아가 메워

한쪽 프로펠러만 달린 비행기와 양쪽 프로펠러가 달린 비행기가 있다면 어떤 비행기가 안전할까?  당연히 양쪽으로 달린 비행기가 안전할 것이다. 만일 한쪽 프로펠러가 고장 나더라도 다른 한쪽 프로펠러로 날아갈 수 있기 때문.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브릭스 펀드야말로 양쪽에 프로펠러가 달린 비행기와 같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중국과 인도가 폭발적인 상승세로 브릭스 펀드의 성과를 이끌었는데 올 들어서는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수혜로 브라질과 러시아가 주목받으면서 브릭스 펀드를 끌어올리고 있다. 이처럼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성과가 부각되면서 브릭스 펀드는 중국 펀드에 이어 ‘국민 해외펀드’로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 경제가 인플레이션 등으로 장기침체로 이어지거나 원자재 가격 흐름이 급변한다면 언제든 수익률 흐름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적절한 분산투자가 필요하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6월9일 현재 브릭스 펀드는 모두 43개로 규모는 총 12조6857억원에 이르고 있다. 작년 6월말 대비 10조7011억원이 늘어 1년 만에 집중적으로 증가했다. 올 들어서도 2조6043억원이 늘어나면서 꾸준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수익률 역시 단연 돋보인다. 6월9일 기준 최근 1년간 성과를 보면 브릭스 펀드가 34.38%로 중국 펀드(17.08%), 인도 펀드(10.35%) 등보다 월등히 높게 나타났다. 글로벌 주가가 하락했던 최근 6개월 역시 브릭스 펀드는 .4.75%로 중국 펀드(.23.47%), 인도 펀드(.20.76%)보다 견조한 모습을 보였다.

이 같은 성과는 최근 시장 상황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신흥국가 주식시장은 동반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에 따른 금리 인하→달러 약세→상품 가격 상승 등의 순환 고리가 형성되면서 차별화가 나타났다. 즉, 에너지나 곡물, 광물자원 등이 풍부한 자원 부국의 증시는 견실한 반면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무역수지 악화와 인플레이션 위험이 높아진 아시아 시장은 크게 하락한 것이다. 아시아 등 신흥국가의 경제가 인플레이션 등으로 불확실해지자 글로벌 유동 자금이 이탈하면서 결국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원인 등으로 특히 중국 펀드가 부진의 늪에 빠졌던 데 반해 브릭스 펀드는 자원이 풍부한 브라질과 러시아 등에 힘입어 견조한 수익률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각 대륙의 최대 인구 국가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중국 펀드를 해지하고 브릭스 펀드로 갈아타는 것이 좋을까? 혹은 지금이라도 브릭스 펀드에 추가로 투자해야 할까? 적지 않은 투자자들이 궁금해 하는 질문 중 하나다.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에 앞서 브릭스에 대해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선 브릭스라는 말이 어떻게 생겼는지 그 어원부터 알아야 한다.

브라질(Brazil), 러시아(Rusia), 인도(India), 중국(China) 등을 뜻하는 브릭스는 2003년 10월 미국계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가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역사적인 용어로 태어났다. ‘브릭스와 함께 꿈을; 2050년으로 가는 길’이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는 “2050년에는 이들 4개국이 미국, 일본과 함께 선진 6개국(G6)을 구성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고서는 이들 국가의 공통점으로 ‘각 대륙의 최대 인구 국가’라는 점을 들었다. 이들 국가가 과거 오랜 기간 사회주의정책의 강력한 실행(러시아, 중국)이나 수입 대체 위주의 정책(브라질, 인도) 때문에 자유시장경제와 교역이 주는 성장잠재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고 지적하면서 시장 규모 확대 잠재력이 매우 크기 때문에 외국 자본의 대량 유입이 가능한 국가라고 평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브릭스 4개국의 GDP(국내총생산) 합계는 2025년 미국의 규모에 육박하고 2040년에는 G6(미국, 일본, 프랑스, 독일, 영국, 이탈리아)를 능가할 것이다. 브릭스의 고도성장은 세계 경제의 새로운 원동력이 될 것이며 선진국의 노년인구 증가와 저성장을 상쇄할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세계의 자본은 브릭스로 몰리고 이로 인한 환율 재조정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견했다.

국가간 상관관계 낮아 분산투자 효과

브릭스 펀드가 각광받은 이유는 단지 수익률 때문만은 아니다. 해외펀드는 투자 범위에 따라서 크게 ‘개별 국가형’, ‘특정 업종형’, ‘지역형’, ‘글로벌 투자형’ 등으로 나눌 수 있다. 투자위험과 기대수익률을 기준으로 본다면 특정 업종형·개별 국가형>지역형>글로벌 투자형 등의 순이 될 것이다. 따라서 보수적인 투자자라면 해외펀드 투자는 투자 위험과 기대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글로벌 투자형부터 시작해 지역형→특정 업종형·개별 국가형 등의 순으로 투자하는 것이 ‘정석’이다. 하지만 국내 투자자들은 대부분 중국 펀드를 중심으로 하는 ‘개별 국가형’ 등에 집중해 왔다. 수익률이 상승세를 그리는 동안에는 별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시장 상황이 반전되자 투자 위험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즉, 미국 발 신용위기를 계기로 글로벌 증시가 하락세를 보이면서 해외 펀드 수익률이 곤두박질치자 위험관리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다. 이러한 시점에 ‘개별 국가형’보다 상대적으로 투자위험이 낮은 브릭스 펀드에 관심이 쏠렸다.

브릭스 펀드는 무엇보다도 국가간의 상관관계가 낮아 분산투자 효과가 높다는 점이 장점이다. 브릭스 국가간의 최근 5년간 상관관계(두 나라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정도, 1에 가까울수록 상관관계가 높음)는 0.17(인도. 브라질)~0.25(러시아. 한국, 러시아. 중국) 수준이다. 이는 국가별 특색이 분명하고 경제구조와 투자환경이 상호 보완적인 면을 띠기 때문이다.

브릭스 가운데 성장성이 가장 좋은 중국이 제조업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면 그 뒤를 잇는 인도는 IT를 중심으로 하는 서비스업이 강하다. 반면 브라질과 러시아는 원자재 가격 상승의 수혜를 받아 높은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풍부한 천연자원이 주요 성장 동력이 되고 있는 브라질은 남미 2위 산유국, 세계 14위의 원유 생산국이다. 러시아 역시 세계 최대 원유 및 천연가스 수출국 중 하나로 달러 약세와 투기 수요가 맞물린 국제 유가 초강세 지속에 힘입어 무역수지 흑자 폭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모습이다. 브라질과 러시아가 똑같이 원자재 가격 상승에 힘입어 성장하고 있지만 가격 변화에 있어 브라질이 더 안정적이다. 상대적으로 브라질의 경제구조가 다변화돼 있는 데다 내수시장의 활성화와 소비자 물가의 안정 등으로 강점이 있다. 어찌됐든 ‘브릭스’로 묶어 내면서 거대한 영토와 인구, 풍부한 자원 등의 공통점뿐만 아니라 국가간의 차별적 특성을 고루 짜 맞춘 듯한 느낌이 들만큼 절묘하다.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문제 등으로 세계 경제의 불안감이 지속되면서 브릭스 펀드 역시 안전한 것만은 아니다. 최근까지만 해도 상품 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중국과 인도가 인플레이션 압박으로 어려움을 겪은 반면 러시아와 브라질은 원자재 수출 가격의 상승에 힘입어 높은 성장세를 지속했다. 이 때문에 고루 투자하는 브릭스 펀드가 상대적으로 중국 펀드나 인도 펀드보다 부각된 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러시아와 같이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국가가 원자재 수출에 따른 ‘오일머니’ 유입으로 무역 흑자가 커져 통화 가치가 절상되면서 수입이 급증할 경우 장기적으로 국가 산업의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또 인플레이션이 더욱 심화된다면 결국 중국과 인도에서 선진국에 대한 수출이 감소해 원자재에 대한 수요도 줄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원자재 가격 상승의 힘을 받고 있는 러시아와 브라질의 상황도 급변할 수 있다. 따라서 지나치게 브릭스 펀드에 대해 맹신하는 것도 금물이다.

지난해 일본 펀드나 중국 펀드로 이리저리 옮겨 다니다가 큰 손실을 입었던 투자자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많은 투자자들이 꾸준히 안정적으로 높은 성과를 내는 펀드를 바라지만 세상에는 그런 펀드가 없다. 브릭스 펀드 역시 꾸준히 안정적으로 높은 성과를 보장하는 펀드가 결코 아니다.

올해 글로벌 증시는 인플레이션이라는 암초를 만나 크게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브릭스 4개국 역시 당분간 선진국의 경기침체와 유가 및 농산물 가격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위기 등 부정적인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불확실성을 감안한다면 브릭스 펀드에 대한 기대수익률을 낮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중장기적으로 브릭스 4개국의 성장 추세는 계속 이어질 것이다.

개별 국가와 브릭스 펀드로 분산투자해야

브릭스에 투자하는 방법은 크게 2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펀드 등 각 개별 펀드에 각각 따로따로 가입하는 것이다. 이렇게 할 경우 자신이 원하는 국가만 골라서 투자하는 등 자신의 투자 성향에 맞게 브릭스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국가별 투자 비중의 조절이나 성과관리도 투자자가 직접 해야 한다. 둘째, 이들 4개국에 알아서 투자해 주는 브릭스 펀드에 가입하는 것이다. 1개 펀드에 가입함으로써 전문가가 알아서 국가별 투자 비중 등을 결정해 주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는 매우 손쉬운 방법이다. 다만 같은 브릭스 펀드라고 해도 각 국가별 투자 비중이나 전략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어찌됐든 브릭스 펀드가 ‘기성복’이라면 자신에게 맞게 각각의 국가 펀드에 비중을 정해 투자하는 방법은 ‘맞춤복’이라고 할 수 있다. 투자자의 투자 성향이나 지식 정도, 투자 전문가의 활용성 등을 감안해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