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 모기지(Sub-prime mortgage) 사태의 주범인 월스트리트(Wall Street)의 대형 투자은행들이 잇달아 도산하고 이에 따라 우리 자본시장 역시 한파를 견뎌내고 있다. 대형 투자은행을 육성하기 위해 우리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해오던 자본시장통합법은 그 빛을 바래고 있다. 하지만 이 법을 제정한 주된 목적은 투자자들의 합리적 자원배분을 통한 금융시장의 효율적 발전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필자는 자본시장통합법을 통해 금융시장을 발전시키고자 하는 정부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우리 금융시장이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발전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다름 아닌 우리의 세제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현행 세제는 원칙적으로는 납세자들의 모든 소득에 대해 과세하는 종합소득세를 근간으로 하지만 여기에 대한 예외를 너무도 많이 두고 있어 전문가들도 헷갈릴 지경이다.

예를 들어 대주주가 아닌-개인 투자자의 경우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할 경우 그 투자 대상이나 방법에 따라 세금징수체계가 너무 다양하다.

무엇에 투자해서 이득을 얻든 그리고 어떤 방법으로 투자해서-또는 일을 해서-소득을 얻든 결국은 납세자의 관점에서 보면 자신의 지갑에 들어온 동일한 돈임에도 위와 같은 복잡한 방법으로 세금을 부과한다면 투자자들의 합리적 자산배분은 결국 왜곡되고 만다. 마찬가지로 금융산업을 영위하는 금융회사들도 상품과 서비스라는 고유의 경쟁력을 키우기보다는 우선 세제 혜택부터 찾아보려는 도덕적 해이를 범하게 된다.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흔한 예로는 보험회사의 10년 비과세 저축성 보험상품이 있다. 장기 보험상품에 이 같은 비과세 혜택이 없다면 이를 선택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에 비해 금융시장이 발달한 런던과 뉴욕 그리고 홍콩 등은 일부 예외는 있지만 납세자들이 일정 기간(대체로 1년) 동안 벌어들인 모든 소득에 대해 일정한 손실과 비용을 공제한 뒤 포괄적으로 과세한다. 특히 아시아의 금융 중심지인 홍콩의 경우 투명한 과세체계로 유명하다. 홍콩의 소득세는 기본적으론 17% 단일세율이고, 약 1% 수준의 부동산 이용세(보유세)는 있지만 부가가치세와 같은 간접세가 없다. 따라서 모든 납세자들은 자신의 소득과 재산 수준에 따라 그야말로 공평하게 세금을 납부한다.

2009년 우리 정부의 예산 284조5000억원(회계217조5000억원 및 기금 67조원)이 12월13일 국회를 통과했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세입을 약 212조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주요 세금 별 추정 수입금액 표 참조. 내년 경제성장률을 6%로 가정한 것이므로 수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엄연히 거시경제를 구성하는 경제주체들 중 하나이고 요즘과 같은 공황시기에 정부지출은 대단히 중요하므로 예산을 어느 분야에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대해서는 말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과연 이렇게까지 다양한 종류의 세금을 복잡한 방법으로 거둬들일 필요가 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 홍콩의 세제를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

2009년의 우리 국민소득(GDP)을 900조원으로 추정할 경우 소득세를 20% 단일세율로 부과하면 180조원을 거둘 수 있다. 더군다나 낮은 세율을 무기로 지하경제를 양성화하면 적어도 10조~20조원은 더 찾아낼 수 있으니 소득세만 따져도 약 200조원에 달할 것이다. 여기에다 전국 땅값(2006년 공시지가 기준) 2000조원과 아파트 시가총액 1000조원의 1%를 보유세로 걷는다면 최소 30조원은 가능할 것 같다.

단일 소득세와 보유세로 통폐합 필요

필자는 만약 우리나라가 이와 같이 세금을 단순화할 경우 경제의 투명성과 자본시장의 효율성이 획기적으로 제고될 것이므로, 그 즉시 금융 강국은 물론이고, 선진 경제로 업그레이드될 것이라 생각한다. 여기에 보태어 사소한 것 같지만 정말 좋은 점 몇 가지를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해마다 수정, 발간되는 무시무시하게 두꺼운 세법 책이 없어질 것이다. 둘째, 부가세와 같은 간접세가 없으므로 저소득층이 더 많은 혜택을 본다. 셋째, 기업 소유주들의 경우-상속소득이 발생한 시점에서 상속세를 20%로 단일세율로 과세하므로-경영권 승계 걱정이 없어질 것이다. 넷째, 종합부동산세를 ‘부부 합산’으로 또는 ‘부부 별산’으로 부과할 것인가라는 사소한 문제를 따지기 위해 헌법재판소까지 동원할 필요가 없다. 다섯째, 무엇보다도 누구나 능력에 따라 동일한 비율로 세금을 내므로 모든 구성원들이 민주시민으로 떳떳하게 살 수 있다.

꼭 필요하다면 담배나 술에 붙는 벌금 성격의 세금만 놔두고 그 복잡하고 다양한 세금들을 모두 단일 소득세와 단일 보유세로 통폐합한다면 그야말로 시장이 모든 자원을 투명하게 배분하는 진짜 시장경제로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