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여만 가는 가계 빚에 신용불량자로 몰리는 가장이 늘고 있다. 가장의 수입이 줄어들거나 없어질 경우, 가계 빚은 줄어들기는커녕 빠르게 늘기 십상이다. 감당하지 못할 정도면 결국 신용불량 상태가 된다. 기업이 구조조정을 통해 체질을 개선, 강화하듯이 가계도 재무 구조조정을 통해 현 불황기를 극복해야 한다.

예산 세워 지출 줄이고 빚부터 갚아라

맞벌이를 하고 있는 이주운씨(48) 부부. 최근 아내가 다니고 있는 직장에 구조조정 분위기가 일고 있어 걱정이 태산이다. 이미 지난해 연말부터 월급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언제 회사를 그만둬야 할지 모르는 상태다.

고등학교, 중학교에 다니는 딸 둘을 두고 있는 이씨 부부의 가처분 세후 월수입은 700만원이 넘는다. 이씨는 중소기업에서 이사로 있고, 부인은 보험회사에서 영업을 하고 있다.

그런데 2007년 자녀들이 성장하면서 공부방을 따로 마련하기 위해 넓은 아파트로 이사하면서 가계 재정의 어려움이 시작됐다. 2억원이 넘는 주택담보대출로 집을 마련해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집을 구입할 당시, 집값이 오르는 걸 당연시 하며 부부합산 소득만 믿고 다소 부담이 된다 하면서 집을 산 게 화근이 된 것이다.

이씨 가족은 집 마련 이후 대출 이자와 원리금을 갚다보면 매월 재정 적자를 면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매월 적자 규모는 평균 60만원 정도. 이러한 적자를 마이너스대출통장을 통해 보충하다가 최근에는 예금과 보험담보 대출의 이자율이 저렴하다는 사실을 알고 금융상품 대출을 활용하고 있다.

중·고등학생 자녀의 교육비 마련도 걱정이고, 노후 자금 마련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데 재정 상태는 너무 안일하다는 생각이 점점 커졌다. 지금처럼 살면 미래에 재정적인 위험을 겪게 될 것은 뻔한데, 어디서부터 구조조정을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

먼저 과도한 대출에서 벗어나야

이씨는 겉으로 보기에 고소득층에 속한다. 그런데 내부사정은 속빈 강정에 불과하다. 현금이 잘 들어오지만 진짜 안정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빚에 허덕이고 있는 실정. 부부 합쳐서 세후 720만원의 수입은 대출 원리금 상환을 제외하면 달랑 440만원만 남는다. 빚이 있는 상태에서 저축을 하며, 빚을 갚는 등 이해가 안 되는 생활을 하고 있다.

만일 이 상태로 10년 동안 대출금을 갚는다면 원리금 상환액은 이자와 원금 상환액을 합쳐 매월 390만원이나 된다. 위태로움으로 매일매일 숨이 턱까지 차오를 게 분명하다. 만약 예기치 않은 실직 등 외부 변수가 불리하게 작용한다면 재정적인 파탄에 처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노후 자금과 자녀 교육비 마련은 넘볼 여유도 없을 게 뻔하다.

무엇보다 이씨는 현시점에서 부동산 투자에 따른 과도한 대출 상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가정에서 수입을 늘리기는 쉽지 않다. 가계 구조조정을 위한 해답은 간단명료하다. 지출을 줄여야 한다.

예산 수립해 지출 줄여야

빚을 없애고, 지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예산을 세워 집행해야 한다. 재무적인 목표가 없거나 재무적인 목표에 맞는 예산을 세우지 않는다면 수입이 끊어질 즈음에는 빈털터리가 될지 모른다. 돈을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가정 주식회사’의 예산을 수립해야 한다.

예산 수립은 돈을 어느 항목에 어느 정도 지출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꼬리표를 달아 돈을 길들이는 것이다. 수입보다 적게 지출하고, 돈이 새나가는 것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예산을 세워 매월 흑자인생을 만들어 저축과 투자를 병행하는 길이 재정자립을 위한 가장 빠른 길이다. ‘현재 운행하는 차량이 나의 재산 상태에 적합한가’, ‘분에 넘치는 자녀 교육비를 지출하지는 않는가’ 등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인다면 예산을 짜고 지출을 통제할 필요가 있다.

예산이라고 거창한 것이 아니다. 가계부나 간단한 엑셀 프로그램을 사용해 자신의 수입과 재무적인 목표에 맞게 지출 예산을 세우고 그 범위 내에서 실천해 나가는 과정이다. 가계부 쓰기는 단지 ‘무엇을 어떻게 썼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가정이 어떤 수입구조로 돼 있고 어느 정도 예산 규모로 지출할 것인가’라는 가정 전문경영자의 기록이 돼야 한다. 이에 따라 가정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 대박이 나는 투자처를 찾기보다 지출을 철저히 통제하는 예산 수립과 실천이 바로 재테크의 정수다.

여유 자금의 70%로 빚 상환

전문가들은 지금 지고 있는 빚을 정해진 기한 내에 갚겠다는 목표를 먼저 설정하고, 월별 예산의 범위에서만 지출하라고 조언한다. 부부가 함께 예산을 수립하고, 예산 이외의 지출에 대해서는 엄격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재정상태가 빚에 허덕이는 상황이라면 신용카드 사용도 중지해야 한다.

이러한 지출 통제를 통해 여윳돈이 생기면 빚을 갚는데 70%를 사용한다. 100만원의 여유자금이 있다면 70만원으로 빚을 갚고, 나머지 30만원은 저축을 하라는 것이다. 빚을 갚는데 여유자금을 모두 써버리면 빚을 모두 갚고 난 후 본인 스스로 지치게 된다. 또 갑작스럽게 긴급자금이 필요한 경우 또 다시 대출을 받으려는 유혹에 넘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긴축재정으로 지출을 통제해도 빚을 상환하기 어려운 경우, 즉 빚 상환 원리금이 너무 클 경우에는 더욱 철저한 가계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외환위기 시절 우리나라 기업들이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했듯이, 가정에 불필요하고 비효율적인 자산을 내다팔아서 그 돈으로 뭉텅이 빚을 갚아야 한다. 예를 들면 할부금이 남아 있는 자동차를 팔아 할부금을 갚고 나머지 현금으로 빚을 갚는 것이다.

또 다른 빚을 갚을 수 있는 방법은 수입을 늘리는 것이다. 현재 수입으로 빚을 갚을 여윳돈을 마련할 수 없다면 아르바이트나 부업을 해서라도 수입을 늘려야 한다.

당장 금융기관 부채를 감당할 수 없으면 신용회복위원회나 금융기관이 지원하는 채무조정 방법도 이용해 볼 만하다. 경제위기가 본격화된 지난해 신용회복위원회에 접수된 신용불량 상담건수는 40만 건으로, 카드 대란의 후유증을 앓았던 2004~2005년 이후 최고 수준이었다. 상담자의 70%가량은 30~40대 가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회복위원회는 원금을 최대 50%까지 감면해서 8년 이내에 이자 없이 분할 상환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대부업체에 진 고리의 채무는 재무구조 개선에 가장 큰 걸림돌이므로 연리 20% 안팎의 대출로 전환해주는 자산관리공사의 구제책을 이용해볼 만하다고 조언한다.

빚 상환과 더불어 목적 자금 마련

이씨의 경우 아직 부채 수준이 견딜만해도 언제든지 수입이 줄어드는 상황이 올 수 있는 만큼 가계 재무구조의 조정에 나서야 한다. 불필요한 자산이나 상대적으로 필요성이 적은 자산 순으로 구조조정을 실시해야 한다.

대출금을 갚기 위해 첫 번째로 주식, 청약저축, 자동차 1대를 처분할 필요가 있다. 처분액 3000만원으로 잡다한 빚(자동차 할부액, 마이너스대출, 예금담보대출 등)을 적극적으로 상환한다.

비용을 줄이는 데 있어 가장 애매모호한 부문은 자녀 교육비에 대한 지출이다. 이 부문은 가족별·개인별로 생각하는 방식과 가치관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가족 구성원의 원만한 협의를 통해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가정경제의 구조조정 대상으로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 중의 하나는 보험. 주변의 권유로 한두 개씩 보험에 가입했다가 후회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특히 이씨처럼 저축 여력이 없을 정도라면 ‘보험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만일 경제적인 문제로 보험에 ‘칼’을 대야 한다면, 저축형·투자형 상품이 우선 정리 대상이다. 중복 가입된 보험도 체크할 필요가 있다. 보장성 상품이라도 연령 등 개인의 특성에 비춰 보장받을 가능성이 극히 적다면 해약하는 것이 오히려 낫다. 보험료가 부담이라면 무조건 해약하기보단 보장기간을 줄이거나 사고 시 지급되는 보험금을 줄여 보험료 부담을 덜 수 있다. 보험료는 월 실수입의 10% 내외 정도가 적당하다

김창기 교보생명 재무설계센터 웰스매니저는 “보험료 납입이 부담이라면 보장형 보험이 아닌 저축형 보험을 줄이는 것이 현명하다”며 “종신보험은 정기보험 등으로 갈아타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했다.

이씨가 매달 납부하고 있는 보험료는 72만원. 이씨와 이씨 아내의 종신보험과 건강보험 등을 정기보험으로 리모델링하면 매달 45만원의 보험료를 절약할 수 있다.

숨통이 트였다고 자만해선 안 된다. 여전히 주택담보대출 2억원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흑자 전환된 가계 재정은 빚 상환과 더불어 목적자금 마련에 나서야 한다. 노후 자금과 자녀들의 교육비 역시 어느 정도 대출금을 정리한 후 그에 따른 여유자금으로 준비해야 한다.

그렇다면 비용을 줄여 빚을 갚고 난 후 여유자금은 어디에 투자해야 할까. 40대 후반기부터는 위험성이 큰 주식형 상품의 투자비율은 낮추면서 해외 재간접 펀드, ELS, 배당주 펀드 등으로 투자 대상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고득성 SC제일은행 삼성PB센터 팀장은 “목적 없는 자산 늘리기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산 만들기를 해야 한다”며 “대출을 활용한 공격적인 부동산 투자보다는 소득을 활용한 꾸준한 자산 만들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tip   빚에 대한 오해와 진실

이자 저렴한 주택담보대출은 좋은 빚?

우리나라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집과 부동산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우리나라 가계가 보유한 부동산과 금융자산 비중은 4:1. 금융자산의 4배 이상에 해당하는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 선진국인 미국의 경우 4:6의 비율로 부동산보다 금융자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집 한 채를 마련하는 것이 가장의 최고 목표처럼 돼 있다. 이에 따라 수입의 대부분을 집 마련을 위한 시간투자와 대출 원리금 상환에 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이 급격하게 하락하거나 갑작스런 실직으로 수입이 중단된다면 가계 재정에 위기가 닥칠 수 있다. 대출 원리금 상환액이 수입의 30%를 넘지 않도록 하고 빠른 시일 내에 빚을 상환해야 한다. 대출 원리금을 갚아나가는 동안에도 혹시 모를 위기 상황에 대비해 금융자산을 마련해 두는 게 좋다.

자동차 할부나 리스제도는 좋은 자동차를 저렴하게 구입하게 해주는 첨단 금융기법?

자동차 할부나 리스는 주택담보대출 상환 다음으로 가계에 부담이 된다. 부자의 길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 바로 자동차 할부금이라고 할 수 있다. 현금 구매 능력이 없는 자동차 마니아가 매월 40만원씩 60개월 할부 상환 조건으로 자동차를 구매했다고 하자. 그는 3년이 못가서 다시 할부로 새 차를 구입하기 때문에 자동차 할부금은 평생 부어야 할 짐이 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그가 만약 40만원씩 평생 자동차 할부금을 내야 한다면 그는 그만큼 투자할 기회를 상실하게 되는 셈이다. 만약 30세부터 60세까지 매달 40만원씩 연 10%의 뮤추얼펀드에 투자한다면 60세 노후에는 8억6800만원의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3개월 무이자 할부는 현금구매보다 이익이다?

신용카드는 신용 있는 자의 특권이라는 금융회사의 말은 일리가 있는 것 같다. 신용카드 회사는 지불 능력이 없는 소비자들에게 쇼핑도, 외식도, 문화산책도 신용카드 한 장으로 즐기라고 속삭인다. 주말이면 대형 쇼핑몰에서 쇼핑을 하고, 아이들을 몇 군데 학원으로 보낸다. 이러한 소비풍조는 2000년 들어 신용카드 사용액을 소득공제해주는 정부의 내수 살리기 정책과 맞물려 보편적인 사회현상이 됐다. 하지만 3개월 무이자 할부를 이용하는 사람들 중 상당수의 경우 지정된 기간 내에 할부 상환을 하지 못해 다른 빚으로 이를 상환해 소비성 빚으로 바뀌게 된다.

장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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