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3저 시대’에는 달러 약세, 저금리, 저유가를 바탕으로 ‘단군 이래 최대 호황’을 누렸다. 주가도 부동산도 많이 올랐다. 그런데 현재 사회 전반적으로 ‘낮아지는 3가지 현상’은 20년 전처럼 호황이 아닌 자칫 국가, 개인 차원에서 불황, 아니 재앙이 돼 돌아올지 모른다. 이러한 시대에 자산관리는 어떻게 하고, 투자전략은 어떻게 짜야 할까. 7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을 대상으로 신 3저가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과 투자 전략에 대한 설문을 실시해 그 해답을 들어봤다.

멀리보는 장기 투자전략 필요

주식형  펀드 적립식 투자 유망

지난 1980년대 후반, 우리 경제는 매년 10%를 웃도는 성장률을 기록했다. 코스피지수는 1000포인트를 넘어서며 네 자릿수 시대를 열었다. 유가와 금리, 원화 가치가 동시에 낮은 이른바 ‘3저’ 현상과 세계적인 경기 회복 덕분이었다.

이러한 ‘3저’ 현상이 20년 만에 다시 나타나고 있다. 국제 유가는 지난해 7월 배럴당 147달러까지 올랐다가 최근 40달러대로 떨어졌다. 지난 1년 동안 국고채 금리와 원화 가치도 최고치의 절반 수준이다. 여기다 각국의 경기부양책으로 세계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선다면 신 3저가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0년 전 ‘3저’와 확연히 구분

과거의 3저가 호황의 결과물이었던 반면 현재의 3저는 금융위기와 경기 침체의 부산물이라는 점에서 확연히 구분된다. 오히려 금융위기가 완화되고 경기가 회복국면에 돌입하게 되면 떨어졌던 원화 가치가 올라가고, 유효 수요 회복으로 유가가 상승하면서 금리도 서서히 오름세를 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최근의 저금리는 과잉 유동성을 감안하더라도 적정수준보다 낮다. 이런 경우 기업들은 추가적인 금리 인하를 경제상황이 좋지 않다는 신호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기업들이 보수적인 투자로 시장에 대응하는 경우가 많다. 윤세욱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저금리, 저유가는 경기가 침체되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에 무조건 좋아할 수 없다”며 “원화 약세는 수출에 도움이 될 수 있으나, 반대로 그만큼 우리나라 경제체질이 허약하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글로벌 경제가 상승세로 전환될 때 저금리, 저유가, 원화 약세가 호재로 작용하지만, 침체 국면일 때는 긍정적인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실제 금리 인하기에 경제성장은 낮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경기가 나빠지니 금리를 인하했다는 해석과 금리를 인하하니 경제활동 주체들이 위축됐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후자에 무게를 둔다. 김학주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저금리에도 불구하고 버블붕괴에 따른 자산가치 하락으로 인해 투자가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광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준금리는 낮아졌지만 유동성 함정까지 거론되면서 시중금리는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있다”며 “은행들은 저금리에도 불구하고 부실 부담 때문에 대출을 꺼리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경우 과거 지표를 보면 경기는 금리 인하기에 침체됐다가 금리 동결 이후 가파르게 상승했다. 따라서 국내 증시에 대한 과감한 투자 시기는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 종결을 선언하는 시점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물론 저금리의 불확실성은 여전한 만큼 보수적인 관점은 당분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

당분간 유가 상승은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신흥시장의 수요 증가가 수급의 불균형을 가져올 수 있다. 특히 중국의 경우 자급률이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염려되는 상황이다.

이지평 LG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국제 유가가 상반기에는 41달러 선에서, 하반기에는 최고 50달러 선에서 머무는 등 안정적인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이 연구위원은 “최근 산유국의 감산에도 불구하고 낮은 유가가 형성된 것은 수요가 감소했기 때문”이라며 “경기 침체가 끝나는 때가 유가가 상승하는 때가 될 것”이라 설명했다.

유가 상승에서 수급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히 적다. 지정학적 리스크도 그 영향력을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달러 약세는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지만, 신용경색으로 인한 신흥국의 달러 부족이 달러 약세에 대한 하방 경직성을 어느 정도 확보해 주는 상황이다.

박희운 유진투자증권 센터장은 “자금 조달 비용과 원자재 가격이 동시에 낮아졌다는 점은 기업 수익성에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현상”이라며 “다만 저금리와 저유가가 펀더멘털 개선에 기여할 것이지만 그 시점은 다소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재광 센터장도 “수요 자체가 크게 위축된 상황이라 유가가 고점 대비 70% 이상 하락했지만 별다른 모멘텀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화 약세로 국내 기업 경쟁력 향상

과거 원화 가치의 약세는 ‘엔고’가 배경이었다. 이는 수출을 중심으로 한 경기 호황에 큰 밑거름이 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일시적인 불황이 아닌 글로벌 경제 붕괴 이후의 디플레이션 위협에 노출돼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최근 1달러당 1300~1500원대 박스권 흐름을 보여주고 있는 원화 가치 하락에도 불구하고 외국 자본이나 국내 자본의 유출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외채의 원리금 상환부담이다. 3월 위기설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이런 상황을 예측하고 각국 은행들이 미리 대처했기 때문에 갑작스런 시장 혼란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시중에 돈이 돌지 않는 ‘돈맥경화’ 현상은 3월말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히려 환율의 고공행진은 현 시점에서 자금회수는 손해라는 인식의 확산으로 외국인들의 자금 유출이 진정되는 효과마저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원화 약세로 인한 역효과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원화 가치는 점진적으로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금융기관의 달러 유동성이 시간이 지날수록 개선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외환 시장에서 달러화 가치가 점차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박희운 센터장은 “전체적으로 봤을 때 달러화 가치가 추세적인 약세로 들어설 수 있다는 점은 혼란스런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원화 약세에 따른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 향상 부분이다. 신 3저 현상은 한국의 교역조건을 개선시키는 한편 수출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내 대기업 중 삼성전자의 반도체와 LCD패널, LG전자의 디지털 가전, 현대자동차, 조선 3사는 대표적인 수직통합기업이다. 물론 이들 기업들도 가격경쟁을 위해 글로벌 아웃소싱을 늘렸지만, 아직은 수직계열화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반면 경쟁국 업체들은 분화기업의 형태를 띠고 있는데, 불황기에 이들 기업들과의 격차가 확연하게 나타난다.

분화기업의 경우 경기 침체는 매출 감소의 직격탄일 뿐만 아니라 조립기업의 수주 감소로 타격이 심하다. 반도체 호황기에 삼성전자와 비슷한 영업이익률을 보이던 대만 업체들이 불황기에는 엄청난 격차로 벌어진 사례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원화 약세로 인한 가격 경쟁력 향상은 국내 기업들에게 날개를 달아준 격이다.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감소를 대체할만한 신 시장 개척과 수요 창출을 유발하는 창의적인 마케팅에 치중한다면 경기 침체 탈출 시 엄청난 수혜가 예상된다. 구희진 센터장은 “대외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수입 물가의 하락(저유가)과 가격 경쟁력 제고(원화 약세)는 분명히 호재”라고 낙관했다.

1990년대 초 불황기에 노키아는 휴대전화에 대한 대폭적인 투자와 사업집중을 한 결과 영업이익이 3배 가까이 개선되는 효과를 누렸다. 그리고 불황기 투자로 세계적인 업체로 도약한 뒤 현재까지 업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긍정적인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박희운 센터장은 “선진국을 비롯한 전 세계 국가의 동반 침체로 이해 신 3저의 긍정적인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며 “글로벌 경기가 회복돼야 하는데 상반기까지 추가적인 경기 하강이 예상되기 때문에 그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서용원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교역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의 우위를 갖지만 국가 대외신인도 측면과 해외 자금 조달 시 불리하기 때문에 절반의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광 센터장은 “원화 약세가 당초 수출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우리나라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과 미국의 경기가 위축되면서 오히려 업체들은 판매가격을 인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긴 안목 가지고 여유 있게 투자해야

이러한 3저 시대에는 어떠한 투자 전략을 구상해야 할까. 변하지 않는 진리가 있다면 장기투자다. 장기투자란 무턱대고 주식을 오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장기투자를 할 만한 기업에 긴 안목으로 여유를 가지고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이재광 센터장은 “경기 침체의 터널을 통과하는 과정이 매우 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장기적인 접근이 바람직해 보인다”며 “보수적인 투자 전략과 함께 5년, 10년 후를 내다보는 거시적인 안목을 가져야 한다”고 권고했다.

경기 저점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불가능한 시점에서 주가의 저가 매력 확보와 안정성을 동시에 취할 수 있는 투자 방법은 적립식 투자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구희진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당분간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주식형 펀드의 적립식 투자를 권한다”며 “적립식 펀드 가운데 선택의 어려움이 있다면 인덱스형 펀드에 투자할 것”을 제안했다.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떠돌고 있는 자금은 상황이 개선되면 얼마든지 주식시장에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글로벌 자산시장 조정국면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는 기본적으로 보수적인 관점을 유지해야 한다. 전략적인 측면에서는 기업의 생존게임이 진행될 수 있다는 점에서 확실한 시장 기반을 가지고 있는 기업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

아예 자세를 낮추고 보수적인 투자 전략을 유지하라는 주장이다. 현금 보유로 보수적인 투자 전략을 유지하고, 올 하반기 이후 경기가 최악의 국면을 벗어났을 때, 주식이나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를 고려하라는 얘기다.

윤세욱 센터장은 “경기 침체 지속으로 인한 실업률 증가, 기업 부도, 소득 감소로 최대한 많은 현금을 확보해 놓아야 한다”며 “자산 버블이 꺼질 때까지 보수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러한 전반적인 상황에도 투자 타이밍을 잘 잡아야 한다. 불확실성이 크고 변동성이 심한 상황에서 투자시점을 저울질하고 잡아내기는 사실상 운이라고 밖에 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렵다.

신 3저 시대 미소 지을 주식은

코스피가 1400포인트를 돌파하면서 주식을 보유했거나 이제 사려는 투자자들은 고민할 수밖에 없다. 사자니 ‘상투’를 잡을 것 같고, 안 사자니 불안하다. 또 이익 실현에 나서는 시기도 고민이다.

신 3저 현상에 수익을 낼 수 있는 주식이 있을까. 대부분의 센터장들은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대형 우량주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추천했다. 불황을 견뎌낼 수 있는 기업이 위기를 기회삼아 도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굳이 주식 투자를 해야 한다면 경기 방어 업종을 추천했다. 경기 침체기에도 밥이나 라면은 먹어야 하고, 전화와 전기도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농심(음식료), LG데이콤(통신 서비스), 한전KPS(유틸리티) 등 경기 방어 업종이 유망한 이유다.

박희운 센터장은 “이익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아 경기 리스크에 노출될 여지가 적다는 점에서 필수소비재 등의 경기 방어 업종이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매력적”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경기 민감도에 따른 업종 배분은 무의미하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서용원 센터장은 “이미 극심한 경기 침체를 겪고 있기 때문에 경기 방어 업종은 역사적 수준에서 밸류에이션이 높으며, 경기 민감 업종은 상대적으로 낮은 밸류에이션에 있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원화 약세에 따른 수혜주는 수출 비중이 높고, 수입 원재료 비중이 낮은 자동차나 반도체 업종이 유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업종은 업황 사이클 측면에서 공급조절과 함께 재고 사이클 개선이 다른 업종에 비해 선행하고 있어 주가 흐름도 선행적인 사이클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원화는 약세인 반면 엔화는 강세여서 일본보다 경쟁우위에 놓여 있는 전기·전자, 자동차, 기계 등 국내 주력 산업의 경우도 추천됐다. 상대적으로 시장 점유율 확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일본에 비해 가격 경쟁력을 보유한 삼성전자, 하이닉스,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포스코 등도 상대적으로 수혜주다. 또 매출액 대비 수출 비중이 높은 중소기업에도 원/달러와 원/엔 환율 상승이 외형성장의 발판이 될 수 있다.

박종현 센터장은 “주력 수출업체 중 글로벌 경쟁우위 및 일본 등 경쟁국 대비 비교 우위에 있는 업종들이 제한적으로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10월27일 이후 원/달러 환율과 각 업종의 지수간 상관계수는 모두 마이너스로 나타나 최근의 환율 상승은 전 업종에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상관계수가 마이너스로 나왔다는 것은 환율이 오를 때 각 업종지수는 하락세를 보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틈새전략을 활용하면 고환율 속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는 업종이나 종목을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 견해다. 경기 침체기이긴 해도 종목별로 접근할 경우 수익을 낼 수 있는 기회는 있다는 뜻이다.

구희진 센터장은 이러한 이유에서 LG화학과 호남석유화학을 유망종목으로 추천했다. 원재료 수입 가격이 하락하면서도 마진율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 화학업체들의 수혜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학주 센터장은 원자재 관련주인 풍산과 SK에너지를 추천했다. 원자재 가격의 반등 가능성이 있고, 중국의 소비 확장 정책과 미국의 가계 부채 경감을 위한 인플레이션 유도로 유망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환경 관련주인 LG화학과 KCC도 추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