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11월 6일, 2019년 3분기 실적 발표 뒤 일본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사진 블룸버그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11월 6일, 2019년 3분기 실적 발표 뒤 일본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사진 블룸버그

일본 이동통신사 소프트뱅크가 1981년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적자를 냈다. 소프트뱅크가 적자로 돌아선 것은 분기 기준으로 14년 만에 처음이다. 소프트뱅크의 실적 악화는 최근 몇 년간 ‘효자 사업’으로 불리던 ‘비전펀드’에서 거액의 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11월 6일 소프트뱅크는 올해 3분기(7~9월) 실적 발표를 통해 “순손실 7001억엔(약 7조4256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1년 전 같은 기간에는 5264억엔(약 5조5832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이날 일본 도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번 실적 발표 내용이 너덜너덜하다”며 “이 정도의 적자를 낸 것은 창업 이후 처음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3분기 실적을 ‘폭풍우를 맞은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비전펀드는 소프트뱅크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와 주도해 조성한 기술투자펀드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2017년 1000억달러(약 116조원) 규모의 비전펀드를 만들었다. 당시 손 회장은 “기술 산업의 워런 버핏이 되겠다”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로봇 공학 등 신기술에 투자하겠다고 했다.

손 회장은 비전펀드 자금을 세계 최대 사무실 공유업체 위워크, 세계 최대 차량 공유 서비스업체 우버, 중국 차량 공유업체 디디추싱 등에 투자했다. 9월 말 기준 소프트뱅크는 88개 기업에 총 707억달러(약 81조7292억원)를 투자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이 20억달러(약 2조3120억원)를 투자받았다.

하지만 대규모 자금이 투입된 위워크, 우버, 디디추싱은 이렇다 할 실적을 내기는커녕 각종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비전펀드에서만 5726억엔(약 6조732억원)의 손실을 봤다. 일각에선 2000년대 초 불어닥친 정보기술(IT) 버블 붕괴가 또다시 다가왔으며 손 회장과 비전펀드가 선두에 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가장 많은 자금(118억달러·약 13조6408억원)이 투입된 디디추싱은 적자가 계속되고 있다. 디디추싱은 재무 상태 개선을 위해 올여름에만 20억달러(약 2조3120억원)의 추가 자금 조달에 나섰다.  

우버의 상황도 좋지 않다. 우버는 올해 3분기 순손실 11억6200만달러(약 1조3432억원)를 기록했다. 우버 주가는 11월 6일 전날보다 3.85% 하락하며 26.94달러(약 3만1100원)를 기록했다. 지난 5월 상장 당시 공모가(45달러·약 5만2000원)와 비교하면 40% 하락한 수치다.

위워크는 올해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었지만 수익성 우려가 불거지면서 IPO가 무기한 연기됐다.

위워크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470억달러(약 54조3320억원)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IPO를 위한 서류가 제출된 뒤 투자자들이 기업지배구조 등을 문제 삼으면서 11월 현재 6분의 1 수준인 78억달러(약 9조168억원)로 주저앉았다. 로이터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위워크 기업 가치가 떨어지면서 소프트뱅크가 입은 손실만 4977억엔(약 5조2788억원)에 이른다.

손 회장은 “매출은 평소와 다름없었지만, 실적을 견인하던 비전펀드의 투자 실적이 곤두박질쳤다”며 “특히 위워크의 영향이 크다”라고 말했다.


연결 포인트 1
손정의 과거
야후·알리바바 투자 잭팟

손 회장은 ‘일본의 워런 버핏’으로 불릴 정도로 ‘투자의 귀재’로 꼽힌다. 재일교포 3세인 손 회장은 24세 때 설립한 소프트뱅크의 성공을 바탕으로 벤처기업에 투자해 부를 쌓았다.

손 회장은 승부사 기질을 보여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손 회장이 1995년 27세의 야후 최고경영자(CEO) 제리 양을 만나 피자와 콜라를 먹으며 얘기를 나눈 뒤 1억5000만달러(약 1734억원)를 투자해 지분 35%를 확보한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야후는 창업한 지 반년밖에 안 된 상태였고 직원은 15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손 회장은 매출 200만달러(약 23억원)에 적자가 100만달러(약 11억5000만원)인 ‘미래가 불확실한’ 벤처기업에 과감하게 투자했다. 손 회장의 재산은 2000년에 78조원으로 뛰었다. 

손 회장이 마윈 알리바바 전 회장을 만난 지 6분 만에 최대 주주가 되기로 한 것도 도전적인 투자 성향을 잘 보여준다. 당시 손 회장이 2000만달러(약 231억원)에 산 지분 34.4%는 14년 뒤, 알리바바가 미국 증시에 상장할 때 578억달러(66조8168억원)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연결 포인트 2
손정의 현재
주가 폭락에 IPO 실패

투자 업계에서 손 회장의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손 회장은 10월 30일(이하 현지시각)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에 연사로 나섰지만, 관중석은 거의 비어 있었다. 2년 전,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같은 행사에 참석했을 때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았던 것과 비교된다.

손 회장이 운영하는 비전펀드가 내세울 만한 성과를 내놓지 못하는 것이 손 회장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원인으로 지목된다. 손 회장이 거액을 투자한 우버, 슬랙 등의 주가가 상장 이후 폭락하거나 위워크처럼 기업공개(IPO) 계획 자체를 접었기 때문이다.

닛케이아시안리뷰는 “위워크의 상장 실패는 적자 기업의 IPO에 의존해 온 소프트뱅크의 투자 모델이 생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라고 지적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손 회장의 재산은 지난 7월 200억달러(23조1200억원)로 정점을 찍은 뒤 11월 5일 기준 약 60억달러(약 7조원) 줄어든 140억달러(약 16조1840억원)를 기록 중이다.


연결 포인트 3
손정의 미래
“現 투자 전략 유지”

손 회장은 최근 자신의 투자가 실패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손 회장은 소프트뱅크의 기업 가치가 증가했다는 것을 이유로 현재의 투자 전략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손 회장은 “위워크가 파산 위기에 처해있고 이로 인해 소프트뱅크가 곤경에 빠졌다는 사실에 대해 아무런 변명도 하고 싶지 않다”며 “위워크 때문에 분기 손실을 봤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 판단이 여러모로 부실했다”며 “깊이 후회한다”라고도 했다.

하지만 손 회장은 올해 3분기 소프트뱅크 주주가치가 1조4000억엔(약 14조8491억원) 증가해 22조4000억엔(약 237조5856억원)이 됐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는 “많은 사람이 믿고 싶지 않겠지만, 주주가치가 증가한 것이 사실”이라며 “너덜너덜한 실적과 사상 최대의 주주가치 중 어느 쪽을 중요한 지표로 볼 것인지는 여러분의 몫”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전펀드가 투자한 88개의 다양한 기업이 장기적으로 강력한 수익을 낼 것”이라며 “전략 변경은 없다”라고 말했다. 기존 투자 방침을 거두지 않겠다는 뜻을 피력한 것이다.

정미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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