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내 코로나19 신규 감염자가 17일간 한 명도 나오지 않은 가운데 마지막 환자가 퇴원하자 6월 8일(현지시각)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기자회견을 열고 경보 1단계를 선언했다. 사진 AP연합
뉴질랜드 내 코로나19 신규 감염자가 17일간 한 명도 나오지 않은 가운데 마지막 환자가 퇴원하자 6월 8일(현지시각)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기자회견을 열고 경보 1단계를 선언했다. 사진 AP연합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모범국으로 평가받아 온 뉴질랜드 정부가 코로나19 감염국 중 최초로 사실상 ‘코로나19 종식’을 선언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뉴질랜드 정부는 6월 8일(이하 현지시각) 마지막으로 치료받고 있던 유일한 감염자인 50대 여성이 회복하면서 뉴질랜드 내 코로나19 감염자가 한 명도 남지 않았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지금까지 뉴질랜드의 누적 확진자 수는 1504명, 사망자는 22명이다. 세계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가장 많은 미국은 누적 확진자 수가 200만 명에 육박한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6월 8일 각료회의 종료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당국은 오늘 자정부터 모든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를 끝내고 국가 경보단계 역시 2단계에서 1단계로 하향한다”고 발표했다. 국가 경보단계가 1단계로 내려가면서 공공·민간 행사와 대중교통 운행이 재개되는 등 주민 생활이 거의 정상화될 것으로 보인다. 경보단계 하향에도 접촉자 추적기록과 엄격한 국경통제는 유지된다. 현재 뉴질랜드는 자국민과 그 직계가족의 입국만을 허용하며 입국 후에는 14일간 자가 격리가 필수다. 아던 총리는 국경통제에 대해선 아직 해제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뉴질랜드는 앞서 지난 3월 말 코로나19 감염병 위기 국가 경보단계를 최고 단계인 4단계로 발령하고 봉쇄령에 들어갔다. 의료진 등 필수 인력을 제외한 모든 국민의 외출을 코로나19 잠복기인 4주간으로 제한했다. 이후 신규 확진자 수가 1명으로 급감하자 4월 27일 코로나19 경보를 4단계에서 3단계로 하향했으며 일부 사업장과 학교도 점진적으로 열었다. 이후 5월 11일 경보를 다시 2단계까지 하향하며 일부 쇼핑몰, 식당 등을 재개장했다.

아던 총리는 코로나19 환자가 한 명도 남지 않았다는 보고를 듣고 나서 “딸 앞에서 잠시 춤을 좀 췄다”라며 기쁨을 숨기지 못했다. 아던 총리는 “코로나19 경보단계가 1단계로 내려가게 된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라며 “뉴질랜드에서 바이러스 감염을 종식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던 총리는 “감염병 종식은 어느 한 지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한 것”이라며 “감염자가 다시 나올 것이 거의 확실하다”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다만 그는 감염자 재발생은 코로나19의 특성 때문이지 뉴질랜드의 방역이 실패했기 때문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애슐리 블룸필드 뉴질랜드 보건부 사무총장 역시 8일 아던과 함께 코로나19 종식을 선언하면서 “2월 28일 이후 처음으로 코로나19 환자가 모두 사라진 것은 중요한 이정표”라며 자축했다. 그러나 블룸필드 사무총장 역시 “국가 내 감염이 사라졌다는 것을 확신하지만 이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경을 계속 강력하게 통제하고 발병 시 확진자 신원을 확인하고 이들을 검사할 수 있는 역량도 계속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4월 17일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의 코로나19 검사소에서 한 남성이 검사를 받고 있다. 사진 AP연합
4월 17일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의 코로나19 검사소에서 한 남성이 검사를 받고 있다. 사진 AP연합

연결 포인트 1
‘K-방역’넘어선 발 빠른 N-방역

뉴질랜드가 코로나19가 발생한 주요국 가운데 첫 번째로 ‘코로나19 청정국’임을 공표하면서, 뉴질랜드의 방역 모델이 주목받고 있다. 뉴질랜드는 강력하고 발 빠른 봉쇄조치를 실시하면서 코로나19 확산을 막아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뉴질랜드가 역외유입을 원천 차단할 수 있는 섬이라는 지리적인 특성 덕분에 바이러스 종식이 용이했던 것 역시 사실이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유행할 조짐을 보이자마자 강경책을 결정한 것 역시 주요 성공 요인으로 분석된다.

뉴질랜드는 확진자 수가 한 자릿수였던 3월 14일부터 자국에 입국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2주간 자가 격리를 실시했다. 이어 확진자 수가 28명이었던 같은 달 19일부터 아예 외국인의 입국을 전면 금지했다. 같은 달 25일부터는 필수적인 재화를 제외한 모든 상점과 학교 및 공공시설을 모두 폐쇄했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약 한 달간 자택에 머물게 하는 강력한 전국 이동제한령을 내리기도 했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2019년 3월 21일 시민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2019년 3월 21일 시민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연결 포인트 2
‘역사상 가장 인기 있는 총리’ 아던

뉴질랜드의 39세 젊은 총리 저신다 아던은 이번 뉴질랜드 방역 성공의 주역으로 평가받으며 전 세계로부터 주목받고 있다. 뉴질랜드 방송 매체 뉴스허브가 5월 5~16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그의 지지율은 60%에 육박해 집권 2년 반 만에 뉴질랜드 여론조사 역사상 가장 높은 총리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는 3개월 이전보다도 약 20%포인트 상승한 결과로 그의 위기 대응 리더십이 국민에게 신뢰를 얻은 것으로 분석된다.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은 그를 ‘여성 리더십의 표본’이라며 탈권위적인 소통 방식을 인기의 바탕으로 꼽았다. 아던 총리는 봉쇄 기간 페이스북 생방송을 통해 국민과 격의 없이 소통했다. 5월 25일에는 생방송 인터뷰 중 강진이 발생했는데도 냉정한 태도를 유지해 질병이든 지진이든 위기에 차분하게 대응한다는 호평을 받았다.

아던 총리는 2017년 37세의 나이로 노동당 대표에 선출돼 단숨에 총리직에 올랐으며 코로나19를 계기로 ‘경험 부족’ 이미지도 극복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지난 5월 20일(현지시각) 타이베이빈관 야외무대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AP연합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지난 5월 20일(현지시각) 타이베이빈관 야외무대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AP연합

연결 포인트 3
방역 모범국 대만도 성공 자축

뉴질랜드뿐 아니라, 아시아에서는 대만도 성공적인 방역을 자축하고 있다. ‘방역 모범국’으로 평가받는 대만의 차이잉원 총통은 6월 7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8주 연속 대만에서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다”며 “오늘부터 새 단계의 방역이 정식으로 시작된다”고 밝혔다. 차이 총통은 “새 단계에서는 방역 관련 제한이 계속 완화되며 일상생활로 돌아가는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은 인구 2381만 명 중 6월 9일 기준, 누적 확진자 수는 443명, 사망자는 7명에 그쳐 방역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대만은 앞서 코로나19 발병 초기부터 과감하게 중국발 입경을 바로 봉쇄하고 중국인 입국금지 조치까지 내렸다. 또한 1월 24일 첫 확진자가 발병하자 곧장 마스크 수출을 차단하고 마스크 물량을 확보한 뒤 국민에게 배포하며 공적 마스크의 ‘원조’ 모델을 제시했다. 차이 총통은 최근 국책싱크탱크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역대 대만 총통 중 최고 지지율인 74.5%를 기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