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중국군이 인도 북부 라다크의 국경 지역에서 “당신은 국경을 넘었다. 돌아가라”고 쓰인 현수막을 들고 서 있다. 사진 AP연합
2013년 중국군이 인도 북부 라다크의 국경 지역에서 “당신은 국경을 넘었다. 돌아가라”고 쓰인 현수막을 들고 서 있다. 사진 AP연합

인도와 중국이 국경에서 충돌했다. 6월 15일(이하 현지시각) 인도와 중국 국경 분쟁 지역인 갈완(중국명 자러완)계곡에서 인도군과 중국군이 몽둥이와 돌을 들고 싸우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번 충돌로 양측에서 수십 명의 사망자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의 국경 분쟁으로 사망자가 나온 것은 1975년 이후 45년 만이다.

인도와 중국의 국경 분쟁은 48년 전 시작됐다. 양국은 갈완계곡의 관할권을 놓고 1962년 전쟁을 벌였지만, 국경을 확정하지 못했다. 양국 합의로 실질통제선(LAC)을 경계로 삼았지만, 지형지물이 복잡해 양측 대치는 계속됐다. 5월에도 양국 군인들이 몽둥이를 들고 싸워 부상자가 속출했다.

인도 외교부는 6월 16일 성명에서 “이번 폭력 충돌은 중국 측이 일방적으로 국경 현황을 바꾸려고 시도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인도 NDTV에 따르면 충돌은 인도군이 갈완계곡에 설치된 중국군 텐트를 철거하면서 시작됐다. 중국군이 방어 과정에서 인도군을 공격해 인도군 장교 등이 계곡으로 떨어졌고, 양측이 서로 지원군을 부르면서 이날 밤 12시까지 6시간 동안 대치했다는 것이다.

반면 중국 외교부는 인도 국경부대가 중국 쪽 실질통제선을 넘었고 현지 교섭에 나선 중국 측 장교와 병사를 공격해 격렬한 충돌을 유도하고 사망자를 냈다고 했다. 6월 24일 우첸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중국군은 주권을 가지고 있는 갈완계곡 지역을 수년간 순찰해왔다”고 주장했다.

이 지역을 놓고 양국 갈등이 계속되는 것은 갈완계곡의 전략적 중요성 때문이다. 갈완계곡은 중국 신장(新疆)과 티베트(시짱·西藏)를 잇는 G219 국도에서 120여㎞ 떨어져 있다. 중국이 인근 도로를 정비할 때마다 인도 역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전략이 이번 사태의 실질적 원인이란 분석도 있다. 인도는 일대일로 서진(西進)의 핵심 길목으로 여겨지지만, 일대일로에 적대적인 국가다. 인도는 중국이 일대일로 프로젝트로 접경국 파키스탄에서 군항을 확보해 인도양에 진출하고, 네팔을 금전적으로 지원하는 시도를 경계한다.

이와 관련해 영국 BBC는 “중국의 일대일로 추진에 맞서 인도가 분쟁 지역에서 도로와 활주로 건설에 나서면서 양국의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벌어진 일”이라고 했다.


인도 국경 지역으로 향하는 인도군. 사진 연합뉴스
인도 국경 지역으로 향하는 인도군. 사진 연합뉴스

연결 포인트 1
인도, 군사 갈등 격화 예고

인도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경 지대 교전수칙을 바꿔 총기 사용을 허가했다. 6월 22일 인도 타임오브인디아(TOI)에 따르면 라지나트 싱 인도 국방부 장관은 전날 군 수뇌부와 회의를 통해 중국 국경 지대에 배치된 인도군 지휘관의 총격 대응을 허용했다.

그간 양국 국경지대 최전방 2㎞ 이내에 배치된 군인은 총기나 폭발물을 휴대할 수 없었다. 총기를 소지할 경우에는 탄창을 제거하고, 반드시 등에 메야 했다. 우발적인 충돌이 확전되는 것을 막기 위해 양국은 1996년, 2005년 각각 이런 내용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국경 충돌 때마다 총격전 대신 난투극이나 투석전을 벌인 이유다.

중국은 인도와의 국경 분쟁 지역에 격투기 부대를 파견했다. 6월 19일 중국 해방군보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인도와 접해 있는 티베트 시짱 지역의 경비 지역에 새로 창설한 민병대를 보냈다. 이번에 만들어진 민병대는 총 5부대로 특히 티베트 시짱 지역에 파견한 쉐아오(雪獒·사자개) 고원반격부대는 국내외 대회에서 수차례 우수한 성적을 거둔 격투기 클럽 팀원으로 이뤄졌다.


중국산 제품 불매 운동 시위를 벌이는 인도 시민들. 사진 EPA연합
중국산 제품 불매 운동 시위를 벌이는 인도 시민들. 사진 EPA연합

연결 포인트 2
‘보이콧 차이나’ 확산하는 인도

인도 내에선 ‘보이콧 차이나’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6월 19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인도 철도부 관계사인 DFCCIL은 전날 중국 업체가 진행하던 47억루피(약 747억원) 규모의 공사 계약 파기를 결정했다. DFCCIL은 중국 업체가 4년 전 417㎞ 길이의 화물 철로 공사 계약을 소홀히 이행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지 언론은 이를 중국에 대한 보복성 조치라고 해석했다.

반중 시위도 이어지고 있다. 뭄바이 주민들은 가정에 있는 중국산 전자제품을 모아 불태웠고, 수라트 주택가에선 중국산 TV를 집 밖으로 내던지는 모습이 현지 방송에 찍혔다. 전인도무역협회(CAIT) 등 민간단체들도 중국산 불매 운동에 나섰다. 5월부터 중국과 국경 갈등이 불거지자 민간단체들은 중국산 물품 중 인도산으로 대체 가능한 물품 3000여 종을 안내했다.

인도 정부는 국영 통신사의 통신망 구축 사업에 화웨이, ZTE 등의 제품 사용을 금지하는 등 국가 사업에 중국 기업을 배제할 방침이다. 인도 정보당국도 보안을 이유로 틱톡 등 중국 관련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52개에 대해 사용 금지 또는 제한 조치를 내려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람다스 아타왈레 사회정의 담당 부장관(공식 직함은 국무장관)은 6월 18일 “중국 음식을 파는 식당과 호텔은 문을 닫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 5G 스마트폰 갤럭시 S20. 사진 연합뉴스
삼성전자 5G 스마트폰 갤럭시 S20. 사진 연합뉴스

연결 포인트 3
삼성전자 반사이익 기대

인도 내 중국산 불매 운동이 거세지면 한국 기업에 기회가 생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그간 인도의 중국 제조업 의존도는 높았다. 중국산 전자기기류, 활성 원료의약품(API)이 인도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39.6%, 38.4%에 달한다. 인도 정부는 이번 기회에 무역 불균형을 해결하고자 무역협정을 재검토하고 있다.

현지에서 저가 중국산 제품과 경쟁을 벌이던 삼성전자는 시장 확대 기회를 노릴 수 있다. 올해 1분기 인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3위 삼성전자(15.6%)를 제외하곤 중국 브랜드가 5위까지 독식하고 있다. 샤오미가 31.2%로 1위, 비보가 21.0%로 뒤를 이었다. 리얼미(13.1%), 오포(10.6%)는 삼성전자의 뒤를 추격하고 있다. 지난해 인도의 스마트폰 판매량은 1억5200만 대에 달했다.